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개별 종목 글감
한 종목만 놓고 공개적으로 글을 쓰기란 참 부담스럽다. 그리 잘나지도 않았고, 유명하지도 않지만 어쨌든 누군가의 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1%라도 있기 때문에... 무슨무슨 유료 리딩방에서 돈 받고 추천해주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심사숙고하고, 또 고르고 골라서 첫 개별 종목 분석 글을 써보고자 한다.
・자본금 : 92억 / 액면가 : 500원
・시가총액 : 5091억원 (2022년 3월 25일 종가 기준)
・재무 및 실적
- 2019 매출액 : 618억 / 영업이익 : 134억 (영업이익률 21.7%) / 유보율 : 1480%
- 2020 매출액 : 784억 / 영업이익 : 140억 (영업이익률 17.9%) / 유보율 : 1622%
- 2021 매출액 : 1123억 / 영업이익 : 219억 (영업이익률 19.5%) / 유보율 : 1818%
기업을 분석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표만 우선적으로 보도록 하겠다. 모든 글에서 필자가 강조하는 점은 자본금이 작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금이 작아야 상장주식수가 줄어든다. 상장 주식 중 특수 이해관계자(창업자, 창업자의 가족, 기업의 임원 등)가 보유한 물량과 연기금 등의 대주주가 보유한 비유동물량을 제외하면 유통주식수는 더 줄어든다. 초등학교 5학년 사회시간에 배우는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은 오르게 된다. 유통 주식 수가 적어야 유리하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주식 시장에 조금 더 적용해보면, 호가 당 대기 물량이 더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1원, 5원, 10원, 50원, 100원 한 호가를 오르기 위해 쌓여있는 물량이 적으면 적을수록 주가는 더 탄력적으로 움직인다.
덕산테코피아의 자본금과 액면가는 아주 적절한 수준이다. 개인적으로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을 평가함에 있어 자본금 100억이 넘을 경우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자본금이 작더라도 액면가가 200원이나 100원일 경우에도 선호하지 않는다. 덕산테코피아는 자본금 92억으로 2021년에는 1000억이 넘는 매출을 만들었다. 영업이익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영업이익률도 견조한 수준이다. 소재 기업의 경우, 영업이익률 관리가 여러모로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근자에 일어나고 있는 글로벌급 악재로 인해 원자재 시장이 요동치면 선물거래로 헷징을 얼마나 잘했느냐에 따라 분기 실적에 곧바로 드러나게 된다. 간단히 말해 원자재 가격 영향을 많이 받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유보율은 주가가 떨어지거나, 회사의 위기 상황에서 가동할 수 있는 현금을 얼마나 준비해두고 있느냐를 평가할 수 있다. 또한, 반도체를 비롯한 대부분의 제조업 기업들은 지속적인 투자가 동반되어야 성장 사이클을 가져갈 수 있는데, 이를 위한 실탄 역할을 하기도 한다. 유보율에 대한 기준은 투자자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개인적으로는 1000% 정도를 하한선으로 두고 있으며, 3000% 넘는 경우는 우수, 5000% 이상은 매우 우수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유보율이 1000% 이하인 경우는 사업 내용이 매우 우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 덕산테코피아의 전바적인 재무지표는 건전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여기까지 결론을 내리기 위해 다른 재무지표들도 물론 봐야하지만 최소한만 우선 이야기했다. 다음은 회사의 사업내용을 볼 차례다.
기본적으로 덕산테코피아는 반도체용 프리커서인 HCDS(헥사클로론디실린)과 OLED 발광소재의 중간체 등을 생산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전문기업이다. 주식 투자를 한다면, 덕산테코피아를 매수했다면, 최소한 이 정도의 기본 정보는 알고 있어야 한다. 누군가 뭐하는 회사냐 물었을 때 이 한 문장 정도는 읊을 수 있어야 한다. 필자와 함께 공부할 내용은 조금 더 깊은 부분이다.
앞서 말한 두 사업 분야가 각각 하나의 사업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신규사업부까지 덕산테코피아는 총 3개의 사업부로 조직이 구성되어 있다. (반도체 소재 사업부, OLED 소재 사업부, 신규사업부)
먼저 반도체 소재 사업부에 대한 이야기다.
HCDS는 DRAM과 낸드 공정에서 산화막 형성 시에 사용되는 소재로, 특히 3D 낸드의 경우 적층을 위해 필요한 기둥을 형성할 때 사용된다. 즉, 적층수가 증가할수록 사용량이 증가한다는 특성이 있다. HCDS는 현재 국산화한 기업이 덕산테코피아와 디엔에프 둘 뿐이다.
