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볼 공연을 찾던 중에 국립국악원 창단 기념공연을 알게 되었어요.공연 제목은 '혹 되지 아니하다'인데, 예매할 당시만 해도 무슨 내용으로 공연이 전개되는지 크게 관심 없었어요. 그런데 이게 웬걸... 객석에 불이 다 꺼지고 첫째 마당이 시작되면서부터 감동입니다!!!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내레이션으로 배우 이원종 님이 이렇게 읽어 내려갑니다.
"하늘이 열리고 땅이 생겨 날 제,
하늘과 땅, 둘 사이를 하나로 잇는
나무, 신단수가 솟았네."
동시에 등불로 형상화된 하늘, 땅, 신단수가 무대에 올라요. 이어서 축원 비나리가 울려 퍼집니다. 내용은 대략 "여기 오신 관객분들 만사형통하셔라." 였어요. 그런데 만사형통에서 서로손을 꼭 붙잡고, 우리 여기 축원받으러 왔나 보다, 일이 다 잘 되려나 보다며 괜스레 둘이 눈시울을 붉혔죠... 주책이에요... 주책... 그 뒤로, 사물놀이, 설장구, 산조합주, 흥타령 시나위와 살풀이가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대미는 살풀이였는데요. 살면서 살풀이는 눈으로 처음 봤어요. 그것도 생생하게... 여자분인가 싶을 정도로 곱고 신비로운 분이 나오는데, 그분이 박성호 님이에요. 그분의 손가락 하나하나가 파르르 떨립니다. 그분의 발짓 하나에도 전율이 느껴집니다. 눈매에서는 감정이 전달됩니다. 긴 명주 수건이 들어지고 맺어지고 풀어지는 모습에 우리네 희로애락이 담겼대요. '나쁜 기운은 없앤다.'는 의미의 살풀이는 그야말로 우리나라 그 자체였어요.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어렸을 때 회심가를 좋아했어요.뭐랄까.. 인생이 삶과 죽음의 균형으로이루어졌다고 느꼈을까요... 그냥 좋았어요.그리고는 국악을 잊고 살았네요. 그렇게 대중가요다 팝송이다 아이돌이다 뮤지컬이다... 한참을 보내고... 좀 커서는 음악은 역시 클래식이지라며 난 체를 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만난, '혹 되지 아니하다' 공연으로 국악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어요. 우리 모두가 현묘한 이치로 이 세상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해져서였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