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을, 월정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한 달 전에는 서울 한복판 봉은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했지요. 어렸을 때는 외국인들이나 관광 차원에서 가는 데인 줄 알았고, 커서는 연예인들이나 방송 찍으러 가는 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요가와 명상을 접하며 불교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그러다가 경복궁을 걷는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식 건축물에 얽힌 역사를 듣고 보니 경복궁이 다르게 보였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집 뒷산에 있는 절에도 찾아가서 둘러보고 예술의 전당 뒷산에도 올라가 절을 둘러봤습니다. 이런 데서 하루를 보내면 어떤 느낌일까.
그래서 바로 템플스테이를 신청했습니다. 첫 템플스테이를 봉은사로 정한 까닭은 여차하면 집으로 도망치기 쉬워서입니다. 대문만 나서면 도심 한복판이잖아요. 그랬던 봉은사 템플스테이에서 스님과 차담을 나누다가 산사 속 템플스테이 월정사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또 망설임 없이 월정사 템플스테이에 신청했습니다.
시외버스를 타고 시내버스를 타고, 월정사 입구에서 어묵을 하나 사 먹고 템플스테이를 시작했지요. 프로그램 시작이 오후 2시인가 그랬는데, 너무 일찍 가서 알짱대니까 보살님이 먼저 들어가 여독도 풀고 몸도 녹이고 있으라며 배려를 해주십니다. 사실 추웠어요. 춥다고는 해서 여벌의 옷을 챙겨갔지만, 낮에도 그렇게 추울지 몰랐습니다. 대추를 통째로 쪄서 넣은 대추차를 마시고 양지에 가 앉아 있어도 찬 기운이 가시지를 않더라고요. 덜덜 떠는 모습을 불쌍하게 여겨주신 보살님에게 지금도 고맙습니다. 방바닥 온돌이 어찌나 따뜻하던지 잠시 쉬었음에도 감기 걸리지 않았어요. 덕분입니다.
월정사에서 타종할 기회를 주셔서 어둑한 저녁에 큰 범종을 울려봤습니다. 실제로 월정사를 찾는 일반인들도 듣는 소리이다 보니 다소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스님의 말씀에 따라 타종을 합니다. 제자리로 돌아가서 다음 분의 소리가 들릴 때까지 정말 머엉했어요. 큰 종을 치면 그 소리에 가슴이 뻥 뚫리거나 정신이 맑아진다거나 이런 경험을 할 줄 알았는데, 정말 뜻밖이죠. 타종할 때 멍을 때리다니.
아마도 범종의 크기에 압도당했기 때문이고, 그 분위기에 취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렇게 멍을 때리며 남은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이른 밤 정해진 방에 누워 천장을 보고 눈을 잠시 감았는데, 다음날 새벽 4시였습니다.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불면증으로 뒤척이느라 잠을 못 잤는데, 문자 그대로 눈을 감았다 뜨니 한 숨을 자고 일어난 것입니다. 그것도 불면증 환자의 꿈, 숙면을 말입니다.
이것은 오대산의 정기를 받았기 때문인가, 풍수지리상 정말 복된 자리였기 때문인가, 이도 저도 아니라면 아주 피곤했기 때문인가. 어찌 되었든 간에 오래간만의 숙면은 심신을 정말 건강하게 만들어줬어요. 새벽 4시에도 폴짝폴짝 뛸 수 있을 만큼 에너지가 차 올랐습니다. 밝아진 마음으로 마련된 프로그램에 하나씩 참여하고 아침 공양을 드렸는데, 정말 꿀맛이었어요. 퍼진 떡국이 이렇게 맛있다니. 역시 사찰 음식이라며 속으로 감탄을 연발했습니다.
세 번째 템플스테이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인연이 닿는 곳이 생기리라 믿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되어 일상이 자유로워질 때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여러분 중에 혹시 템플스테이를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꼭 체험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가보지 않으면 그 기분을 영원히 알 수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