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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Jan 27. 2019

영어강의에 도전하다

아름다운 도전 그 결과는?

영어에 대한 자신이 늘 없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기회만 있으면 영어를 연습하려고 하죠. 스터디로 하고, 화상 영어도 하고, 출장 가서도 외국 친구들과 밥 먹으면서 간단히 이야기(Small Talk)를 가급적 하려 합니다. 업무적으로 콘퍼런스 콜도 하고 일대일 전화 통화도 주로 합니다. 잘 알아들을 때도 있고 못 알아들으면 다시 묻고 하면서 업무에 큰 문제는 없지요.


이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가진 저에게 작년 12월 초 도전의 기회가 왔습니다. 분량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직원들을 대상으로 영어로 강의를 할 수 있겠냐는 거였죠. 직원들은 한국인과 외국인을 포함하였는데 강의가 1월 말이라 시간을 두고 준비하면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믿고 맡기려 하는 것도 감사했어요. 전 직장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했지요. 이번 도전으로 제가 한 번 더 도약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했거든요.


그런데 변수가 생겼어요. 강의 콘텐츠와 분량이 결정되지 않는 채 연말 휴가를 다들 가버렸습니다. 전체 내용을 다 준비할 수 없으니 기다려야 했고, 다른 일로 바쁘기도 했죠. 1월이 되어서도 미팅이 지연되다가 강의 시작 일 주 전에야 확정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준비에 들어갔어요. 다행히 많은 분량은 아니었어요. 액티비티를 주로 하는 과정으로 약 6시간을 진행해야 했어요.


영어 발표 경험이 있는 분들은 잘 알겠지만 스크립트 전체 암기는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한번 잊으면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에 절대 스크립트를 외워서 발표하면 안 됩니다. 주로 키워드를 기억해서 흐름을 알고 연습을 하면서 준비해야 합니다. 저는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강조해야 할지 고민을 했지요.


이번 주 싱가포르에서 드디어 영어강의를 했습니다. 유학파 한국인들을 보면서 저 정도만 해도 바랄 게 없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저는 저일 뿐 그들과 다름을 인정해야 했죠. 완벽하진 못했지만 나름 준비한 대로 진행을 해나갔습니다. 다행인 것은 중간에 질문이 나왔는데 제가 정확한 가이드를 줄 수 있어서 쉽게 넘어갔습니다. 또한 비슷한 진행 방식으로 지겨울 것 같아서 마지막 활동은 제가 즉석에서 바꾸어서 진행했습니다. 그러니 더 재미있고 집중도도 높았습니다.


이번 도전으로 영어 실력만으로 영어강의를 하는 건 아니라고 다시 느꼈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실력을 갖추고 발음도 좋으면 더 바람직하겠죠. 싱가포르 직원들의 영어 발음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피력하지요. 우리는 발음에 주눅 들고 문법이 틀릴까 봐 조심스러워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입니다. 콘텐츠에 대한 자신이 있으면 영어에 대한 부담은 조금 줄어듭니다.


도전은 아름답습니다. 그렇지만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죠. '과연 충분한 준비를 하였는가?'라는 질문에 조금 반성해 봅니다. 하지만 완벽한 준비를 못 할 게 두려워 도전하지 않는 것보다는 도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실패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으니까요.


이번 주 강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결과에 앞서 강의한 날 거의 쓰러질 뻔했습니다. 부담과 스트레스가 컸었나 봅니다. 큰 문제는 없었고 전반적으로 잘 진행했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이번 도전으로 영어 실력이 향상되었다기보다는 콘텐츠에 대한 확신, 현장 분위기에 따른 적절한 퍼실리테이션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제 영어강의 도전을 칭찬해 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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