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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도란도란 프로젝트 - 육백 열 일곱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아침도 점심도 아닌

그 사이에 있는 것


밥도 빵도 아닌 그 사이에 있는 것

그게 좋다.


부지런 떠는 아침밥은 안되지만,

대단히 차려먹을 점심밥도 안되지만

넘치도록 충분한 밥.


그런 브런치가 좋은가보다.


친구랑 사부작거리며

커피며 빵, 계란 그런 것들을

조금씩 잘라 나눠먹는 그런 거.


고급스럽고 어려운 줄 알았는데

그냥 웃기고 덜부지런한 우리.


야금야금 노나먹는 브런치

그 시간도 맛도 다 좋은 걸.



-Ram


작년 늦여름, 산 위쪽에 위치한 공터에서 열린 일요일 요가 수업에 참석했었다. 시청 지원을 받아서 잠깐 진행한 프로그램이었는데 자연 속에서, 산 위에서, 주위를 둘러싼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요가를 하니 우붓 한가운데에 와있는 기분이 들었다. 한 시간의 요가 시간이 끝나고 참여자들이 모두 모여 함께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눴다. 이후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는데 나는 산으로 둘러싸인 그 공간이 너무 좋아서 한참을 서성였다. 그리고 그곳을 떠나 집에 갈까 하다가 근처에 가보지 않은 카페로 방향을 틀었다. 그 카페는 도로변에서 떨어진 푸른 잔디밭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커다란 나무 밑 야외 테이블이 눈에 띄길래 아침 야외 요가 수업의 여운을 계속 갖고 있던 나는 여기다 싶었다. 점점 해가 중천에 뜨기 시작해서 공기가 더워졌지만 이미 요가를 하고 왔으니 땀이 대수랴. 주문한 샌드위치를 야무지게 먹고, 남은 커피를 들이키며 이게 바로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일요일이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났고, 또다시 여름이 왔다. 지난해 완벽한 일요일을 마음속으로 간직하며, 요가 프로그램이 또다시 열리길 바라고 기다렸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 산이 온통 단풍으로 물들었고, 낙엽이 흩날리는 차디찬 가을이 왔다. 아, 올해는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찾아보니 야속하게도 그 요가 프로그램은 올해 열리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그때 갔던 카페도 영업을 종료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첫 브런치 카페가 부산에서였던가.


부산에서의 계획은 다 물거품이었다.

모든 계획은 다 지키지 못했다. 시간도 장소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처음 만난 언니와 같이 가게 됐다.

이건 의도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우연히 가게 된 곳이 원래 가기로 계획했던 곳이었었다.


생각보다 빈티지 했던 곳이었다.


브런치 겸 카페.


계획대로라면 여유롭게 나와 오전에 가벼운 브런치를 먹을 계획이었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오후 늦게 잠깐 카페에만 들린 셈이었다.


계획대로 움직여야 마음이 편했다. 뭔가 어겨질까 어긋날까 전전긍긍하는 내가 싫어서.


첫 즉흥여행이었다.


돈도 많이 쓰고 감정도 많이 소비됐지만 매일이 즐거웠고 매일이 색달랐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정해져있지 않을 때 많은 걸 느낀다.

가끔은 계획을 정해두지 않고 불안정하면서도 부딪히길 원한다. 불안정할 때 나오는 힘이 좋다.

브런치카페를 찾지 않고도 돌고돌아 가게 된 것처럼.



-NOVA


2025년 11월 2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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