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이 어려운 당신에게
테스형(^^;)도 세대 차이에 대해 불평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어"
이 멘트는 요즘 사람들뿐만 아니라 BC 470년경인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남긴 글에도, BC 2500년경 이집트 피라미드 내벽에도, 심지어 BC 3~4,000년경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점토판에도 쓰여 있답니다. 그러니까 세대 차이 때문에 뒷목을 잡는 것은 매 세대마다 있는 일이네요.
맞아요. 신(新) 인류가 나타났다며 ‘밀레니얼 세대(M세대)’를 보며 뒷목 잡는 리더들이 많으셨죠. 그토록 고생하고 입사한 회사인데, 1년 만에 사직서를 내는 이들을 보면서 깜짝 놀랐죠. 평생직장 개념을 가지고 있던 조직의 기성세대들은 ‘의미가 없다면 더 이상 이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이들을 보면서 억울한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이제 이 M세대가 ‘Z세대’라 불리는 후배들 때문에 뒷목을 가끔 잡는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합니다. 모든 세대는 이후 세대 때문에 늘 골머리를 앓는가 봅니다.
Z세대 이해는 더욱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며칠 전 Z세대에 대한 연구를 보니 ‘리셀(resell)’이 이들의 특징 중 하나라네요. 되파는 거죠. 10~20대들이 당근 마켓을 이용하는 이유는 리셀을 위한 것이랍니다. 이들은 고가 제품도 아끼지 않고 구매를 하는데요, 고가 제품에 대한 특이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짜리 가방을 산 후에 1년 뒤에 80만 원에 되판다면, 이 제품은 20만 원짜리 제품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중고거래를 전제하고 물건을 사는 겁니다. 심지어 바르던 립스틱도 중고거래 장터에 나오는 걸 봤는데, 참 신기했습니다. 기성세대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대차이가 피할 수 없는 명제라면, 우리는 뒷목을 잡기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이들 세대에 대해 연구해야 합니다. 다음 세대는 어떤 특성을 가질까? 그 특성은 무엇으로부터 왔을까? 그들의 시선을 이해하고 함께 하기 위해서 무엇을 다르게 해야 할까? 이런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을 찾아보고 공유하며 합(合)을 맞춰가는 성공 체험을 늘려가야 합니다.
뒷목 잡는 각 세대의 특성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각 세대의 어떤 특성도 그냥 생기는 법은 없습니다. 한 세대에 공통으로 흐르는 특성이 있다면 그것은 ‘사회화 과정’과 ‘결정적 분기점 (critical juncture)’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우선 사회화 과정은 3가지에 영향을 받습니다. 부모 양육태도, 학교에서의 경험, 그리고 성장기에 접하는 사회경제적인 상황입니다. 여기에 전쟁이나 IMF와 같은 경제적 사건을 동시에 경험한 연령대, 즉 결정적 분기점(critical juncture)까지 고려하면, 미국에서의 세대 구분과 한국에서의 세대 구분 연도는 좀 달라집니다(예. 베이비부머 세대로 구분할 때 한국은 1955년~1969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을, 미국은 1946년~1964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을 말합니다).
정리하자면 세대의 특성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 지속적으로 받은 부모의 메시지, 학교에서의 서열 및 경쟁, 사회경제적으로 풍요로웠는지 혹은 빈곤했는지, 그리고 그 세대만 겪은 사건 등이 이들의 멘털 모델에 차곡차곡 쌓여서 이후 행태로 나타나는 겁니다. 그러니 이들이 어떤 양육태도와 사회경제적 환경에서 자랐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그 세대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성세대의 양육 태도가 오늘의 MZ세대 특성에 기여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전 세계는 출생아의 현격한 증가를 경험합니다. 아시는 것처럼, 이때 태어난 아이들을 베이비부머 세대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베이비부머 세대는 전쟁에 대한 반대 의식, 개혁과 저항, 이상주의에 대한 꿈을 꾸게 됩니다. 이때 NGO단체들이 생겨나면서 가난 및 질병과의 선포를 하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세대입니다.