뿐만 아니라, 차세대 소재로 꼽히는 실리콘계 증착소재도 개발했는데 이 부분의 경우 실리콘 원자재 가격 상승이 변수로 작용해 영업이익에 다소 영향을 주는 편이다.
2022년의 경우, 시스템 반도체향 신규 소재들을 추가로 삼성전자와 품질 평가가 진행중이라고 하는데 해당 소재들에 대한 공급 공시에 지속적인 주목이 필요해 보인다.
다음은 OLED 소재 사업부문이다.
OLED 소재 중 공통층 소재인 ETL, HTL 등과 발광층 소재인 Red host, Green host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SDI내에서는 점유율 1위로 알려져 있으며, 신규 사업부문인 QD-OLED 부문에서 핵심이 되는 Blue OLED 발광판, Red host, Green host를 공동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분이 부각되면서 삼성전자의 QD-OLED TV 공식 출시와 함께 이번주 주가가 다소 움직인 경향이 있다.
다음은 신규사업부문인 2차전지 전해액 첨가제 부분이다.
덕산테코피아의 미래 성장성 및 주가의 상향을 기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이다. 앞서 언급한 두 사업부는 견고한 업황을 바탕으로 믿음직한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을 성장성이 더 크고 확실한 분야에 투자해서 선순환하는 아주 건강한 모습이다.
전해액 첨가제는 기본적으로 음극 표면에 막을 만들어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추가적으로 배터리 스웰링 현상을 억제하고, 충전 속도를 빠르게 하면서 동시에 과충전을 방지하는 등 2차전지의 거의 모든 성능에 관여하는 만능 소재 또는 마법의 가루라고 불린다. 셀메이커 입장에서는 최종 소비자인 세트업체(예 : 전기차 메이커)가 요구하는 배터리 성능 수준이 날이 갈수록 높아져가는 상황에서 양/음극재 소재 가격 문제와 발전의 한계, 전고체 배터리 개발의 기간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배터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는 전해액 첨가제 개발밖에 없는 상황이다.
덕산테코피아는 SK이노베이션과 공동으로 전해액 첨가제를 개발했고, 지난해 8월부터 첫 양산 공급을 시작했다. 국내 3대 셀메이커와 함께 기술 개발을 했다는 점만 봐도 제품의 신뢰성이 기대가 된다. 또한 올해 1월 대대적인 전해액 첨가제 시설 투자 공시를 발표했다. 총 500억원 규모로, 완공될 경우 관련 매출은 700~8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고 한다. 2022년 전해액 첨가제 컨센서스가 120억원 수준이니 레벨업 정도가 어마어마하다. 개인적으로는 700~800억 정도의 예상 매출도 보수적인 수준으로 보인다. 전해액 첨가제의 대표적인 제품은 VC와 FEC인데, 둘 모두 2021년 연간 판매 가격이 200% 이상 뛰었다. 실리콘 음극재의 시장 비중이 3%도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당분간 셀메이커의 전해액 첨가제 의존도는 지속될 것이라 가격 상승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종합하면, 반도체 프리커서 HCDS 국산화와 OLED 소재 생산이라는 기존의 탄탄한 사업을 바탕으로 신규 사업인 2차전지 전해액 첨가제 부문이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요한 성장 산업 3개 부문 모두에 걸쳐서 소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큰 프리미엄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사실상 2차전지 소재주로 분류해도 될 정도로 전해액 첨가제 사업부 성장에 진심으로 평가된다. 2023년 이후의 성장성까지 확보한 기업에게 주가 프리미엄을 주지 않으면 어떤 회사에 줄 수 있을까. 전쟁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시장의 무거움을 감안해서 보수적으로 평가해도 시가총액 5천억 이하는 부담없는 매수 포지션이라고 본다. 전고점인 주당 39,000원이 시총 7천억 정도 되므로 이 정도를 1차 목표가로 잡고 대응해도 될 것 같고, 내년까지 장기적으로 보면 시총 1조 정도는 너끈히 달성하고도 남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너무 많이 알려져 있는 회사라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분석 글을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건강한 투자문화가 정립되기를 바라는 소망 때문이다. 차트 분석, 틱 분석, 패턴 분석으로는 기업의 성장성을 알 수 없다. 기업의 근본적인 존재 가치는 성장이다. 기술이든, 돈이든 성장하지 않는다면 그 기업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 성장하는 기업의 주가는 결국 오른다. 기업의 사업을 들여다보고, 업황을 읽고 분석하고 전망하는 투자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미천한 분석이지만 독자들의 투자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부디 부자 되시라.
이 글은 정보의 전달에 목적을 두고 있으며, 매수매도를 유도하지 않고, 모든 투자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