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이 어려운 당신에게
Sensation(인식)과 Perception(지각)
아래 그림을 어디선가 비교해 보신 적 있으실 거예요. A 그림을 보여주면서 어떤 그림으로 보이냐 여쭈면 대체로 ‘생쥐’라고 답하시죠. 그런 뒤 B그림을 이어서 보여드리면 ‘역시 생쥐‘라고 답하세요. 당연하죠?! 그런데 C그림을 먼저 접하면서 ‘아저씨’로 인식한 분들께 B그림을 보여드리면 ‘역시 아저씨’로 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재밌죠? 무엇을 먼저 보느냐에 따라 똑같은 B그림을 ‘생쥐’로 혹은 ‘아저씨’로 해석하니까요.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세상의 많은 정보들이 우리의 감각(sensation)을 통해 들어오지만, 우린 이걸 그대로 흡수하지 않죠. 오감각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기존의 지식을 활용하여 해석하는, “지각(perception)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죠.
감각 vs 지각
감각(sensation) : 환경의 물리적 에너지를 신경 부호로 부호화하는 과정
지각(perception) : 이 감각정보를 해석하는 과정. 환경에서 온 정보들을 부호화하여 감각하게 되고 이를 자신에게 의미 있는 형태로 처리하는 과정을 통해 지각하게 됨 [출처 네이버 사전]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우리는 자신을 유능하게 해 주거나 효율적이게 해 준다고 믿는 필터들을 가지고 있죠. 바로 이런 필터들이 외부로부터 오는 정보들을 해석하고 분류하여 깊게 수용하기도 하고 폐기하거나 혐오하게 되기도 해요.
이게 누적되면서, 의사결정, 전략, 우선순위, 그리고 호불호에 대한 필터들 (underlying perceptions)을 만들게 됩니다. 나만의 독특한 관점 (personalized view)을 갖게 되는 거죠.
이 사람도 쓸만한 사람이라구요?
위 대화의 곽전무님은 본인이 했던 성향 진단을 다섯 명의 상무도 해보길 원하셨어요. 진단을 진행한 후 그 결과를 가지고 두 가지 작업을 했습니다. 우선 곽전무와의 일대일 코칭에서 진단 결과의 의미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수십 년간 사람을 봐왔기에 곽전무께서 사람을 보는 눈썰미는 정확했습니다. 다만 큰 차이점은 그것에 어떤 의미를 두느냐는 것이었지요. 곽전무께서는 호불호가 강하셨고, 제가 풀어드리는 관점은 '모든 임원의 강점과 그 강점을 발휘할 환경을 어떻게 조성해 줄 것인가' 였어요. 앞서 말씀드린 생쥐로 보느냐 아저씨로 보느냐의 관점이 여기에 또 한 번 적용되는 거죠.
즉, 곽전무의 과감한 생각이 ‘혁신’이란 결과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철저한 백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곽전무는 ‘마음에 들지 않는 그 상무가 정리해 온 과거 데이터’를 보면서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을 얻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혹은 아이디어를 좀 더 쿠킹 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내가 하는 것은 귀하고 의미 있는 것인데, 상대방이 하는 것은 가치가 덜한 일이다’라는 생각이 불거져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분리해야 하는 거죠. 상대가 기여하는 것, 내가 기여하는 것, 그 안에서 일어나는 고통을 해결하고 원하는 방안으로 나갈 수 있는 해법을 말입니다. 그 해법이 분명 ‘내가 하는 방식으로 당신도 해줘야 해’는 아닐 겁니다. 그 세션 마무리에 전무님의 성찰은 참 의미 깊은 것이었습니다. “저처럼 조직에 25년 이상 있는 사람들은 사람의 성향을 캐치하는 비법이 있습니다. 저도 그렇구요. 다만 오늘 코칭 시간을 통해 사람에 대해 캐치는 잘 했으되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제 필요와 관점으로만 해석했었네요. 아직 그들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반드시 조직에 필요하고 제게도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코치님, 우리가 좋은 팀인가요?
상무들의 진단 결과를 가지고 진행한 두 번째 활용은 팀빌딩 워크숍입니다. 변화무쌍한 사업환경에서 조직의 미션을 이루려면 내부 사람끼리 분열이 되면 안 되지요. 우리가 ‘하나의 팀’ 임을 확인하고 팀으로 세우는 과정을 팀빌딩이라고 합니다.
