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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Dec 17. 2019

진짜 삶을 누리는 5가지 조건 (추상과 구체 사이에서)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를 읽고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는 국제 에리히 프롬 협회의 라이너 퐁크가 주도적 삶에 대한 에리히 프롬의 글을 모아 역은 책이다. 각 장은 각기 다른 책 혹은 강연에서 가져왔다. 7장의 '진짜와 허울의 차이를 보다'는 1974년 강연 <정신분석의 임상적 측면>, 1959년 강연 <창의적 인간>에서 정리한 글이다. 진짜와 허울에서 어떻게 하면 진짜를 볼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우리 삶이 진짜에 가까울 수 있을지, 에리히 프롬의 주장에 귀 기울여 보자.


우리가 실제로 무언가를 본다고 말하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보다는 그 대상의 개념을 생각한다. 대상을 인지적으로 이해하고 언어로 인식하면서 말로는 본다고 표현한다. 지적 행위를 하면서 실제 행동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셈이다. 사물을 보는 경험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자신의 마음 상태로 상대를 투영해서 이해하고, 욕심과 어리석음으로 왜곡해서 받아들이기도 한다. 허울과 추상에서 진짜와 구체적인 것을 제대로 볼 때 우리는 진심으로 반응할 수 있다. 구체적인 사람에게서 추상을 보지 않고 사람을 온전하게 봐야 할 것이다. 에리히 프롬이 주장하는 진짜 삶을 누리기 위해 보고, 응답하고, 인식하는 5가지 조건에 나만의 실천법을 추가해본다.


첫째, 감탄의 능력

감탄의 능력은 매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당황하고 놀라고 감탄하는 아이들이 가진 능력을 의미한다. 우리는 단순히 용어만 들어 본 것으로 그 분야의 전문가처럼 말하거나, 한두 시간 특강을 들은 것으로 해당 주제는 더 이상 학습할 필요가 없다고 치부한다. 한두 번 경험해 본 것으로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호기심을 가져보자.


둘째, 집중력

우리는 늘 바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일을 동시에 한다. 지금도 무언가를 하면서 다음 것을 생각한다. 진정한 인식과 응답은 지금 여기에서만 존재한다. 우리는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정교한 시간 여행 전문가다. 현재에 있기보다는 과거에 연연하거나, 생기지도 않을 미래를 걱정한다. 오롯이 순간을 즐겨야 한다. 한 번에 하나의 일만 의도적으로 집중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생각이 감각을 차지하는 비중보다 감각이 생각을 더 많이 차지하도록 순간에 집중해 보자. 


셋째, 정체성과 자기감정을 느끼는 능력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자신이 하는 행동의 주인공이 될 때 독창성을 가진다. 다른 사람과 환경을 탓하기 이전에 나를 돌아보자. 내가 누구인지, 내 감정은 어떠한지를 알아야 사회 속의 나로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감정 표현에 서툴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감정에 맞추어 가짜 감정을 드러내는 가면을 쓰고 산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가면이 두꺼워져 본연의 나는 사라지고 가면만 남는, 진짜가 아닌 허울만 남는 상황에 이른다. 용기를 내어 나를 찾고, 나를 표현해 보자. 


넷째, 양극성에서 나오는 갈등과 긴장을 받아들이는 능력

갈등이 없는 세상은 진공상태와 같다.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발전이 없는 정체에 머무르게 된다. 갈등이 생기지 않게 하려고 철저한 준비를 한들 우리의 운명은 예상과 달리 우연으로 결정된다. 계획과 우연, 남성과 여성, 외향성과 내향성, 나이 듦과 젊음, 장점과 단점 등의 양극성, 서로 다른 관점과 입장으로 갈등과 긴장이 생기지만 이를 다루는 과정에서 한 단계 성장한다. 양극성이 나빠서 무조건 없애기보다는 그 자체로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있는 그대로, 존재 자체로 받아들이자.


다섯째, 매일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하는 것

새로운 능력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과거 상태를 떠나야 한다. 손에 쥔 것을 버리지 않고 새로운 것을 쥘 수는 없다. 매일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과거의 내가 아닌 새로운 내가 되겠다는 각오, 안전지대를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는 결심, 모두가 기존의 것을 고집할 때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안주와 도전은 내 인생의 화두다. 안주하자니 부끄러우면서 미래가 두렵고, 도전하자니 무모한 것 같아 걱정되고 결과가 두렵다. 안주냐 도전이냐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도전을 과감하게 선택하자.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호기심을 가지고 집중하여 자세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 중심에는 늘 내가 있으며, 나의 정체성과 감정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고, 행동하는 사람도 바로 나다. 나와 다른 극단이 있더라도 다양성을 인정하며 상대를 존재 자체로 존중해야 할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 새롭게 태어나는 각오로 계속 도전해야 한다. 마침내 우리는 허울이 아닌 진짜의 삶을 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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