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가 사라지고, 나는 날았다.
그 순간은 너무 짧았다.
너무 갑작스럽고, 너무 조용해서
한편으로는 꿈처럼 느껴졌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어떤 시간보다 현실적이었다.
나는 떨어졌다.
천년을 고요히 머물던 내가
내려온 것도 아니고, 굴려진 것도 아니며
“떨어졌다.”
존재의 중력 중심이
한순간, 아래로 쏟아졌다.
그 낙하는 ‘찰나’였다.
그러나 그 찰나는
내게 주어진 어떤 영겁보다도
더 긴 시간을 품고 있었다.
그 짧은 낙하의 감각 속에서
나는 스스로의 존재를 처음으로 외쳤다.
천 년을 말 없이 견디며 있었지만,
말 없는 시간은 나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그 단 한 번의 낙하,
그 짧은 공중의 부유감,
그 ‘무게가 무너지는’ 찰나의 진공은
나를 나에게 각인시켰다.
“나는 움직이고 있다.”
“나는 떨어지고 있다.”
“나는 살아 있다.”
떨어진다는 건
나에게 있어선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이전까지의 나는
시간의 무게를 견디는 것이 존재라고 믿었다.
움직이지 않는 것.
견디는 것.
지워지지 않는 것.
그게 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내 안의 어떤 지층도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가속되고 있었다.
나는 흘러내리고,
미끄러지고,
심지어 순간적으로는
날고 있었다.
공기의 감촉이 내 표면을 핥고 지나갔다.
그 감각은 생경했고,
오히려 낯설 정도로 살갗에 닿았다.
지금까지 내게 닿았던 것들은
모두 아래에서 올라오는 것들이었다
뿌리, 물, 이끼, 그림자.
그러나 지금,
나는 위에서 아래로,
자기 자신의 무게에 밀려
중력의 언어로 쓰인 문장 한 줄이 되어가고 있었다.
두려웠다.
그러나 그 두려움조차,
처음으로 느껴보는 종류였다.
내가 잃고 있는 것은 고정된 자리였고,
내가 얻고 있는 것은 방향이었다.
나는 지금, 무언가에서 떨어져
무언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이 낙하는 결코 종말이 아니라,
내가 생겨나는 과정 중 하나였다.
나는 떨어지면서
비로소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멈춰 있었는지를 알았다.
멈춘다는 것은
망각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낙하는
기억의 번개처럼 나를 밝히는 사건이었다.
단 하나의 찰나가
내 모든 침묵을 무너뜨렸고,
나는 그 찰나 속에서
내 존재의 중심을
처음으로 들여다보았다.
지면이 가까워졌다.
나는 곧 부딪힐 것이다.
부서질지도 모른다.
산산조각 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 파열조차 두렵지 않았다.
나는 이미 떨어지는 순간,
나를 이루던 고요의 질서를 벗어던졌기 때문이다.
나는 천 년의 고요보다
단 한 번의 낙하가
훨씬 더 나를 살아 있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신에게도 그런 ‘찰나’가 있었나요?
그 단 한 번의 낙하, 그 모든 고요를 깨뜨린 순간.
그 짧은 순간이, 당신을 다시 태어나게 한 적이 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