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9.11
팬데믹은 사람을 모을 수 없게 했었다. 내가 예뻐하던 조카 결혼식 때도 못 갔었다. 남편 회사 직원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사실 때문에 밀접촉자의 밀접촉자로 위험을 안고 있었기에 결혼식에 못 갔다. 이런 세상이 있나 싶었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을 초대하고 성대하고 멋진 결혼식을 할 수 있는 시절이 왔다.
'노력금지'라는 책을 냈었다. 그때 우리책을 출판해 주신 사장님 따님 결혼식에 초대받았다. 노력금지는 2013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기획 지원사업 최우수 선정작이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을 갖고 세상에 태어났다. 회사를 열고 얼마 안 된 우리들을 재미있다고 생각한 사장님의 기획에 힘입어 놀공을 세상에 소개하게 되었다. 그 덕분에 많은 매체에 소개되고 신문사와 잡지사에서도 인터뷰를 오고, 급기야 이제는 그만 인터뷰하겠습니다.라고 배부른 소리까지 했었더랬다.
그 시절 사장님의 따님은 중학생(?)이었고 미술 전공에 해외에서 유학을 했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가까운 인연으로 살아가고 있었기에 자라나는 모습을 SNS를 통해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조카가 자라는 것을 보듯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아왔다. 멀리서 보면 다 희극이라 했던가? 항상 즐겁고 해맑으며 친구들과 결성한 '심학산 밴드'도 재미있어 보였고, 만들어낸 미술 작품들 모두 젊음의 상징처럼 붉고 아름다웠다.
결혼을 한다는 청첩장을 보내왔다. 많이 궁금했다. 요즘 결혼식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고, 더 정확히는 아티스트들의 결혼식이 궁금했다고 해야 맞다. 남편은 재즈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는 정보가 있었다. 결혼식장은 '하림각' 손님이 없을 것 같다는 사장님 말씀이 무색하게 정말 처음 볼 정도로 커다란 예식장이 꽉 찼다. 식이 끝나면 식사를 하도록 돼있는 세팅이라 모두들 서있는 사람 없이 착석을 했었다. 화려한 샹들리에를 엄청나게 큰 꽃으로 장식하여 하늘에 매달아 두었고, 식탁마다 화려한 꽃으로 장식을 해두었다. 신부는 다 아름답다. 신부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찔끔 눈물이 나왔다. 주책이다. 나이 먹었나 보다.
식이 끝나고 단체 사진을 찍는데, '신부 엄마 친구들 단체사진' 순서가 있었다. 하하하 얼마나 유쾌한가. 마이크로 방송을 했다. 신부 엄마 친구들 나오세요~! 나도 나가서 단체사진에 멤버가 되어 사진을 찍었다.
출판사를 하면서 책을 인연으로 만난 많은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신부 엄마 친구들도 많이 나와서 마치 가족사진처럼 한 바닥 사진을 찍었다. 과연 나는 딸내미 결혼식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을까? 손꼽아서 친구들을 헤아려보았는데 어림도 없었다. 잦은 절교와 잦은 까칠함에 사람들이 남아나질 않는다. 사람 좋다는 말이 마치 욕 같다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흠.... 이제는 좀 순하고 착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나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신혼부부여 행복하라!
우리 딸은 가족끼리만 결혼식을 하자고 했으면 좋겠다. 가을이 가기 전에 사장님과 점심하기로 약속했다. 많은 궁금증을 물어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