11명의 대가족이 함께한 춘천 1박 2일 여행은 그야말로 쉽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서울, 부산, 거제에서 각각 출발해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이 함께 하루밤을 보내기 위해서는 준비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죠. 숙소 예약부터 식사 장소, 이동 동선까지 꼼꼼히 챙겨야 했고, 20대부터 60대까지 모든 세대가 만족할 만한 여행을 기획하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두 달 전부터 준비를 시작한 덕분에, 그리고 춘천에 사는 딸이 미리 답사와 시식을 해준 덕분에 결과적으로 모두가 즐거워한 여행이 되었습니다.
전체 일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일차: 샘밭춘천막국수 – 소울로스터리커피 – 청평사 – 공지천왕갈비본점 – 숙소(에어비앤비 독채)
2일차: 아침식사 – 김유정역 레일바이크 – 신남큰집 – 오심오 커피
인원이 많다 보니 관광지는 두 곳 정도만 들를 수 있었고, 그만큼 먹고 쉬며 함께 어울리는 여행이 되었습니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 편의점에서 장을 봤는데 계산대에 찍힌 금액이 10만 원이 넘었고, 그걸 모두 먹었다는 게 더 신기했습니다.
첫 식사로 찾은 샘밭춘천막국수는 제 단골집인데요. 막국수는 메밀향이 진하고, 섞어전은 바삭하게 잘 부쳐져 있습니다. 특히 수육이 부드럽고 잡내가 없어 가족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았죠. “춘천 첫 끼가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어 들른 소울로스터리커피는 춘천의 대표 대형 카페로, 두 번째 방문이었어요.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시그니처 메뉴인 옥수수커피는 향긋했지만 양이 적어 아쉬웠습니다.
청평사로 향하는 길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차로도 갈 수 있지만, 춘천의 낭만을 만끽하고 싶어 소양호에서 배를 타기로 했습니다. 주말에는 30분 간격으로 배가 운행되고, 마지막 배가 오후 4시 30분이라 서둘러 움직였습니다. 소양호 선착장에 주차장이 있지만 만차라 겨우 근처에 차를 대고 배를 타러 갔습니다. 가을빛으로 물든 소양호의 풍경은 그야말로 황홀했습니다. 물 위에 비친 햇살과 잔잔한 물결, 그리고 산자락의 단풍이 어우러져 잠시 넋을 잃고 ‘호수멍’을 하기도 했죠.
청평사는 비교적 덜 알려진 절이라 한적하면서도 고즈넉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햇살이 따뜻해 걷기 좋았고, 천천히 오르며 사진을 찍고 나니 딱 1시간 정도가 지나 있었습니다. 날씨가 추울까봐 걱정했는데 햇살이 따뜻하게 비춰줘서 산책하기 좋았습니다. 서둘러 막배를 타고 나왔습니다.
저녁은 공지천왕갈비본점에서 즐겼습니다. 예약 덕분에 자리에 앉자마자 고기를 구울 수 있었고, 숙성오겹살과 오돌갈비의 풍미가 일품이었습니다. “30인분은 먹은 것 같다”는 농담이 오갈 만큼 모두가 만족스러웠죠. 숙소로 돌아와서도 대화와 웃음, 간식과 술이 새벽 2시까지 이어졌습니다.
다음 날 아침, 순두부를 먹으러 간 식당에서는 막 만든 순두부가 나오기까지 한 시간이 걸린다 하여 다른 식당으로 급히 이동했습니다. 대신 40년 전통의 두부전골을 맛봤는데, 구수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만원의 행복이었어요.
원래 계획은 중도 물레길에서 카누를 타거나 날씨가 추울 경우 국립춘천박물관을 가려 했어요. 국립춘천박물관은 2020년 복합문화관으로 완공된 이후 올해 새로운 디지털 체험 시설과 미디어아트, 어린이 및 가족 단위 공간이 추가로 확대되었습니다고 합니다. 답사에 의하면, 조경도 너무 예쁘게 조성되었다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요. 다른 가족들이 레일바이크를 강력 추천해서 밀렸습니다. 국립춘천박물관은 다음에 가는 것으로 밀렸습니다. 사실 레일바이크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한번도 타본적이 없어 궁금하긴 했습니다.
김유정역은 춘천과 가까워서 김유정역 레일바이크를 타러 갔어요. 몰랐는데 2025년 9월에 대대적으로 리모델링을 했다더군요. 예전에 와본 적이 있던 딸도 너무 좋아졌다며 놀라더군요. 레일바이크가 처음이라 너무 힘들까 걱정했는데요. 처음엔 내리막이라 쉬웠고 오르막 때만 조금 패달을 밟는 정도라 그리 힘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따로 달리다 보니 넘어질까 약간 겁이 나기도 했어요. 그래도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중간중간 컨셉이 있는 터널과 재치있는 문구 덕분에 신났어요. 기념으로 포토앨범도 구매했습니다.
레일바이크만 30분 타고 중간에 내려 간식 먹고 포토앨범 구매후 강촌역까지 기차로 이동해 다시 셔틀을 타고 김유정역까지 오는 여정이라 1시간 40분정도 소요되었습니다. 레이바이크 승차장 뒤쪽에는 핑크뮬리가 가득했습니다. 봄과 여름에는 핑크뮬리가 피지 않기 때문에, 특히 10월 방문 시에만 분홍빛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핑크뮬리를 볼 수 있어서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처음보는 핑크뮬리는 정말 고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핑크 세상이었어요. 가을 햇살 아래 바람에 흩날리는 분홍빛 풍경은 그야말로 꿈결 같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른 삼계탕집의 누룽지 삼계탕은 이번 여행의 숨은 맛집이었습니다. 바삭한 누룽지와 진한 국물이 어우러져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었습니다. 이후 브런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번 여행의 소회를 나누고, 각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춘천에서의 1박 2일은 단순한 가족 여행이 아니라, 세대를 잇는 추억의 시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모여 함께 웃고 먹고 걸었던 그 시간 덕분에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따뜻함을 다시 느낄 수 있었죠. 가을 햇살 아래 핑크빛으로 물든 풍경처럼, 이번 여행의 기억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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