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자극적인 콘텐츠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있던 탓인지, 미디어에서 흔히 그리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처럼 윤재가 누군가에게 해를 가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엄마는 윤재를, 윤재는 곤이를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지 않았다. 그리고 짐작하건대 심 박사도 의식 없는 윤재의 엄마를 찾아가 윤재와 나누었던 이야기를(윤재가 더디게나마 성장하는 그 이야기들을)하며 윤재의 엄마에게 말을 걸고 희망을 심었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개념으로는, 이들의 노력은 사랑이다.
윤재 스스로 비로소 인간임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은 캘리포니아산 아몬드도 아니었고, 희노애락오욕이 적힌 종이도 아니었다. 윤재를 사람으로 만든 것은 우리 곁에 만연한 사랑이었다. 엄마, 할머니, 심 박사, 윤 교수, 도라, 곤이, 그리고 윤재가 책에서 내내 나누었던 것은 사랑이었음을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 사랑이 따뜻하고 고마워서 눈물이 핑 돌았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건 사랑이라는 말이 식상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가족을 사랑하고 친구를 사랑하고 연인을 사랑하는 건 너무 당연한 것처럼 행해지고 있다. '당연한 것처럼'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인간에게는 보편적인 이 '사랑'이라는 개념이 소년원 시절의 곤이처럼 누군가에게는 닿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랑에서 소외된 사람(ex. 과거의 곤이, 어쩌면 철사)이 읽으면 안 될 것 같은 책이다. 그들이 느낄 박탈감이 걱정된다. 그들이 이 책을 읽기 전에 사랑받을 시간이 주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