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이 어려운 당신에게
잘되는 일은 늘 두 번의 창조 과정을 거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란 스티븐 코비의 유명한 책이 있죠. 저도 이 과정의 강사(FT)여서 한 동안 강의를 하기도 했었어요. 스티븐 코비가 자신의 삶을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한 두 번째 습관으로 제시한 것이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죠. 이 말의 뜻을 스티븐 코비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Begin with the end in mind" is based on the principle that all things are created twice. There's a mental or first creation, and a physical or second creation to all things. [스티븐 코비]
이야기인즉슨 모든 일은 두 번 창조되는데, 마음속의 창조가 첫 번째이고 그것이 실제로 구현되는 창조가 두 번째라는 거잖아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으로 창조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거죠.
우리가 흔히 말하는 End Picture가 이것에 해당하죠. 끝 그림(end picture)…. 끝 그림을 먼저 그려보고 행동하면, 자신이 원했던 그림과 유사해질 가능성이 커지겠죠. 이 명제는 삶의 전반적인 곳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대학생 1년 차인 딸아이에게 당부한 말
몇 해전 대학교에 갓 입학한 딸아이가 他학교 남학생들과 미팅을 수시로(?) 하는 과정을 보면서, ‘좋~을~ 때다’ 싶으면서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미팅을 하되 한 가지 기준점을 가지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희재야~ 너무 좋을 때다. 마음껏 누려~! 그런데 미팅을 하면서 희재가 한 가지를 관찰해보면 좋을 것 같아. 사람마다 어떤 특징이 있는지, 그 특징이 이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은지 말이야. 그런 관찰을 하다 보면 언젠가 네가 만날 배우자에 대한 기준점을 정리하게 될 거거든."
너무 꼰대 짓인가요? 인정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 게임'이 요즘 미팅 문화의 핵심이어서, 미팅을 즐기되 그 상황에 너무 빠지지 않도록 지침을 주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키 크고 잘 생긴 사람에게 시선을 빼앗기더니, 졸업반 즈음이 되니 (주기적인 저의 꼰대 짓에 의해) '배우자 특성'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워가고 있는 것 같아요.
멘토이자 코치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은 저는 아이들에게 '끝 그림(end picture)'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대표적인 게 '송구영신 가족 미팅'인데요. 작년 12월 31일 제야의 종소리가 나기 1시간 전부터 맥주 한 캔씩 두고 가족 모임을 합니다. "올해는 어떤 해였는지?"를 리뷰하고 "내년 이맘때 내가 어떤 상태가 되어 있길 소망하는지?"를 나눕니다. 1년 동안의 끝 그림을 그려보게 하는 거죠. 올해를 돌아보며 서로 수고했음을 나누고 내년 송구영신 때의 끝 그림을 그립니다. 크리스천 가족이니 마무리를 기도로 하며 1년을 희망차게 시작합니다. 이렇게 나눈 끝 그림은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니 가끔씩 그 끝 그림은 어떻게 되어가는지 서로 묻고 격려합니다. 가족 내에서도 끝 그림이 이렇게 필요합니다.
조직에서의 끝 그림 1. 일하는 방식에서의 끝 그림(End Picture)
아파트 내부 조감도를 보면, 이 아파트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조감도에 색감이 더해지니, 내가 실제로 이 집에 살면 이런 가구와 이런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겠구나, 아이들은 이 방을 쓰면 되겠구나 하는 끝 그림의 상상력을 펼칠 수가 있습니다.
아파트의 조감도처럼 조직의 '일하는 방식'에도 조감도가 필요합니다. 아파트 조감도에 전체 모습과 구역별(안방, 거실, 주방 별) 모습이 있는 것처럼 조직의 일하는 방식에도 전체 모습과 구역별 모습을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구역별 모습의 예를 들면, 1단계 고객 니즈 확인, 2단계 과제화 여부 확인, 3단계 실험... 이런 방식으로 구성원들이 프로세스대로 따라가면 되는 조감도를 그려보고 합의하고 전파하는 것입니다.
앞서 박상무는 '여러 번 이야기했으니, 이 일의 프로세스는 다 알고 있을 거야.'라고 기대했습니다. 파트장도 알고 있었겠지만 전무님의 주문이었기에 예외 사항으로 분류했을 겁니다. 일의 방식이 명확하게 합의되지 않았기에 커뮤니케이션의 비용이 과다하게 들어갑니다. 예외사항처럼 느껴지면 빠르게 확인하고, 문제가 있으면 협의 미팅을 재빠르게 갖는 방식들도 '일하는 방식'이라는 끝 그림에 그려져 있어야 합니다. 이런 시스템이 있어야 ‘구성원이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혹시 일하는 방식에 관해 끝 그림이 명료하지 않아서 박상무님과 같은 증상을 겪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만약 아래의 리스트에 해당되는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꺼내어 다뤄야 합니다. 조직원들이 명료해질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일하는 방식이 문화로 정착하도록 하셔야 합니다.
