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예정자의 불안 #1 2023.12.18
7-8년 전쯤 과거 몸담았던 첫 번째 회사에서 교육담당자였던 M.A동기에게 퇴사 이후의 삶과 퇴사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특강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교육생들은 이미 내가 아는 사람들일 텐데 걱정이 컸었다. 그 당시만 해도 적극적인 퇴사예정자를 위한 교육이 체계를 갖추기 전이라고 해야겠다. 엄청 떨면서 강의를 하고는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게 끝냈었기에 담당자에게 이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닌 것 같다고 다음 강의는 고사했다. 그땐 지금보다도 더 좌충우돌했던 시기였고 아울러 나의 모습에도 무척 만족하지 못했을 때였다.
세월이 7-8년이 흘렀다. 이제 남편 정년이 매년 가까워지면서 퇴직을 앞둔 사람들의 마음을 밀접촉 거리에서 관찰하고 있다. 그들은 왜 불안해할까? 이것이 나의 첫 번째 질문이다.
내가 27살 시집오던 해 시아버지는 퇴직 후 안락한 노후를 즐기고 계셨다. 아마도 지금 남편 나이쯤 혹은 그보다 한 두 살 많으셨을 것 같다. 물론 최대치 혜택을 받는 예편한 군인이셨고 자격증이 있어 지금까지도 돈 걱정 하나 없이 사신다. 매일 동네 어르신들과 술약속, 옛날 전우들과 술약속 이래저래 술친구들 모임이 늘 있으셨다. 그리고, 비교적 규칙적인 생활을 하셨다. 아침에 운동 후 동네 작은 텃밭을 가꾸셨다. 농작물은 무, 배추, 파, 상추, 고추 등등이 있었는데, 얼마나 줄을 잘 맞춰 심으셨는지 앞사람과 한 치도 차이 없이 서있는 군 사열대 같았다. 묘목들은 시아버지 정신세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시대차를 둔다면 한 25년쯤 될 듯한데, 요즘 퇴직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튜브나 통계데이터와 논문 등에서 접하다 보면 더없이 우울하다. 어느 날은 자료 모으느라 하루종일 유튜브를 보았는데, 하나같이 지금 당장 돈을 모으거나 투자를 하거나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더 나이 들어서는 비참한 말로를 맞는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고 있다. 은퇴자들이 겪는 고통이 돈 문제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던 것은 돈이 있더라도 나를 대신하는 명함이 없어지고, 더 이상 아무도 아닌 존재가 된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불안한 미래에 대한 조장을 누군가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해대는 것은 아닐까?
누구나 퇴직 이후를 이렇게 걱정하며 불안해하며 또, 억울해하며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불안한노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