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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Nov 12. 2019

까마귀 발자국에 주목하라

나의 단점이 장점으로 바뀐 순간

얼마 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내 인생 이야기를 해달라는 제안을 인사팀으로부터 받았다. 관종인 내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난 무대에 서길 좋아하니까. 내 닉네임에 걸맞은 '일과 삶의 조화'를 발표하기로 했다. 그런데 자신감이 무색해질 만큼 시간이 갈수록 후회되기 시작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뭐라고.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내가 뭐 잘났다고. 나보다 잘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얼마 전 영어 동호회에서 파리 마라톤을 풀코스로 뛰고 와서 인생에 비유해서 발표한 동료도 있고, 14개월 동안 카우치서핑으로만 해외여행을 하고 온 동료도 있는데. 이 친구들이 오히려 열정과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강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점점 겸손해지는 나와 마주하게 되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과연 내 경험이 동료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걱정이 앞섰다. 이런 나에게 밝은 햇살이 비집고 들어왔다. 


동료 중 한 명이 나에게 "까마귀 발자국(crow's feet)"의 의미를 알려주었다. 까마귀 발자국은 사람의 눈가에 자글자글한 주름을 영어로 표현한 문구다. 바로 그 발자국이 나의 가장 큰 콤플렉스다. 사진을 찍으면 항상 주름밖에 안 보여서 사진 찍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제 동료는 눈가에 주름을 가진 사람은 진정한 미소를 띠는 사람이기 때문에 주변에 그런 사람을 보면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다. 그러면서 나에게 까마귀 발자국에 관한 정보를 알려줬다.


프랑스 심리학자인 기욤 듀센(Guillaume Duchenne)은 사람에게 두 가지 유형이 미소가 있다는 것을 밝혔다. 광대뼈의 주요 근육(입꼬리를 올리는 근육)과 눈둘레근(안륜근, 뺨을 올려서 눈가의 주름을 형성하는 근육) 둘 다를 사용하는 미소와 입꼬리는 올리는 근육만 사용하는 미소가 그 두 가지다. 입꼬리만 올리는 근육만 사용하는 미소는 팬암 미소(Pan Am Smile)라고도 하는데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예의상 짓는 미소를 말한다. 눈둘레근과 입꼬리를 올리는 근육 모두 사용하는 미소를 듀센 미소(뒤센 미소, Duchenne smile)라고 일컫는다. 이 눈둘레근은 의도적으로 움직이기가 매우 어려운 근육으로 진정한 감정으로 웃음 지을 때만 가능하다고 많은 연구자가 밝혔다. 즉, 눈가의 주름(crow's feet, 까마귀 발자국)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예의상 짓는 미소가 아닌, 진심에서 묻어 나오는 미소(듀센 미소)를 많이 지어서 생겨나는 것이다.


애플의 에반젤리스트(Evangelist)였던 가이 가와사키(Guy Kawasaki)는 그의 책 Enchantment: The Art of Changing Hearts, Minds, and Actions과 유튜브 동영상에서 듀센 미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요약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듀센 미소는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는 진심에서 우러나는 미소다. 눈가에 주름이 많은 사람은 진정성 있게 미소 지으며 인생을 산 사람이고 호감을 주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눈가의 주름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수술이나 보톡스를 맞지 마라. 그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하라."


나는 그동안 진주를 품은 채 돌덩이를 가졌다고 불평했다. 나의 가장 큰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켜준 가이 가와사키에게 감사했다. 또한 나에게 그를 알려주고 희망을 준 동료에게 고마웠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었다. 적어도 난 눈가에 주름이 많은 사람이니, 진정성 있는 사람인 거다. 많은 사람 앞에서 내 인생 이야기를 들려줘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이 까마귀 발자국 이야기를 강의 장표의 인트로로 사용했다. 이 이야기만으로도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으니 강의 내용은 말할 필요도 없다.


여러분 평생의 콤플렉스는 무엇인가? 나처럼 소중한 장점을 제대로 몰라보고 단점으로, 콤플렉스로 자신을 원망하지는 않았나? 어쩌면 그 콤플렉스는 까마귀 발자국처럼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소중한 장점일지도 모른다. 까마귀 발자국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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