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인 포식자는 없다

포식자와 피식자에 대하여

by 우연우


사자는 백수의 왕이라 불린다.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그런데 사자의 사냥 성공률은 20~30%에 불과하다. 열 번 달려들어 일곱 번은 실패한다. 가젤은 사자보다 느리지만, 방향 전환이 빠르다. 사자가 직선으로 달리는 동안 가젤은 지그재그로 빠진다. 왕이라고 해서 매번 이기는 것은 아니다.


더 흥미로운 건 나무늘보다. 하루에 잎사귀 몇 장 먹고, 대부분의 시간을 나무에 매달려 잔다. 빠르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고, 눈에 띄는 무기도 없다. 도무지 살아남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나무늘보는 3천5백만 년을 버텼다. 포식자보다 오래 살아남은 생존자다.


비결은 단순하다. 나무늘보는 사자와 같은 경기장에 서지 않았다. 에너지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포식자가 관심을 갖지 않는 높은 나뭇가지 위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 전략을 택했다. 빠르기로 경쟁하지 않았고, 강하기로 경쟁하지 않았다. 아무도 경쟁하지 않는 자리를 찾았다.


생태학에서는 이것을 '생태적 지위(ecological niche)'라 부른다. 가우스(Gause)가 1934년에 실험으로 보여준 '경쟁 배제 원리(competitive exclusion principle)'에 따르면, 동일한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두 종이 같은 공간에 있으면, 결국 한 종은 도태된다. 살아남는 종은 더 강한 종이 아니다. 자기만의 자리를 찾은 종이다.


커리어에도 생태적 지위가 있다.


취업 시장에서 사람들은 같은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같은 채용 공고에 수백 명이 지원하고, 같은 스펙을 쌓고, 같은 자기소개서 공식을 따른다. 사자들끼리 같은 가젤을 쫓는 구조다. 이 경기장에서는 가장 빠른 사자 한 마리만 먹고, 나머지는 굶는다.


그런데 시선을 돌려보면, 아무도 올라가지 않은 나뭇가지가 있다.

이전 칼럼에서 "빌려 쓴 잣대를 버려라"고 썼고, "지겨움은 다음으로 가라는 신호"라고 썼다. 그렇다면 '다음'은 어디인가. 남들이 몰려 있는 자리의 더 앞쪽이 아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다른 자리다.


하딘(Hardin)의 1960년 논문에서 확장된 경쟁 배제 원리에 따르면, 동일한 생태적 지위를 점유하는 종들 사이에서는 아무리 미세한 차이라도 결국 한쪽의 도태로 이어진다. 반대로, 서로 다른 지위를 점유하면 같은 공간에서도 공존할 수 있다. 경쟁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경쟁 자체를 피하는 것이 생존 전략이다.


필자가 관찰한 패턴도 이렇다. 커리어에서 자기 자리를 찾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남보다 강해서가 아니라, 남과 다른 조합을 가지고 있어서다. 재무를 알면서 글을 쓰는 사람, 개발을 하면서 디자인을 이해하는 사람, 영업을 하면서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 하나하나는 최고가 아니어도, 조합이 유일하면 경쟁이 사라진다.


나무늘보는 느림 자체가 전략이었다. 느리기 때문에 에너지가 적게 들고, 에너지가 적게 들기 때문에 먹이가 적어도 되고, 먹이가 적어도 되기 때문에 남들이 가지 않는 자리에서 살 수 있었다. 약점이 전략이 된 것이다.

당신의 약점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이것밖에 못 한다'고 생각하는 그것이, 특정 맥락에서는 아무도 갖고 있지 않은 강점이 된다. 문제는 약점 자체가 아니라, 약점이 약점으로만 작동하는 경기장에 서 있는 것이다.

경기장을 바꾸면 된다.


사자의 경기장에서 나무늘보는 1초도 버틸 수 없다. 그런데 나무늘보의 경기장에서는 사자도 버틸 수 없다. 절대적인 포식자가 없다는 것은, 절대적인 약자도 없다는 뜻이다. 자리가 틀렸을 뿐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남들과 같은 자리에서 더 강해지려고 하지 마라. 자기만의 자리를 찾아라. 경쟁을 이기는 것보다 경쟁이 없는 곳에 서는 것이 더 오래 살아남는 전략이다. 나무늘보가 3천5백만 년을 버틴 것처럼.


다음에 또 쓴다. 내 나뭇가지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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