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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Feb 04. 2020

일하는 부모와 죄의식 사이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부터 직장을 다니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6개월 이상 쉬어 본 적이 없다. 나도 나지만 우리 아이들도 다른 또래에 비해 독특한 경험을 한 셈이다. 아이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일하는 부모의 자녀였고 함께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봐주셨다. 


우연히 아들과 딸이 인형 놀이를 하는 것을 곁으로 지켜본 적이 있다. 


"엄마, 아빠 회사 갔다 올 테니까 너희들끼리 잘 놀고 있어."

"네 엄마, 아빠 잘 다녀오세요."


아이들의 시선으로 봤을 때 부모님은 아침에 나갔다 저녁에 돌아오는 사람이었다. 아이들이 본 어른은 부모가 다니까 성인이 되면 직장에 다니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졌다. 나이가 들어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다른 집 엄마는 집에서 친구를 맞이하고 간식도 준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부러웠나 보다.


"엄마, 왜 다른 집 엄마는 집에 있는데, 엄마는 왜 맨날 회사에 나가?"

 

어쩌면 이 질문에 당황하고 죄의식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당시 일하는 게 좋았고, 집안일은 적성에 맞지 않아서 아이 때문에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엄마 회사 다니지 말고 집에 있을까? 그럼 너희 장난감도 못 사주고 맛난 음식도 못 사줄 텐데 괜찮아?"

"아니, 엄마 그냥 회사 나가."


적절하지 않은 협박에 가까운 대답이었다. 엄마의 인생도 소중하고, 엄마는 일이 좋다. 이성적으로 대답해야 했는데 즉흥적으로 감정적인 대답을 해버렸다. 그 이후로 한 번도 아이들이 내가 회사 다니는 데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다만, 아이가 아프거나, 학교 행사가 있을 때 충분한 시간을 내어 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은 있었지만 죄의식까지는 연결되지 않았다.


마음에도 없는 말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난 후 천사 같은 얼굴로 잠든 아이들의 모습을 봤을 때 오히려 죄의식을 느꼈다. 분명 사랑하는데 왜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고, 혼내고 구박을 했는지. 시간이 지난 후에야 깨닫게 되어서 마음을 졸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깨어 있는 아이들을 보면 치고받고 잔소리를 퍼부었다. 내 친구는 전업주부인데 아이들에게 풍족하게 키우지 못해서 죄스럽다고 했다. 부모는 각자 아이에게 약간의 죄의식을 가지지만 부모가 일하는 것과는 상관없다. 


"만일 과거로 돌아간다면 여전히 워킹맘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언제나 "그렇다"라고 대답한다. 우선 집안일보다 회사 일이 적성에 맞고, 사람들과 함께 직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좋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들을 고려했을 때도 물론 충분한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그 덕에 아이들에게 독립심이라는 유산을 남겨주었다. 직장 다니며 일일이 챙겨주지 못하니 아이들은 스스로 많은 부분을 처리해 나갔다. 때로는 실수도 하고 소소한 사건 사고도 발생했지만 감당할 수 있을 정도였다.


"2015년 하버드 경영 대학원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일하는 엄마의 딸은 어른이 되었을 때 대체로 성공하고 수입도 높으며, 그 자녀도 가정과 아이를 잘 돌보는 경향이 높다고 합니다.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통해서도 ‘워킹맘 효과’가 추진력, 자신감, 공감 능력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아이를 방치하거나 아이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는 한, 일하는 것이 아이에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바쁜 부모를 위한 긍정의 훈육》 2부 1장 죄의식 다루기에서


이글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우리 딸은 성공하거나 결혼하면 가정과 아이들 잘 돌볼 가능성이 높다니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워킹맘 효과'는 내가 늘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에 해당한다. 일에서 오는 성취감이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추진력, 자신감, 공감으로 다가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에만 목숨을 걸지는 말자. 행복은 일과 삶의 조화에서 오는 것이니까.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고민하자. 부모도 그렇고 자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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