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완전한 줄 알았다. 그 착각이 오래된 평화를 지탱하고 있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나는 변하지 않았다.
표면은 단단했고, 내부는 조용했다.
열기도, 냉기도, 무게도 모두
나를 지나쳐갔지만 나를 바꾸지는 못했다.
나는 그 정적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겼고,
내 모양을 운명의 끝이라 믿었다.
완전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착각은,
내가 지금껏 누려온 가장 단단한 평화였다.
그리고 바로 그 평화가
내가 몰랐던 한계이기도 했다.
어느 날,
내 안의 어딘가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작은 울림.
너무 작아서 처음엔 그것이 내가 아닌 바깥의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곧 알았다.
그 소리는 분명히, 아주 분명히 내 안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내면 깊은 어딘가.
가장 오랫동안 침묵을 지켜온 층.
그곳이 미세하게 흔들렸고,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얼굴을 하고
그 울림을 곱씹었다.
처음엔 믿지 않았다.
그 소리가 진짜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누구보다 오래 버텨왔고,
지금껏 단 한 번도 금이 간 적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는 점점
내 표면의 아주 미세한 결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손끝이 있었다면,
나는 그것을 쓸어보았을 것이다.
눈이 있었다면,
나는 그것을 뚫어지게 바라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돌이었다.
나는 오직 ‘감각’으로만
그 미세한 선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균열이었다.
말도 없이, 예고 없이 생긴
나라는 세계 안의 첫 번째 틈.
나는 당황했다.
두려웠다.
그리고 조금… 이상하게도,
안도했다.
그 틈은 나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다시 숨 쉬게 해주고 있었다.
나는 오랜 침묵 속에서,
스스로도 모르게 굳어 있었고,
스스로도 모르게 닫혀 있었던 것이다.
균열은 외부의 공격이 아니었다.
그건 내부의 목소리였다.
나조차 듣지 못했던,
오래도록 눌려 있던 나의 속살이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천천히 벌어진 것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나를 느꼈다.
아주 작고 섬세한 진동들이
내 안을 통과했고,
그 진동은 표면 아래에서
결정들을 아주 미세하게 어긋나게 만들었다.
나는 더 이상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이야말로,
내가 더 이상 멈춰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증거였다.
내가 누군가에 의해 깨지기 전에,
내 안에서 먼저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
그건 무서운 일이면서도,
어쩌면 가장 정직한 일이었다.
나의 단단함은
언젠가 갈라지기 위해 존재했던 것은 아닐까?
나는 다시 묻기 시작했다.
"나는 왜 완전하다고 믿었을까?"
"나는 진짜 스스로를 알고 있었던 걸까?"
그리고,
"나는 과연 나 자신을 끝까지 견딜 준비가 되어 있었던가?"
그 질문은
지금껏 나를 감싸고 있던 모든 평화를
조금씩 허물어뜨렸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더 이상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나는 돌이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틈을 가진 돌이 되었다.
그 틈은 나를 약하게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다시 살아 있게 만들었다.
정적을 찢고 들려온 가장 조용한 울림.
그 작은 ‘툭’ 소리는
내 생 전체를 다시 시작하게 만든 첫 번째 숨이었다.
당신이 완전하다고 믿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그 믿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을 때, 당신은 그것을 두려워했나요, 아니면 받아들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