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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미숙 Sep 01. 2021

16편. 협업, 제대로 하고 있나요?

리더십이 어려운 당신에게



꼭 협업을 해야 하나요?

4차 산업혁명을 ‘아침에 일어나면 지형이 바뀌는 모래사막’에 비유합니다. 그만큼 변화와 컨버전스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속도로 일어난다는 것이겠죠. 그래서 각자의 기량만으로는 이 변화를 헤쳐나갈 수 없기에 협업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량으로 손꼽힙니다.


그러나 협업의 프리미엄을 잘 따져봐야 합니다. 협업이 진짜 이득을 가져다주는지 말입니다. [아웃퍼포머]란 책에서 협업의 프리미엄을 다음과 같이 계산합니다.


협업의 프리미엄 = 추진 시 이점 - 기회비용 - 협업 비용(시간 지연, 예산 초과, 품질 저하, 매출 감소)


이렇게 계산했는데도 남는 장사라면, 비로소 협업을 위한 조건 하나 취득한 것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협업에 필요한 시간과 기술과 돈을 할당할 수 있는가 하는 겁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구요? 하지만 협업이 주는 프리미엄에만 몰두한 나머지, 조직의 자원은 생각지 않고 뛰어드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자원의 배분이나 지원이 부족한 협업 프로젝트는 결국 폐기되거나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되죠. 실패한 협업을 경험한 구성원들은 이후 새로운 협업 과제가 있을 때, 매우 큰 저항성과 방어로 임할 확률이 큽니다.



협업과 협력은 달라요

큰 이득이 예상되고 자원도 어느 정도 확보될 수 있는 협업 과제라면, 이제 협업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개념이 협업(collaboration)과 협력(cooperation)의 구분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협업과 협력은 다릅니다. 그 과제의 주인이 상대방이고 상대방의 과제를 도울 때, 우리는 이것을 협력이라고 부릅니다. 반면 협업은 그 과제의 주인들끼리 만나 일을 하는 겁니다. 즉 그 과제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협업은 이뤄질 수가 없는 것이죠. 협업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제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실제로는 협업이 아니라 협력을 하고 있는 꼴이니 그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그 과제를 자신의 과제로 소유하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앞서 길상무께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떤 히스토리가 있었는지, 이 일을 통해 얻게 될 영향력은 무엇인지, 그 영향력을 위해 공동으로 가져야 가야 할 끝 그림(end picture)은 무엇인지, 평가는 어떤 차원에서 이뤄지는지 나눠야 합니다.


이때 협업의 목표에는 4가지 요소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하며, 한계가 분명하고 공통적인 목표를 담고 있어야 합니다. 특히 당사자 간에 이해가 얽혀 있다면 더욱 명료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3년 내에 식품 분야에서 ‘통합’ 시장 점유율을 50% 높인다”와 같은 형식이겠죠. “우리 목표는 전 세계 질병과 싸우는 것”이 조직의 미션이라면, 협업 목표는 “우리 목표는 20년 내에 말라리아 사망자가 0이 되는 것”과 같은 것이 될 것입니다([아웃퍼포머] 참조).


구성원들이 협업에 대해 더 깊은 주인의식을 갖도록 돕고 싶다면, 한 가지 더 해볼 것이 있습니다. 이 협업 과제가 구성원 개인 커리어에 어떤 기여를 할지 관점을 나누는 것입니다. 즉 협업 과제가 어떤 역량을 강화시켜 줄지, 그 역량이 미래의 커리어에 어떤 도움을 줄지, 무엇보다도 협업에 참여하고 조율하는 경험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에 대해 관점을 나누는 것입니다. 혹여 자신의 미래나 꿈을 그려보지 않았거나, 자신의 역량이나 장점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했거나, 회사 일에서 깊은 몰입 경험이 없었던 구성원이었다면, 이런 관점을 나누는 시간은 가뭄의 단비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시스템 사고가 필요해요

 “앞집 남편은 결혼기념일에 장미꽃 30송이를 사 왔대!”하며 부러워하는 아내를 위해 앞집 아저씨와 똑같이 ‘장미꽃 30송이’를 사다 줬습니다. 그런데 그날 부부싸움을 합니다. 왜 원하는 대로 해줬는데 화를 내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구성원이 말할 기회를 주라고 해서 질문을 했는데, 말이 더 없어집니다. 우리 구성원들은 질문보다는 지시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협업을 하면서 사이가 좋지 않은 것 같아,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술도 한잔 했습니다. 이렇게 까지 했으면 서로 협조해야 하는데, 밥 먹을 때 따로, 일할 때 따로인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림] 만다라트_https://www.superookie.com/contents/58ad51348b129f715f45c49f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단선적 사고를 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원인과 개입이 필요한데, 단 한 가지의 원인에 의해 이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단선적 사고의 반대가 바로 시스템 사고입니다. 세상 대부분의 일은 복잡한 원인과 매개 요소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남으로써 만들어집니다. 바로 세상이 단순계가 아니라 복잡계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결과에 미치는 메커니즘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시스템적 사고입니다.


