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과삶 Sep 10. 2018

커리어 장벽

나는 왜 주저하는가?

지인의 회사에 경력이 아주 화려한 전무가, 관리자보다는 실무자가 좋다고 부장급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모두가 승진을 원하고, 높은 자리를 꿈꾸는데 그의 횡보는 놀라우면서도 일면 이해가 된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책임과 부담은 커지고 임원으로서 자리를 유지하기조차 쉽지 않다. 그렇게 되면 즐겁게 일하기보다는 스트레스를 받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그는 실무자로 돌아가서 자기 일을 즐기고자 했을 수 있다.


최근 사내에서 경력개발 교육을 들었는데 매니저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경력 계획을 이야기하라고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 무엇 때문에 주저하는지 생각해 보라고 했다. 경력개발에 여러 가지 범주가 있겠지만 나로서는 "승진"만이 대상이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커리어 장벽을 느끼고 있다.


먼저, 아직 승진에 대해서 적극적이라기보다는 수동적이다. 내가 충분히 잘하고 능력을 인정받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매니저가 먼저 손을 내밀 것이라고 기대한다. 내가 하는 일이나 더 잘하자는 생각이 크다. 하지만, 내가 매니저에게 표현하지 않는 한 승진은 절대 고려되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때로는 매니저의 그늘이 편하다. 매니저가 있으면 매니저에게만 보고하면 된다. 하지만 승진을 하게 되면 내가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고, 더 높은 직급자들에게 보고하고 영향을 주어야 한다. 물론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 때문에 승진한다면 물론 잘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과연 그게 정말 내가 원하는 역할인가? 한편으로는 올라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가도 매니저라는 보호막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내가 너무 도전적이지 않은가?


가장 큰 장벽은 내가 상상해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단 커리어를 시작하는 단계부터 목표가 딱히 없었다. 우연히 커리어를 시작했고 어디까지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임원이 되어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내 모습을 한 번도 상상하지 않았다. 셰릴 샌드버그의 <린인(Laen In)>을 보면서 나는 직장인으로서의 꿈이 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만일 내가 어려서부터 그런 상상을 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 대기업의 CEO로 은퇴하신 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은 기업에 입사할 때부터 CEO가 되겠다고 결심했고 공공연하게 사람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물론 기본적인 실력과 자질을 갖추었기 때문이지만, 기회가 왔을 때 고려되어 결국 CEO가 되었다. 


아직은 어떤 것이 정답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넘쳐 나는 일로 가득하고, 그로 인해 또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승진의 여부와 상관없이 내 일을 즐겁게 하고 있다. 직급이나 승진이라는 것은 어쩌면 나와 다른 기준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적인 틀일지도 모른다. 나는 내 일을 즐기고, 나의 성장에 감사할 뿐이다. 그런 사회적인 틀을 벗어나서도 오롯이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참고도서: <린인> 셰릴 샌드버그 저

이전 12화 용어가 주는 위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