처음 함께 모였을 때 상무님들은 “오늘 저희 모습이 다 드러나는 거 아닙니까?”하며 털털하게 웃었지만, ‘절대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나쁜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게 해 주세요’라는 강렬한 메시지로 들렸습니다. 암요… 제 목적은 팀빌딩입니다.
팀빌딩을 통해 나누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런 겁니다.
① 각자의 강점이 있다, 전무님의 강점이 있는 것처럼 상무들 각자의 강점이 있다.
② 이 강점들이 발휘되고 시너지를 내야 조직의 미션을 이룰 수 있다.
③ 상사가 화를 내거나 몰아붙일 때는 나에 대한 불만보다는 그 상사의 일하는 방식과 패턴이 이유이기가 쉽다. 그러니 상사의 일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이에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무님은 기존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을 중요시 여긴다. 여기에 한 단계 더 나아가서 그 데이터를 고려할 때 새로운 방식을 제안해 주길 원하신다. 그러니 전무님의 일하는 방식에 대응하기 위해 팀장들의 도움도 함께 받으시라.
④ 상사의 미션 중 하나는 함께 하는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가장 몰입하고 성과를 내는지 알고 필요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전무님께서는 상무 각각의 강점과 동기부여 요인을 아시고 지원해 주셔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고, 일하는 재미가 쏠쏠해지며, 구성원들도 덩달아 몰입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말미에 한 상무께서 질문합니다. “그러니까, 코치님! 우리가 좋은 팀인가요?”라고요. 저는 눈을 크게 뜨고 확신에 차서 말했습니다. “그럼요! 환상의 팀이죠!”
다들 한쪽 눈은 저를 보고 있었지만, 다른 쪽 눈은 전무님을 보는 듯했습니다. 곽전무께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셨죠. 완벽한 진심은 아니셨지만, 그래도 수용도가 더 높아진 듯했습니다
다른 조직으로 사람을 보낸다는 것
다른 조직으로 사람을 보내거나 직위 해제하는 것…. 성과를 낼 수 있는 필요한 사람을 꾸린다는 측면에서 지금 당장은 불가피하다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리더의 신발을 신어보지 않고서는 어느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죽했으면 그랬겠습니까.
다만, 다른 조직으로 사람을 보내는 것이 리더에게는 ‘부메랑’이 됩니다. 몇 해가 지나고 그 부메랑을 제거했다고 생각되는 시점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은 부메랑을 경험하게 됩니다. 확인되지 않은 스토리를 포함해서 그 리더에 대한 평판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대물림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게 최선이야’라고 생각될 때, ‘1미터만 더 파기’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목적물을 1미터 앞에 남겨두고 포기하는 상황일 수도 있으니까요. 리더십의 여정은 늘 그런 것 같습니다. ‘1미터만 더 파보자’하는 심정으로 노력을 하면, 어느샌가 더 커진 리더십의 영향력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러나 보내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습니다
앞서 대화에서도 나왔지만, 그 사람에게 맞는 직무를 위해 이동을 권유할 수 있습니다. 리더십의 해악이 크다면 직위해제를 할 수도 있겠지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이 있더라구요. 조직원이 자신의 필터(underlying perception)로 인해, 리더의 긍정과 진심을 다 거부하는 경우…. 이런 경우는 어쩔 수 없더라구요.
그렇지만 다른 조직으로 보내는 순간이 오더라도, 끝까지 존중의 태도를 보여주세요. 그리고 마치 독립하는 자녀에게 뭔가 바리바리 싸주는 부모처럼, 다음의 장소에서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 사람의 강점에 맞는 직무와 연결되도록 주변을 설득해주시고, 상대가 편견을 갖지 않도록 강점에 대해 어필해 주세요. 그리고 동기부여를 위해 어떤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지도 말씀해주세요. 가능하다면 다른 조직으로 간 후, 한 두 달 뒤에 식사를 함께 하면서 토닥여 주세요. 어려움은 없는지 어떻게 성과를 내고 상사와 조율해 가야 하는지를 말이에요.
이런 리더의 노력은 진정성으로 전달됩니다. 나도 저런 일을 겪지 않을까 지레 겁먹은 구성원들도 안심하게 되구요. 조직도 빠른 시간에 몰입하게 될 겁니다.
당신의 멋진 리더십을 응원합니다.
당신의 곁에서, 현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