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박사 진학을 결심한 이유
"사람들은 지금까지 한 것은 보지 못하고 앞으로 해야 할 것만 본다."
퀴리 부인 (Marie Curie)
석사 논문을 준비하던 때였다. 모든 동기와 선후배는 내가 바로 박사 과정으로 진학할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석사 수업을 요란스럽게 들었다. 결석도 거의 없이 발표나 과제를 열정적으로 도맡아 했다. 실무를 먼저 접했기 때문에 이론 공부가 큰 도움이 되어 학습이 즐거웠다. 점점 거만해져서 석사 수업이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 박사 과정생과 함께 박사 수업을 주로 수강했다.
"교육은 양동이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불을 지피는 것이다."
예이츠 (W.B. Yeats)
사람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확인차 물었다.
"박사 진학하는 거죠?"
"아뇨. 안 할 건데요. 전 필드에서 인정받는 박사가 될 겁니다."
나는 기고만장했다. 이미 박사 수업까지 다 들었으니 더 이상 배울 게 없다고 생각했다. 학위는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고 착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전공 내용을 다 아는 양 뻔뻔스러웠다.
"무엇을 모르는지 평생 찾는 것이 참지식을 얻기 위한 연구 방법이다."
에르빈 슈뢰딩거 (Erwin Schrodinger)
필드에서 인정받는 박사가 되겠다는 포부는 시간이 갈수록 희석되었다. 졸업 후 2년이 지나 나는 현실에 안주하며 일상을 보냈다. 당시는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고객의 요청에 따라 제안서를 하루에 한 개씩 작성했다. 다른 경쟁사와 차별화되고 맞춤화된 제안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아카데믹하거나 이론적인 근거가 있는 자료가 필요했다. 관련 자료를 인터넷에서 찾으면 마땅히 쓸 만한 게 없었다. 레퍼런스가 없거나 정의가 불분명했다. 써먹을 수 있는 자료의 대부분은 대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정리한 자료거나 교재였다. 과거 자료들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분명 완벽하게 잘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전체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질문 확대의 원칙
경험으로 알게 된 답은 새로운 질문을 만든다. 더 많은 해답은 더 많은 질문을 만들어 낸다."
임마누엘 칸트 (Immanuel Kant)
사람은 자신이 보는 만큼 알 수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거만하게 내가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잘난 척했으나 다시 보니 아주 작은 부분만 보고 다 안다고 말했다. 나는 석사라는 눈가리개를 한 말에 불과했다. 너무나도 부끄러웠고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박사 과정 진학을 결심했다. 박사학위는 그냥 종이 쪼가리가 아니다. 학문적으로 성숙해지고 더 큰 그림을 맞추어 나가는 과정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석사 졸업 후 바로 박사 과정으로 가지 않기를 잘했다. 학문의 길은 쉽지 않다. 석사과정으로 지쳐있던 나를 바로 박사과정으로 옮겨가서 또다시 어려운 길로 몰고 가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졸업과 입학 사이 3년 공백은 박사 진학의 필요성을 찾는 시간과 동시에 지친 심신의 휴식 시간이기도 했다. 석사가 필수인 시대가 왔지만 박사는 여전히 고민이 필요하다.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은 한 굳이 진학할 필요는 없다.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모르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스스로 질문해보라. 내가 무엇을 모르는가? 답하지 못하면 잘 알지 못한다는 의미다.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일하면서 내가 모르는 것은 무엇인가?
제대로 알고 일하고 있는가?
아주 작은 부분만 보고 일을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건 아닌가?
내가 하는 일의 큰 그림을 이해하고 있는가?
* 댓글로 답하는 일머리 체크 질문: 내 업무를 나는 몇 %나 이해하고 있는가?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 TED 소개: 무지에 대한 추구 (the Pursuit of Ignorance)
직장인을 위한 일머리 역량 매거진 목차
01화 프롤로그: 일머리란 무엇인가?
02화 긍정성_크게 웃어본 적이 언제인가?
03화 대인관계_만남, 인연에 대하여
04화 공감_공감이란 무엇인가?
05화 배려_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할까?
06화 신뢰_신뢰는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07화 태도_좋은 기회를 만들어보자
08화 변화_학습할 자유를 누리자
09화 창의성_창의성은 어떻게 발현되는가?
10화 질문_제대로 알려면 모르는 게 뭔지 알아야 한다
11화 발표_발표를 잘하는 법
12화 의사결정_탐색과 활용
13화 위험 감수_실패를 통한 학습
14화 마음 챙김_지금 여기 나의 마음 챙기기
15화 공유_고성과자는 어떤 사람인가?
16화 오픈 마인드_세대 간 협업하라
17화 에필로그: 이제 일의 현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