시스템 사고를 이야기할 때 가장 쉽게 드는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LA 에인절스 투수로 있는 ‘오타니 쇼헤이’ 야구 선수입니다. 2017년 26세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인데, 고등학교 시절부터 일본 프로야구 드래프트에서 8개 구단 모두 1순위로 뽑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만다라트’ 양식에 탑재한 것입니다. 옆의 그림이 바로 오타니 쇼헤이가 작성한 계획입니다. 대단하죠? 메이저리그 진출이 얼마나 오랜 기간부터 준비된 노력이었는지를 보게 됩니다. 또한 마구잡이 식의 노력이 아니라 오타니 쇼헤이의 체계적 사고 덕분에 빛을 발한 것이라는 것도요.


결국 ‘시스템 사고’란, 부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요소 간의 상호 연관성과 구조를 보고 leverage가 높은 변수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협업 중 서로에 대해 잘 몰라서 생긴 갈등이라면 술 한잔 나누는 것이 유대감 형성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능력 부족이나 자원 부족, 혹은 오해나 불성실한 의도가 원인이라면 다른 대응이 필요합니다. 협업도 갈등도 시스템 사고가 매우 중요합니다.



문제는 목표 때문에 생깁니다

10년 전에 어떤 전무께서 표류하는 협업 프로젝트를 맡았던 경험을 말씀해주셨습니다. 누구도 맡기를 꺼려했던 프로젝트였는데, 그 배가 가라앉는 모습을 그저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해보겠습니다’라고 수락한 자리였답니다. 각 조직에서 모인 멤버들은 서로의 탓만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생산 조직에서는 R&D를, R&D는 품질 조직을 탓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든 3개월은 그냥 두었답니다. 1년 기간을 받은 프로젝트였는데, 3개월을 지켜보기만 했다니 그 전무님의 담력도 대단해 보입니다. 사실 담력이라기보다 자신과 구성원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요.


물론 한 가지 룰만은 지켰는데, 아귀다툼을 한 후 헤어질 때는 반드시 한 가지 질문에 성찰을 나누도록 했습니다. 질문은 바로 “그래서 무엇을 다르게 해야 합니까?”였습니다. 서로 남 탓한 후에 이 질문을 받으면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아마 처음에는 대답을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 질문이 구성원들의 마음에 긍정과 미래의 씨앗이 되어 점차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달리하면,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에 맞춰지기 시작했을 겁니다. 결론적으로 그 협업 프로젝트는 성공을 했고, 대통령상까지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그 문제와 그 문제를 발생시킨 원인에 초점을 두게 됩니다. 혹은 과거에 안되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안 되는 일이라고 손사래 칩니다. 그럴 때 지혜로운 리더들은 목적과 목표를 상기시킵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문제는 목표와 현재 상태 간의 갭(gap)으로 인해 생긴 거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질문도 바뀝니다. “왜 못한다는 소리만 합니까?”가 아니라 “우리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적은 가능성이라도 해볼 만한 것은 무엇입니까”라고 묻습니다.


협업의 시대입니다. 협업을 이끌어내는 영향력이 리더십의 매우 중요한 화두입니다. 피할 수 없는 리더십의 영역이기에, 기회가 오면 제대로 해봐야 합니다. 협업이 정말 필요하고 가능한 프로젝트인지,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정렬시킬 것인지, 갈등과 문제가 발생될 때 어떤 시선과 담력으로 이끌어야 하는지, 일이 되게 하는 메커니즘은 무엇인지 체계적으로 사고해야 합니다.


어렵게 느껴지지만, 당신이 가진 협업의 성공체험을 떠올려보십시오. 몇 가지 요소는 벌써 가지고 계실 겁니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시간이 좀 더 있을지도 모릅니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하나씩 챙겨보십시오. 늦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식지 않는 열정으로 한 발을 내딛는, 당신의 멋진 리더십을 응원합니다.              


                                                                   

                                                                                                              - 당신의 곁에서, 현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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