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비련씨 Sep 20. 2023

즐거운 목욕탕

아련한 애련씨 13. 십 년 후쯤

이유 없는 불안이 3일에 한 번쯤 찾아온다. 매일 원인을 곰곰이 생각하고 찾아보고 있지만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불쾌감도 동반하여 의욕도 저하되고... 이런 것을 갱년기 증상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엔 억울함이 있다. 몸이 무겁고 운동도 하기 싫고 침대에 좀 더 밍기적 대고 싶은 날이 많지만, 억지로 일어나 수영복 입고 속옷 챙겨 가방에 넣고 겉옷은 뭘 입나 그 바쁜 아침에 고민하다가 여느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청바지에 티셔츠를 걸치고 짐을 주섬주섬 챙겨 피트니스 센터에 도착한다.

일단 도착하고 나면 그간 운동을 안 해서 늘어진 살집들을 온 김에 어찌해 보리라 열심히 세트를 채워가며 운동한다. 하체 운동을 주로 많이 한다. 10킬로 들고 스쿼트, 20킬로 데드리프트, 16킬로 아령 들고 런지 그 외에 2-3 가지 운동을 추가로 하고 스트레칭 후 짧게 수영을 하고 나온다. 이렇게 하면 1시간 10분 정도 소요가 된다. 그렇게 하고 탕에 들어가 목까지 담그고 끙끙 앓는 소리를 하며 릴랙스를 한다.

아침에 비슷한 시간대 운동하는 분들이 있다. 내 또래 정도 되는 2명이 있는데, 한 분은 아주 일찍 왔다가 8시 좀 넘어간다. 내가 일찍 오는 날만 마주치며 짧은 인사를 나눈다. 다른 1명은 시간을 좀 들여 운동하시는 분이다. 그리고 즐거운 시스터즈 분들이 계신다. 진짜 자매인 엔틱 사장님 두 분이 계시는데 매일 오신다. 그리고 근처 아파트 사는 두 분과 상냥한 한 분 이렇게 매일 마주치고 인사하는 5명의 회원들이 있다. 

이 분들 연령은 대략 나보다 대여섯 살에서 열 살쯤 많아 보인다. 항상 아침에 운동을 하고 탕과 사우나에서 하하 호호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신다. 잠깐씩 들어보면 어느 날은 동네 음식점 이야기, 미장원 이야기 그리고 어떤 날은 골프 이야기와 건강에 대한 방법이나 묘약 등을 이야기한다. 교양 있고 뽀얀 분들이라 매일 아침 기분 좋은 얼굴로 만나고 하하 호호 사우나에서 이야기 나누고 파우더룸에서 먼저 가는 사람들에게 안부 인사와 좋은 하루 보내라는 축언들을 해주신다. 얼굴을 봐온지는 3-4년 됐는데 항상 기분 좋은 상태로 지내신다. 

물론 멀리 보아서 희극일 수 있겠으나 어찌 됐든 아침마다 운동 와서 친구들 만나고 사사로운 이야기들 나누는 모닝 루틴이 참 좋아 보인다. 10년 후 나도 무언가 나의 일이 있는 상태로 모닝 루틴으로 운동과 수영을 하고 탕에 모여 수다를 떨고 사우나에서 요즘 건강식과 건강팁을 수건으로 땀 닦아가며 수군수군 이야기 나누고 싶다. 이렇게 가벼운 관계는 누군가 며칠 안 보이면 궁금하고, 그러다 나타나면 반갑고 살이 쪘는지 빠졌는지에 대한 안부를 묻는 즐거운 만남이다. 

슬럼프 얼른 정리하고, 다시 텐션 업 상태로 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연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