이때 한국은 기나긴 전쟁으로 생존이 중요한 화두였지요. 생존을 위한 경쟁, 그것이 삶의 중심이었습니다. 경제적인 상태가 나아지자 이 세대는 숨겨 놓았던 종전 후의 저항정신을 드러내게 됩니다. 이 세대를 대표하는 명칭으로 ‘386세대’라는 말이 있죠.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이라는 뜻으로 경제에서도 글로벌 경제의 주역이자, 군부독재를 타도한 정치적 승리자라는 자부심이 뭉쳐진 그런 명칭이었습니다(저도 386세대라 글을 쓰면서 어깨에 힘이 들어가네요 ^^).
베이비부머 세대가 성장하여 자녀를 낳는데, 그 세대가 바로 M세대 즉 밀레니얼 세대가 됩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모들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떤 메시지를 육아 기간 내내 전달했을까요?
(우리가 기반을 마련했으니 너희는) 의미 있는 일을 해라. 독립적으로 행동해라!
이 메시지를 듣고 자란 밀레니얼 세대는 “이 일이 의미 있는 일인가?”라는 잣대를 가지고 일터를 바라봅니다. 의미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책임도 맡고 협업도 하지만, 의미 없다 여기면 과감하게 회사에 사표를 던지게 되는 거죠. 이런 과감성은 이들이 자라왔던 사회경제적인 환경이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았던 때였기에 가능했습니다. 게다가 IT가 발달하고 자녀 양육에 관한 이론이 발달하면서, 부모들은 실시간으로 자녀 삶에 대해 방향과 실천을 멘토링 해주는 멘토로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자녀에게는 허락해주고 싶은 마음에 ‘회사를 그만두고 더 의미 있는 일을 찾아 나설래요~!’하는 이들의 결정에 일조하게 하게 됩니다.
이 시기 리더들의 하소연 중 하나가 “일을 시키면, 그 일을 어떻게 풀면 좋은지 되려 물어봐요. 방법까지 알려 달라는 거죠! 기가 막혀서…”였습니다. 이런 모습은 밀레니얼들의 태도가 안일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부모와 맺었던 관계 방식을 그대로 회사에서도 투영시킨 것입니다. 즉 부모가 방향, 목표, 과제를 주고 그 과정을 도와주었던 것처럼, 회사의 리더들도 자신을 그렇게 안내해줄 거라고 믿는 거죠. 코칭 리더십이 리더의 중요한 덕목이었으나, 이때 더욱더 코칭 리더십이 강조되었던 이유가 이 때문이었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와 다르게 X세대는 1998년의 IMF, 2000년 버블 붕괴, 2008년 리먼 브라더스의 경제위기를 경험합니다. 스펙 좋고 잘 나간다는 X세대로 분류된 부모와 삼촌, 심지어 형과 누나들이 구조 조정당하는 것을 MZ세대가 지켜보게 됩니다. MZ세대의 멘털 모델에는 “직장이라는 곳은 임직원을 지켜주지 못하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게다가 X세대 부모들은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자녀들에게 다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누구나 마음만 먹는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1등 만이 살아남는다!
이러한 부모의 메시지는 그 당시의 사회경제적인 상황과 맞물려 MZ세대로 하여금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에 꽂히게 만듭니다.
‘무효화’라는 트라우마를 겪어보셨나요?
부모의 양육 과정에서 생긴 메시지에 더하여 이들이 경험한 교육 및 사회경제적 환경은 더 처절합니다. 기성세대들은 대체로 ‘원하는 사람은’ 대학 졸업 후 취업이 가능했습니다. 경쟁이 있긴 했지만 1등 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었기에 마음에 여유가 있었고, 한 회사에 들어가면 정년까지 있을 수 있었기에 ‘내 집 마련’ 혹은 장기 적금과 같은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자격을 하나 따면 사회에서 보상을 해주었기에, 일하면서 자격을 따는 쏠쏠한 계획과 기쁨도 누릴 수 있었죠.