중간보고를 하러 와야 방향을 제대로 잡았는지 코멘트할 수 있는데 오지 않는다. 늘 같은 방식으로 애를 태운다.
이 정도 의사결정은 스스로 할 수 있는데, 수시로 물으러 온다.
이 상황에서는 빠르게 이슈를 상대에게 알리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야 하는데, 혼자 해결한다는 미명 아래 문제를 키운다.
이 일을 몇 년 동안 했는데도, 업(業)과 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신입이나 주니어 구성원들에게도 일하는 방식이 전파되어야 하는데, 멘토링 해주는 선배가 없다.
물론 위에 나열된 이슈들 속에는 다른 원인(예. 구성원의 역량이나 태도 이슈) 때문에 생기는 문제도 섞여 있습니다. 하지만 일하는 방식의 끝 그림을 명확히 그려주고, 필요하다면 각 단계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그 노하우를 알려준다면 많은 부분에서 해소가 될 거라고 봅니다. 앞서 박상무님 조직도 그 프로세스가 명확하게 소통이 되면, "전무님 말씀하신 A소재는 과제화가 될 수 없는 거잖아. 그 고객이 중요하니까 ‘우리가 노력을 해봤는데 몇 가지 차원에서 안된다’는 근거를 달라는 소리가 아니실까?" 하는 이야기가 파트장 입에서 먼저 나왔을 겁니다. 아니면 적어도 "과제화가 될 수 없는 건데, 상무님과 다시 한번 의논해보자"라고 했을 겁니다.
조직에서의 끝 그림 2. 협업 과제의 끝 그림(End Picture)
하우의 B2B 담당 팀장이 하반기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각 기업의 HR 담당자를 모시고 컨퍼런스 형식의 모임을 가지면 좋겠다고 합니다. 너무 기특하죠? 중요한 행사이니 함께 협업해야 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 끝 그림을 그려보자 합니다. B2B 담당자들과 모여 끝 그림을 그려봅니다. 다음의 질문에 포스트-잇을 활용 하여 서로 의견을 나누고 조감도를 그려가기 시작합니다.
이 HR 컨퍼런스를 왜 해야 할까?
HR 컨퍼런스를 성공리에 마쳤을 때, 어떤 모습을 보면 우리가 성공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성공의 모습을 몇 개의 차원으로 나눠보면 어떨까? (고객 차원에서 무엇을 보면 오길 잘했다고 생각할까? 무엇을 보면, 고객이 하우코칭에 일을 맡겨야겠다고 생각할까? 이 일을 하면서 우리들은 어떤 부분에서 성장할 수 있을까? 이전의 컨퍼런스보다 더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만든다면 어떤 것이 가능할까?)
포스트-잇을 활용 하여 의견을 화이트보드에 붙입니다. 끝 그림에서 빠진 것이 없도록 몇 가지 준거(고객 관점, 구성원 성장 관점, 재무 관점 등)를 제시하여 '마음으로의 창조'를 좀 더 정교화합니다. 이 그림이 명료해지면, 구성원들은 각자의 일을 주도적으로 해낼 수 있습니다. 잘 이해가 안 되는 구성원은 중간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구성원 역량을 위해 애를 써야 하지만, 끝 그림을 함께 그리면 위임은 좀 더 자연스럽게 이뤄집니다.
조직에서의 끝 그림 3. 개인 과제의 끝 그림(End Picture)
Daily Meeting에서 한 구성원이 '(외부에 프리랜서로 일하는) 작가님께 이번 달 홍보물과 관련하여 ZOOM으로 미팅을 하려 한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가볍게(?) 묻습니다. '그 작가님과의 미팅이 끝나고 어떤 결과가 있으면 좋겠는지'를요. 과제의 결과뿐 아니라 그 작가님과의 관계 및 동기부여 관련해서도 끝 그림을 그리도록 돕습니다. 그럼 일의 결과가 달라지고 그 작가님과도 더 좋은 관계가 되니, 구성원은 더 신나게 일하게 됩니다.
물론 끝 그림을 스스로 그리기까지는 리더의 시간과 노고가 많이 필요하지요. 그러나 점차 구성원의 주도성을 보시게 될 것이고 끝 그림에 관한 꼰대 짓도 서서히 줄게 됩니다. 리더로서 기쁜 것은, 살아 움직이는(?) 구성원을 모습을 목격하는 것입니다. 이 행복은 리더로서 많은 것을 감당할 에너지를 줄 겁니다.
당신의 멋진 리더십을 응원합니다.
당신의 곁에서, 현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