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중에는 녀석들과는 전혀 다른 습성을 가진 비둘기가 있다. 바로 양비둘기라는 녀석이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한반도에서 살아왔던 토종 비둘기가 바로 녀석들이다.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집비둘기와 달리 양비둘기는 도시에서는 살지 않는다. 주로 깊은 숲 속이나 절벽 등에서 살아가며 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양비둘기 개체 수는 대략 백여 마리 정도밖에 되지 않을 만큼 희귀한 종이기도 하다.
지리산에 깊은 곳에 자리 잡은 화엄사, 필자가 관찰한 양비둘기는 이곳에서 살아간다. 녀석들은 주로 사찰 지붕이나 그 틈 사이에서 살아간다. 주로 처마 위에 앉아 쉬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필자가 찾아간 그날도 여러 마리의 양비둘기가 처마 위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 모습이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매우 운치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 가자 금세 자리를 피해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사람들이 지붕 위에 오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녀석들은 자리를 피하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을 경계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는 집비둘기와는 큰 차이가 있다.
양비둘기는 언뜻 보면 집비둘기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래서 녀석들을 보면 ‘뭐야 비둘기랑 똑같이 생겼네’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 녀석들의 습성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다 똑같이 보이는 것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녀석들이 사람들을 볼 때 백인종이나 흑인종, 황인종도 다 비슷비슷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양비둘기와 집비둘기, 두 종은 엄연히 서로 다른 종이다. 자세히 관찰하면 깃털의 모양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비둘기는 꽁지깃 색깔의 흰색 무늬가 있으며 날개에는 2줄의 검은색 줄무늬가 나 있다. 하지만 집비둘기 몸 색깔이 워낙 변이가 심한 편이어서 양비둘기와 매우 흡사한 깃 색깔을 가진 녀석들도 많다. 그래서 생김새보다는 서식지를 통해 구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양비둘기가 서식하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 아니라면 주변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비둘기는 집비둘기라고 여기면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