그러나 (M세대 중) 늦은 M세대와 Z세대들은 어린 시절부터 내신 및 줄 세우기로 치열한 초중고 학창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고등학교 때부터는 전국구 내의 내 위치를 늘 인식하면서 성장했습니다. 기업들은 원하는 스펙을 대학 때부터 갖추길 요청함으로써, 인문학 및 철학 등을 통한 삶의 관점을 정립할 새도 없이 대학이 취업학원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학점과 스펙으로 대표되는 대학시절을 보내고 따기 어려운 6~7종의 자격 스펙을 땄는데도, 입사는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평균 500:1의 경쟁률로 번번이 입사가 좌절됩니다(1994년 기준 대기업 입사 경쟁률은 5:1~8:1 정도였습니다).
가정에서는 “네가 제일 소중해!”라고 하는데, 학교와 사회에서는 서열화되고 소외됩니다. 내가 노력한 것들이 한순간에 무효화되는 경험을 너무 자주 오랫동안 해온 겁니다. 수 없는 무효화의 경험은 멘털 모델에 깊이 자리 잡게 됩니다. 모든 MZ세대가 동일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마음에 두고 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째, '내 노력이 무효화되는 일이라면 나는 하지 않겠어' (따라서 구성원이 작성해 온 기안서를 아무 설명 없이 수정함으로써 구성원의 노력을 무효화시키는 일은 하지 마셔요)
둘째, '내가 경쟁에서 뒤졌다면 그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해야 할 거야. 공정하지 않은 평가는 참을 수 없어!'
셋째, '회사가 나를 지속적으로 케어해주지 않을 것이므로, 나도 회사에 헌신하지 않을 거야. 받은 만큼만 일할 거야. 그게 공정해'
넷째, '내 미래가 어떻게 될지 보장할 수 없으므로 나는 현재를 소중하게 생각해. 나의 현재를 즐기고 케어할 거야'
다섯째, '(세상은 잘 될 거라고 네가 소중하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아) 나는 진실과 진정성으로 다가오는 사람과 현상을 추구할 거야'
위의 다섯 가지는 필자의 상상력이 더해진 것이지만, 조직의 리더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져줌과 동시에 해법도 제공해줍니다.
MZ세대 이렇게 대해주세요
세상을 낙관적으로 볼 수 없는 삶을 살아온 MZ세대…. 과감한 것 같지만 수많은 경쟁 속에서 소속감과 자아실현의 결핍을 느끼는 그들에게, 기성세대가 조직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다음의 것들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첫째, 지금 이 직업(job)과 과제(Task)가 자신의 미래 커리어와 어떻게 연관될 수 있는지, 구성원의 입장에서 커리어에 대한 큰 그림을 함께 그린다.
둘째, 과제에 대한 기대를 명료하게 합의하고, 과제의 끝 그림(end-picture)을 함께 그린다.
셋째, 과제를 성공적으로 끝내도록 코칭해준다. 적절한 질문과 칭찬과 지원으로 성공체험을 갖도록 조력한다.
넷째, 과제가 끝나면 리뷰(review)를 한다. 다음의 순서로 질문한다. 처음에 그렸던 목표, 얻은 결과, 결과를 얻기까지의 노력과 결과의 원인, 다시 한다면 지속할 것과 제거할 것이 무엇인지 성찰, 그리고 그 구성원의 기여와 진보한 것(progress)에 대해 들려준다.
다섯째, 분기에 한 번씩 많은 과제들을 통해 자신의 미래에 얼마나 다가가고 있는지 질문하고 피드백을 나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앞서 봤던 신상무님이 무엇을 이해하고 더 해봐야 하는지 좀 더 명료해졌을 겁니다. ‘다름’을 근원적으로 이해하고 그 필요를 충족하도록 조력하는 리더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곧 조직은 Z세대로 가득 찰 것이고, 또 Z세대 뒤에 알파 세대(2011~2015년에 출생한 이들)가 올 것입니다. MZ세대에 대한 작은 노력들을 시작해 보십시오. 지금의 노력은, 어느 장면에서든 곧 마주치게 될 다음 세대를 보게 될 때 ‘놀람’이 아니라 ‘이해’로 수용하는 큰 터전이 될 것입니다.
당신의 멋진 리더십을 응원합니다.
당신의 곁에서, 현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