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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뺨 Oct 29. 2020

제주도에서 요가하며 한 달 살기

어제의 나로부터 멀어지기 Part 1. 여행

   십 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저는 지금 제주도에 있어요~ 네, 맞아요! 제주도 한 달 살이! 그거 하고 있어요~


  애당초 제주도 한 달 살이의 목적은 좋아하는 요가원에서 요가와 명상을 수련하는 것이었죠. 머무를 지역을 고르는데 고민은 없었어요.

  요가원까지 걸어서 15분이면 갈 수 있고, 걸어서 5분 거리에 마트도 있는 오피스텔을 빌려서 살고 있어요. 집 앞에 버스 정류장도 있어서 웬만한 데는 버스시간표 맞춰 편하게 다녔어요. 뚜벅이로 제주도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동 수단이 확실히 중요하거든요.

  3월 한 달의 제주도 한 달 살이는 제게 행복을 선물해주었는데요. 주로 버스를 타고 오고 갈 때, 버스를 기다릴 때 그 행복이 배가 되더라고요. 지금 가는 곳은 어디지? 아까 어떤 사진을 찍었지? 지나가면서 봤던 게 그게 모였지? 친구들한테 보내주고 약 올리는데 사진은 매우 중요하거든요.

  

  특히, 제주 버스를 탈 때 가장 선호하는 자리가 있는데 그건 바로, 기사님 옆자리예요.

기사님에게 밝게 인사하고 자리가 비어 있으면 바로 착석해서 중간에 길도 물어보고, 거리 구경도 해요.

차가 없으면 어때요? 이렇게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제주 버스가 있는데요. 한 시간 넘게 버스를 타도 지루할 일이 없어요. 졸다 보면 기사님이 깨워도 준답니다. 대신, 노약자나 임산부가 타면 자리 양보는 필수예요!


  제주도 한 달 살이를 시작할 때만 해도, 오른팔이 저리고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이 마비되는 듯한 증세가 있었어요. 늘 소화 불량이었고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설사를 하거나 변비로 화장실을 못 가거나 했습니다. 몸의 뒷면은 전체적으로 알 수 없는 통점이 가득했지요. 걸어 다니는 환자였다고나 할까요. 눈은 늘 충혈되어 있었고, 말도 어눌했어요. 집중을 할 수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한 지 한참이었어요. 책을 읽어도 글자만 읽었을 뿐 내용이 기억에 남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주도에서 하타 요가와 명상을 하는 때를 제외하고, 쉬고 싶을 때는 그냥 오피스텔의 방에서 누워만 있었어요. 제주도까지 와서 너무 무기력하게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지만 몸과 마음이 점차 회복하고 있음은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제주도에서 만발한 벚꽃을 보고, 바람 가득한 봄비를 맞고, 햇살 가득한 봄날을 만끽했기 때문이겠죠.


  제주도 아난드 요가원에서 선생님께서 틀어 놓은 가수 정태춘의 노래를 들으며 함께 수련하는 분들과 따뜻한 보이차 한 잔도 큰 영향을 주었을 거예요.


  "어, 왔나? 차 한 잔 해!"


  그때 차담을 나누면서 어쩌다 제주도 한 달 살이를 하게 되었는가를 건조하게 말씀드렸지만, 뜻밖의 촉촉한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중 한 분이 담담하게 속상한 이야기를 꺼내는 저를 안쓰럽게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어요.


   “나도 딱 그 나이에 그렇게 힘들었더랬지.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잊었어. 그리고 이 나이가 되었어.”


  지금도 그 날의 그 분위기가 떠오릅니다.


  처음 제주도 아난드 요가원에 요가와 명상을 하러 들어섰을 때, 두 가지가 인상적이었어요. 하나는 흘러나오는 음악이 포크음악이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수련자들의 수준이 정말 높았다는 것이었어요. 수련 전과 후에 이완하는 시간도 충분히 가질 수 있어서 서울에서 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더 여유로웠어요.


  그런 제주도의 아난드 요가원에서 평일에는 요가를 수련하고 일요일에는 명상을 수련합니다. 제주도 한 달 살이의 목적을 수련으로 삼은 것은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제주도 한 달 살이의 명확한 목적이 있어서 시간이 무료하지 않았고 한 달 살이 후에 선명한 여행 자국이 남아요.


  요가 무식쟁이인 제가 요가에 대해서 뭔가를 물어보면 이렇게 말씀하시곤 하셨어요.


   "저기 책꽂이에서 요가 사전 좀 가져와 보게. 그리고 직접 찾아보게."


  세상에 요가 사전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됩니다. 뒤적뒤적거리면서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구해봅니다.


   "무엇 무엇이라고 쓰여있습니다."

   "응? 잘못 찾은 듯 하구만. 어디 줘봐. 실은 이런 뜻일세."


  스승과 제자의 사이가 진정으로 이러한 것 아닐까? 새삼 참 스승을 만나본 것 같아서 정말 기뻤어요.


  마지막 떠나는 날, 인사를 제대로 드리고 왔어야 했는데 하지 못하고 올라온 죄송한 마음을 이렇게 아난드 요가원을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제주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아난드 요가원을 찾아가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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