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자
《바쁜 부모를 위한 긍정의 훈육》에서 가장 공감했던 파트는 2부 2장의 일과 삶의 통합이다. 이 장에서는 흔히 직업적이나 금전적인 측면으로만 보기 쉬운 성공을 재정의하도록 유도하고, 일과 삶의 균형에 도움을 주는 가정 관리법을 제시한다.
"개인적 목표와 직업적 목표가 반드시 대립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일과 삶의 통합’이라고 부릅니다."
한때 나는 일과 삶을 통합하지 않았다. 퇴근하면 일을 잊고 싶어서 그래야 한다고 세뇌까지 했다. 스스로를 공무원이라 주입하면서 퇴근 후 일 생각이 나면 멈추려고 노력했다. TS 엘리엇이 낮에는 은행원으로 밤에는 시인으로 활동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내 삶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떠오르는 회사일 생각을 멈출 수도 없었고 즐겁지만도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직무를 바꾸고 나서는 퇴근 후가 즐거웠다. 내 주변의 삶이 일과 통합되었다. TV를 봐도, 글을 읽어도, 어떤 대화도 모두 다 일로 수렴되었다. 어쩌면 일 중독자에 가까웠을 수 있다. 당시는 직업적 즐거움이 컸으니까.
"어떤 것은 시기가 정해져 있습니다. 자녀는 어린아이인 시간은 짧습니다. 직업적인 기회는 왔다가 가고 또 다가오지만, 인생에 단 한 번뿐인 기회를 위해서는 배우자와 건강한 파트너십을 맺고, 가정에서 문제 해결 전략이 작동하게 하고, 아이와 대화함으로써 그 기회를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우선순위가 필요했다. 물론 나름 아이들이 어릴 때 가급적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 건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어서 주말마다 스포츠 수업에 함께 참여했다. 배드민턴, 탁구, 축구, 달리기, 인라인, 스케이트, 스키, 보드 등 나는 각종 운동의 파트너였다. 아들을 위해 축구 골키퍼까지 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집에서 아이들과 보드게임도 많이 했다. 하품이 나오도록 지겨웠지만 최소한의 게임 인원이 필요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블루마블을 함께했던 기억도 난다. 가장 만만한 은행을 맡았지만.
아이들과 제법 시간을 보낸 것 같지만 아이들은 금방 커버렸다. 둘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나는 직업과 학업을 병행했으니 절대적인 시간은 부족했을 것이다. 요즘은 육아휴직 제도도 생겨서 시기가 정해진 자녀의 어린 시절을 현명하게 보내는 직원들도 주변에 제법 있다. 아이가 더 크기 전에 최대한 혜택을 누려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길 권한다.
"항상 마지막을 염두에 두고 시작해야 합니다. 훗날 아이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평생 동안 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인지 계산해보고, 개인 시간과 가족 시간의 경계를 설정하세요. 삶의 모든 면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배우자, 자녀와 데이트를 시작하세요. 새로운 취미를 찾고 친구도 사귀세요."
Begin with the end in mind!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두 번째 습관이다. 일도 그렇지만 우리의 삶도 마지막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자. 삶 전체를 돌아볼 때 어떤 부모로 남을 것인가? 어떤 일과 삶을 누린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 큰 그림으로 보면 일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가족도 소중하고 취미와 친구도 필요하다. 책에서는 의도적으로 육아를 선택하고 의도적으로 직업을 선택하라고 말한다.
나는 의도적으로 삶도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취미가 있는 삶은 질 자체가 다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오면 육아하기도 바쁜데 취미는 가당치도 않다고 말할 것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며 탐색해 나가고, 점점 그 범위를 늘려가며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취미를 가꾸어 나가자. 그 취미가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어줄 수도 있고 일과 연결되어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또 일이 취미에 선한 영향을 주기도 한다. 적어도 나에게 글쓰기라는 취미는 그렇다. 그야말로 일과 삶의 통합이다. 여러분도 그런 취미를 지금이라도 조금씩 찾아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