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그 시작점인 문제의 정의를 기억하라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사전에서는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특성'이라 정의한다. 하늘 아래 전혀 없는 새로운 걸 만들어 내는 게 아니다. 창의성은 의식적인 사고와 노력뿐 아니라 무의식적으로도 발휘된다. 그러면 이러한 창의성은 어떻게 발현되는가?
갑자기 통찰이 나오는 순간을 유레카라고 말한다. 유레카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며 두 개의 오래된 아이디어가 하나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 때 생겨난다. 특별한 준비기간이 없이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랜 기간이 지나야 통찰로 나온다. 창의적 프로세스는 다음의 네 단계를 거친다(Csikszentmihalyi와 Sawyer의 변형).
문제를 정의하는 단계다.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하고 다른 관점으로 보기 시작한다. 신기하게도 우리의 뇌는 문제를 정의하기 전까지는 멈추어 있다. 그런데 문제를 정의하면 자동적으로 보이지 않던 게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게 들린다. 즉, 무의식중에 뇌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분량이 꽤 많은 온라인 영어 동영상을 직원들이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직원들에게 그 많은 동영상을 짧은 시간 내에 다 보라고 하면 분명 내용도 잘 이해 못 하고, 형식적으로 플레이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번역해서 자막을 넣는다 해도 잘 보지는 않겠지만 번역할 시간 조차 부족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나의 관심은 온통 온라인 영어 동영상에 쏠렸다.
정의한 문제와 상관없는 동안에도 잠재의식에서 병렬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처리하는 단계다. 창의적인 프로세스에서 인큐베이션의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창의성이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인 사고와 노력으로 발휘되는 것은 이 단계 때문이다. 무의식적인 사고를 위해서는 때로는 직장에서 벗어나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필요하다. 이동 중에도 인큐베이션이 되는데 이동, 운전, 걷거나 조깅, 정원 돌보기, 집안일이 도움이 된다. 신기한 것은 수면시간에도 인큐베이션이 일어난다.
다루기 힘든 문제도 자고 나면 분명해지고 가능해 보일 수 있다. 어려운 문제를 결정해야 하는 경우 그 자리에서 결정하지 않고 다음날로 미루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인큐베이션은 새로운 아이디어, 사고방식, 행동에 개방적이어야 하는데 반드시 긍정적일 필요는 없다. 어떤 것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내가 걷기를 좋아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처음에는 주변 풍경과 가게를 보면서 상상하며 걷는다.
'이런 커피숍이 있었구나. 이쁜 가게네. 한번 시간 내서 와봐야지.'
주변의 느낌을 생각하며 걷다 보면 어느덧 나는 내가 오늘 했던 일과 내일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있다.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지. 내가 이렇게 하면 더 좋았을 텐데. 내일은 아침에 출근하면 이 일부터 먼저 해야지. 다음에는 이렇게 해보는 게 좋겠어.'
생각이 생각을 낳고, 생각의 바닷속에서 허우적대다 보면 벌써 목적지에 도착한다. 가끔 이러한 과정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도 나온다.
"일감의 실마리가 영 풀리지 않을 때, 차라리 살짝 포기하는 심정으로 무작정 산책을 나가면 신기하게도 돌아오는 골목 어귀에서 싱그러운 착상이 떠오르곤 한다."
- 정여울의 <그림자 여행> 중에서
내 문제에 대한 인큐베이션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하지만 예전부터 누적된 인큐베이션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시간은 부족하고 사람들은 동영상을 집중해서 보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핵심적인 내용을 짧은 시간 안에 이해하게 할 수 있을까? 준비기간도 빨라야 하고 학습하는 기간도 짧아야 한다.
유레카를 외치는 단계다. 큰 만족과 기쁨으로 문제의 솔루션을 낸다.
해결책이 떠올랐다.
'그렇다. 영어 동영상은 지겹고 기니까 우리말 요약 동영상을 만들어 제공하면 되겠다. 모든 사람이 전체 동영상을 다 영어로 듣고 이해하면 좋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요약 동영상을 만들 사람만 전체 다 보게 하면 되겠다. 충분히 이해한 후 약 5분 정도의 짧은 동영상을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다.'
솔루션을 시도하고 적용하는 단계다. 솔루션이 부적절하면 준비단계로 다시 가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다.
전문가에게 요약 동영상을 요청했다. 하지만 영상이 남아 부담스럽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거부했다. 이 아이디어는 버려야 하는 걸까? 다시 준비단계와 인큐베이션 단계로 갔다. 유레카가 나왔다.
'그래 내가 요약 동영상을 만드는 게 얼마나 쉬운지. 그 수준이 어떤지 예제 동영상을 만들어 주는 거야. 그러면 부담스럽지 않고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예측이 가능하니 반대하지 않을 거야.'
예제 동영상 제작과 동시에 동영상 만드는 법을 설명하는 동영상까지 만들었다. 그제서야 원하는 수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예제 동영상을 보고 난 후 전문가는 짧은 기간 내에 요약 동영상을 만들었다. 직원들은 요약 동영상으로 먼저 학습하고 충분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 영어 동영상으로 심화 학습을 하여 효과적인 온라인 교육을 마쳤다.
일을 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요구된다. 이 글에서는 주로 무의식적인 사고의 예시를 들었다. 의식적인 사고를 위해서는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 등의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은 로버트 루트번스타인과 미셸 루트번스타인이 저술한 <생각의 탄생>을 참고하라.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그 시작점인 문제의 정의를 기억하라.
참고도서: Lyoyd Davies 저 <Informal learning: A new model for making sense of experience>
* 댓글로 답하는 일머리 체크 질문:
1) 창의성으로 가득한 사람이 100% 창의성 지수를 가진다고 볼 때 여러분의 창의성 지수는 몇 % 인가? 부족한 지수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2) 여러분 만의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한 인큐베이션 팁은 무엇인가?
* TED 소개: 지루함이 훌륭한 아이디어로 이어지는 법 (How boredom can lead to your most brilliant ideas)
직장인을 위한 일머리 역량 매거진 목차
01화 프롤로그: 일머리란 무엇인가?
02화 긍정성_크게 웃어본 적이 언제인가?
03화 대인관계_만남, 인연에 대하여
04화 공감_공감이란 무엇인가?
05화 배려_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할까?
06화 신뢰_신뢰는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07화 태도_좋은 기회를 만들어보자
08화 변화_학습할 자유를 누리자
09화 창의성_창의성은 어떻게 발현되는가?
10화 질문_제대로 알려면 모르는 게 뭔지 알아야 한다
11화 발표_발표를 잘하는 법
12화 의사결정_탐색과 활용
13화 위험 감수_실패를 통한 학습
14화 마음 챙김_지금 여기 나의 마음 챙기기
15화 공유_고성과자는 어떤 사람인가?
16화 오픈 마인드_세대 간 협업하라
17화 에필로그: 이제 일의 현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