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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뺨 Oct 30. 2020

제주 한 달 살기의 마침표는 한라산

어제의 나로부터 멀어지기 Part 1. 여행

  제주도에서 늘 혼자였지만, 늘 자연과 함께 있었어요. 제주도 자연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으라면, 한라산을 오를 때입니다. 날씨 좋은 날 영실 코스를 오르며 병풍바위의 등산로를 오를 때였어요. 까마귀 두 마리가 등산로 안전줄 위에 앉아서 오르는 저를 마치 째려보고 있듯 보고 있었어요. 머리를 들어서 저 멀리 먼저 올라가는 남자 등산객을 봤는데, 그의 주변에 있던 까마귀들은 인기척에 잽싸게 날라서 달아났거든요. 분명히 달아났다고요. 이놈들이 사람을 차별하고 있었어요.


  평소 해변이나 들판에서 머리 위로 까마귀들이 날아갈 때는 무서움이 없었는데, 바로 코앞에서 까마귀를 보니 달랐어요.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 거친 깃털, 사나운 눈동자에 바로 쫄보가 되었습니다. 그 순간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남길 용기 따위도 없었어요. 무서움을 애써 억누르며 짐짓 모른 체 까마귀들 사이를 지나가는데, 어찌나 심장이 두근거리던지요.


  도시에서 나고 자라 자연을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여행 내내 홀로였기 때문에 낯선 모든 곳에서 오감이 열렸음을 느낄 수 있어요. 청각, 시각, 후각, 촉각, 미각까지요. 아마도 사람이 자연의 일부라 생존본능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안전 표지판 말대로 멧돼지가 출몰할까, 뱀에 물릴까, 위험에 빠질까 두려움으로 오감이 열렸던 것이죠.


  오감이 열리는 체험을 하고 싶다면, 홀로 한라산에 오르기를 추천합니다. 영실 매표소에서 영실 휴게소까지 이른 아침에 아무도 없는 길을 걸어보세요. 바스락 소리에도 얼마나 놀라는지 그리고 그 바스락 소리의 주인공, 노루의 꼬리가 얼마나 귀여운지를 알게 될 거예요. 단, 안전한 길로 가시길.


  3월 한 달 동안 제주도에서 부는 봄바람을 맞아가며 즐겁게 살았어요. 그렇지만 그 바람을 뒤로하고, 4월에는 서울로 올라왔죠. 올라오기 전에, 오피스텔을 중개한 부동산 직원과 간단히 통화를 마치고 하루 뒤에 보증금에서 관리비(가스비 포함), 청소비를 제한 금액을 받았어요.


  여기에서 한 달 살이 팁!

혹시 제주시 오피스텔 원룸에서 지낼 경우, 아파트처럼 수선충당금이라고 받아야 할 돈이 있어요. 이점 꼭 잊지 마세요. 가끔 안 주는 경우도 있다니 꼭 확인해보세요.


  그럼, 이제 뭐 하고 있냐고요? 퇴사 기념 축하 선물인 제주도 한 달 살이를 마치고 서울에 올라와서 빈야사 요가 지도자 과정에 도전하고 있답니다. 물론 허리 통증도 있고 뻣뻣한 몸이라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해낼 거예요.


  제주도 한 달 살이를 하고 나서 재취업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아마도 요가 지도자 과정이 끝나고 가봐야 결심이 설 것 같아요. 사실 제주도 한달살이를 하면서 요가 지도자 과정을 들어 보자 결심했거든요, 그래서 뒤늦게 지원서를 제출하고, 막판에 전화 인터뷰를 보고, 맨 꽁지로 눈물겹게 합류하게 됐답니다. 늘 정답을 모르고 사는 인생이라 이번에도 일이 어찌 흘러갈는지는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그거면 됐지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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