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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미숙 Jul 07. 2021

8편. 한국기업에서 '지독한 솔직함'의 피드백이 어려운

리더십이 어려운 당신에게


영어 쓸 때와 한국말을 쓸 때의 자세가 달라요

⁠피드백 이야기를 하면서 왜 뜬금없이 영어와 한국말을 비교하냐구요? 언어가 주는 암묵적인 어려움이 있어서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영어보다 한국말로 피드백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는 것입니다.


몇 년 전에 방송한 ‘한국인과 영어’라는 EBS 다큐프라임을 보면 왜 한국 사람이 영어를 잘하기 어려운지를 분석한 내용이 있습니다. 이유가 여러 가지겠지만, 가장 큰 차이는 영어보다 한국어의 동사가 2배나 발달되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왜 이렇게 동사가 발달되어 있을까요?


⁠짐작하는 것처럼 영어는 상대가 누구냐에 상관없이 동사는 한 가지 형태로 표현됩니다. 반면 한국어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같은 동사라도 표현이 달라집니다 (예. 밥 먹었니? 식사하셨어요? 진지 드셨어요?). 게다가 영어는 말하는 사람이나 사물이 주어인 반면, 한국어는 화자 중심이 아니라, 배경, 환경, 관계 등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언어라는 것입니다(이 다큐에서 표지판을 보여주고 영어로 표현해보라 할 때, 원어민은 ‘The sign says STOP‘이라고 표현한 반면, 한국인은 ‘There is a signboard letter of ‘stop’ in orange’라는 상태 혹은 환경으로 표현합니다).

EBS 다큐프라임 ‘4부 언어의 벽을 넘어라’ 중에서

위의 그림을 보시겠어요? 똑같은 수족관의 사진을 보여준 뒤, 모국어로 묘사해 보라 했을 때 그 표현의 강조점을 하이라이트 한 것입니다.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물고기라는 개체(주인공)를 부각해서 설명한 반면,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관계와 맥락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각 언어가 무엇을 중요시 여기는지 그 인식의 차이를 확연히 보여줍니다.



그러니 영어권에서의 피드백과 한국에서의 피드백이 차이 날 수밖에요

⁠언어에는 그 나라의 문화와 집단 무의식이 묻어져 있는 거죠. 이 차이를 피드백에 적용해본다면, 영어권에서의 피드백보다 한국에서의 피드백이 더 큰 무게감과 복잡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말로 전해지는 피드백은 담백하기 어렵고, 설령 담백하게 말하더라도 상대방은 ‘관계’라는 관점에서 피드백을 해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인 상사가 한국말로 “보고서의 수치가 잘못되었습니다. 다시 검토해주세요”라고 했다면, ‘이런 실수를 하다니, 상무님이 나를 어떻게 보겠어?!’하며 ‘관계 손상’에 대해 걱정을 하게 됩니다. 반면 외국 상사가 (혹은 영어로 소통하는 회사에서) 영어로 말했다면 ‘관계의 손상’에 대한 생각은 상대적으로 덜 한다는 거죠. 외국 임원 혹은 외국 기업에 오랫동안 다니다 한국 기업에 영입되어 온 임원께서, 자신이 ‘중립적으로 피드백’ 한 것이 구성원들에게 왜 그토록 부정적으로 어필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하시는데, 그 이유가 상당 부분이 문화적 차이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간헐적 피드백이 아닌 수시 피드백을 ‘제대로’ 하라는 요구들

⁠가뜩이나 피드백이 어려운데 설상가상, 요즘 대기업 조직은 수시 피드백에 꽂혀 있습니다. 이유가 있죠. 목표 수립, 과제, 상품, 결과 피드백 모두 애자일(agile)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목표 수립도 큰 방향을 갖되, 1년짜리 목표가 아닌 3개월마다 목표를 수립/수정하고, 프로토타입을 일단 시장에 내보낸 다음 시장의 피드백을 통해 빠르게 상품을 수정하는 것이 요즘 지향하는 일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위해서 내부에서 경쟁하기보다는 자신의 목표 및 시장과 경쟁하도록 하기 위해 상대 평가 대신 절대 평가로 평가제도를 바꾼 조직들은 더욱 수시 피드백에 대한 목마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회성의 '성과 평가'가 아니라 1년 내내 '성과 관리'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한 거죠.


⁠그러면서 흠모하게 된 개념이 실리콘밸리에서 사용하는 ‘지독한 솔직함’입니다. 이것을 ‘리더가 어떻게 하면 매우 솔직하게 피드백을 전달할 수 있는지’로 단순하게 이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가끔 하우코칭으로 ‘솔직하게 피드백하는 방법’에 대해 특강이나 워크숍을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지독한(혹은 완전한) 솔직함’을 주장한 사람은 킴 스콧(Kim Scott)이란 분입니다. 현재는 캔더(Candor, inc.)의 CEO지만, 한 때 구글에서 래리 페이지와 함께 일했고 그에게 피드백을 배웠던 분입니다. 킴 스콧이 쓴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에 보면, 피드백은 ‘Radical Candor’가 되어야 한다고 표현합니다. 그러면서 ‘Radical(완전한, 철저한, 급진적인, 과격한)’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많이 사람이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도록 오랫동안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에, 좀 더 강한 표현을 쓴 것이라 설명합니다. 또한 솔직함을 honesty로 표현하지 않고 candor를 쓴 이유는, candor에 ‘겸손함’이라는 의미가 좀 더 강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랍니다. 즉 자기 생각을 제시함과 동시에 구성원 각자 의견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앞서 살펴본 것처럼, ‘Radical Candor’는 실리콘밸리보다 우리가 훨씬 더 불리합니다. 피드백에 ‘관계’라는 문맥이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실리콘밸리에서는 이 ‘Radical Candor’를 위해 무엇을 요청하는지를 먼저 살펴본 후, 우리나라에서는 무엇이 더 필요한지 살펴보는 것이 순서이겠습니다.



