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서 C May 06. 2022

이틀 만에 응급차를 두 번 타고 느낀 것

일상의 소중함

가정의 달, 불효녀가 되었다. 이틀 동안 엠뷸런스를 두 번이나 타고 응급실 신세가 된 막내딸로 집안이 덜컥 뒤집혔다.


평범한 화요일의 아침이었다. 다만 컨디션이 유독 좋지 못했다. 간밤에 열이 올라 새벽을 뜬 눈으로 앓다 출근을 위해 준비를 하고 겉옷을 걸치는데 이마에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코로나일까 싶어 무거운 몸을 끌고 나간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지만 음성을 받았고 집에 돌아와 떨어지지 않는 열과 무기력함에 지쳐 갈 때쯤 걱정하는 가족들과 통화하는데 온몸이 굳고 혀가 말리기 시작했다. 어눌해진 말투에 나부터가 놀라 결국 응급실 신세를 지고 말았다.


검사 결과 이상 없으니 퇴원하셔도 좋습니다.


혀가 말리고 원하는 말을 내뱉지 못하는 환자에게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가족들은 뇌졸중과 뇌경색을 우려하며 걱정하고 있었고, 회사에는 다음날 역시 출근하지 못하겠다는 의사를 전하며 매우 미안하고 면목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튿날, 자고 일어나면 나아지겠지 괜찮아져야 할 텐데 라는 억지스런 긍정은 통하지 않았고 결국 증상이 심해져 전화를 건 119에서는 설명을 몇 마디 듣지도 않고 어눌한 발음만 듣고 바로 출동해주었다.


지방에 있는 가족들은 난리가 났고, 급기야 큰언니가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다. 하지만 둘째 날 들었던 결과 역시 같은 말이었다.


뇌 ct, 혈액검사, x-ray 모두 이상 없습니다. 신경과 외래를 잡아드릴게요.


신경과 선생님은 혹시 먹고 있는 약이 있거나 최근 추가된 것이 있느냐 물었고 나는 장기 복용 중인 약이 있음과 최근 염증소견으로 먹게 된 새로운 약이 있음을 전했다. 의사 선생님은 장기 복용 중인 약을 처방한 병원에 의견을 구할 것을 추천해주셨고 다행히 약을 조절하고 나니 혀가 굳은 것이 점차 풀려가고 있다. 또 경직된 몸은 하루 종일 마사지를 해준 언니 덕에 나아지고 있다.


공부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


이제는 어디에 말해서는 안 되는 이유로 작년 말 휴직을 한 직후 줄곧 다른 일을 하기 위해서, 복직을 한 이후에는 이전과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이유로 나는 어떤 시험을 준비 중이었고 시험은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너무 놀랐던 어머니는 내가 아팠던 이유가 불분명했을 당시 스트레스받지 말고 행복하게 건강하게 살라며 공부하지 말라는 충고를 하셨다.


나 역시 몸의 감각이 둔해지는 이상현상을 겪고 거의 일주일을 회사에 가지 못하고 나니 일상을 충실하게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내 빈자리 때문에 한주가 더 바빴을 팀원들에게는 너무 미안한 마음이기도 하다.


약 반년을 쉬지 않고 몰아쳐온 내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위기가 시험공부를 소홀히 할 핑계가 될 수 도 있겠지만, 정상적인 발음을 하며 보내는 이 권태로운 일상에 소중함을 느낀 것으로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가족들과 걱정해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금 감사함을 느끼며 한주를 마감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까칠하게 살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