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뺨 Nov 23. 2020

딸과 엄마, 서로의 까르마

어제의 나로부터 멀어지기 Part 3. 명상

딸과 엄마의 관계는 까르마(Karma)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업보(業報)라고 이해해야 받아들이기 수월하다. 지난 생에 딸과 엄마는 반대의 역할로 살았음에 틀림없다. 현재의 딸이 엄마였을 것이고, 지금의 엄마가 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서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러니까 전생에 내가 엄마로서 딸한테 신세를 많이 지고 죽었던 것이다. 딸에게 잘해주지 못하고 죽었던 것이 천추의 한이 되어서 현생의 엄마에게 딸로 태어나 그 빚을 갚는 중이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부모 사이에서 딸은 나름의 노력을 했다. 경제적으로는 부모의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방파제 역할을 했고, 정서적으로는 남녀 사이의 완충제 역할을 자처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덧없었다.


누군가 그 역할을 하라고 등 떠밀지는 않았다. 독립하겠다며 야멸차게 자리를 박차고 부모 곁을 떠났어도 됐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 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역할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가족도 그 공로를 인정하지 않는 듯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보호자는 딸이 되어버렸다. 아빠의 보호자는 아들이 되었고. 우리 가족은 다시 흩어졌다. 그럼 우리 가족은 불행하게 살고 있느냐. 글쎄다.


가족이라고 해서 같이 산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딸은 비로소 엄마로부터의 독립을 준비하게 됐다. 이제 이 까르마를 정리하고자 한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아도 관계는 긍정적으로 개선되리라. 딸은 또 속도 없이 행복한 미래를 기대한다.


이전 20화 정답을 모르겠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