심지어 실리콘밸리에서 ‘완전한(지독한) 솔직함’에 전제하는 것은 ‘개인적 관심’

⁠킴 스콧은 완전한 솔직함에 필요한 것이 두 가지라 말합니다. 우선은 ‘개인적 관심(care personality)’입니다. 이 개인적 관심은 업무적 관심을 넘어서서 ‘더 높은 꿈을 품은 존재로 직원 개개인을 대하는 것’이라 합니다. 크아~~ 말은 너무 멋있는데 기업 현장이 너무 바쁘고 거칠어서 엄두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킴 스콧은 구체적으로 이것이 무엇인지 설명해주네요. 그 구성원이 출근하게 만드는 것, 출근하기 싫게 만드는 것, 그 구성원이 관심 있어하는 것, 미래의 커리어로 꿈꾸는 것 등에 대해 알아보는 거래요. 리더가 이렇게 노력해서 얻는 것이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결과는 원하는 결과를 창출하기 위해 상호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만드는 거지요. 그러면서 킴 스콧은 다시 당부합니다. 리더가 베푼 은혜만큼 그 구성원은 절대 돌려주지 않을 건데, 실망은 하지 말라고요. 대신 그 구성원이 리더가 되었을 때 자신의 부하직원에게 그대로 베풀 것이고, 그 모습을 보는 것이 최상의 보상이니 좌절하지 말고 열심을 내라고요.


⁠두 번째는 ‘직접적 대립(Challenge Directly)’이라 합니다. 직원들끼리 혹은 상사인 당신에게 직접 이의를 제기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 리더가 먼저 피드백을 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언급할게요). 뿐만 아니라 자신이 실수나 실패했을 때, 기꺼이 인정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또한 구성원의 실수나 실패만 피드백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에 대해서도 피드백을 함으로써 ‘충분한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려줘야 합니다.


⁠"서로 직접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문화가 업무 성과를 높이고 관계를 튼튼히 구축하는 핵심 요인이다."

                       철학자 조슈아 코언(Joshua Cohen)_트위터, 애플 임원, 스탠퍼드 대학교와 MIT에서 강의


⁠실리콘밸리의 팀장들도 이런 개인적 관심을 토대로 피드백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하물며 ‘관계’의 그림자를 늘 데리고 다니는 한국에서의 피드백은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무엇을 해도 ‘관계’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는 한국 기업에서의 피드백

⁠기성세대는 친밀감을 형성한 후에 신뢰감을 형성했다면, 지금 세대는 신뢰감 형성 후에 친밀감을 형성해 나가는 세대입니다. 즉 신뢰감이 생겨야 술도 같이 마시고, 가족 이야기도 하며, 드물게는 사우나도 함께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순서가 바뀌었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세요!


⁠그렇다면 젊은 세대와 한국말로(^^!) 어떻게 신뢰의 관계를 만들어낼까요? 사례의 최상무님처럼, 젊은 사람들의 문화가 기존 세대와 달라서 매우 당혹해하시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우리는 꽤나 신뢰를 얻어낸 경험이 많이 있습니다. ‘기존(옛날 옛적)에 형성된 상사-부하’의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내 안에 많은 자원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실 겁니다.


⁠최상무님이 말씀하신 바대로, 진정성을 가지고 구성원의 성장을 바라보고, 그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제시해주고, 설령 방향을 모를지라도 미래의 커리어와 역량을 함께 고민해주고, 다른 사람에게 깨알 자랑을 해주고, 고민 있을 때 도움의 손길을 내어주고, 약속한 것을 잊지 않고 지켜주는 것들이 필요합니다. 참 어렵죠? 조직관리/성과 관리하기도 어려운데, 구성원들에게 이런 시간과 관심을 내어 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본인은 노력하지 않고 리더가 더 노력하기만을 기대하는 구성원이라면 동력을 잃기 쉽습니다.


그러나 멈추지만 않는다면 멀지 않은 시기에 훨씬 더 나아져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하려면, ‘한꺼번에 쏟아붓고 빠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을 멈추셔야 합니다. 오히려 작은 행동으로 시작해서 꾸준히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상무님처럼, 구성원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는 점심 미팅, 이것부터 시작하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그 모든 것은 과정이자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목적은 ‘신뢰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내가 노력한 작은 행보가 그 목적에 다가가고 있는지 늘 점검해보셔야 합니다. 좀 슬프지만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신뢰구축’은 상대방의 마음속에서 나오는 결과라는 것입니다. 노력의 결실이 빨리 나타나지 않아도 괘씸해하지 말고, 꾸준히 시도해봐야 한다는 것, 꼭 기억해주세요.


⁠당신의 멋진 리더십을 응원합니다.


⁠                                                                                                                

                                                                                                               당신의 곁에서, 현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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