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다정함은 유효한가

다정함에 대하여

by 우연우


다정한 사람은 회사에서 인기가 좋다.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동료의 일을 도와주고, 공을 나눠 갖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이 사람은 대개 승진이 느리다.

반대로, 자기 몫을 확실히 챙기는 사람이 있다. 공은 자기가 가져가고, 좋은 프로젝트는 선점하고, 부탁은 전략적으로만 받는다. 이 사람은 빠르게 올라간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착하면 손해 본다.'


정말 그런가.


와튼 스쿨의 애덤 그랜트(Adam Grant)는 이 질문을 10년 넘게 연구했다. 그의 2013년 저서 Give and Take에 따르면, 사람들의 상호작용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받는 사람(taker), 맞추는 사람(matcher), 주는 사람(giver). 테이커는 자기 이익을 우선하고, 매처는 공평한 교환을 추구하며, 기버는 대가 없이 타인에게 먼저 베푼다.


연구 결과는 직관에 반한다. 성과 분포에서 가장 바닥에 있는 사람도 기버였고, 가장 꼭대기에 있는 사람도 기버였다. 테이커와 매처는 중간에 몰려 있었다. 다정한 사람이 가장 많이 실패하기도 하고, 가장 크게 성공하기도 한다. 같은 전략이 정반대의 결과를 만든다.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그랜트는 이것을 '자기희생형 기버(selfless giver)'와 '타자지향적 기버(otherish giver)'로 구분한다. 자기희생형 기버는 타인의 필요를 자기 필요보다 항상 앞에 놓는다. 요청이 오면 거절하지 못하고, 자기 일을 미루면서 남의 일을 도와주고, 공을 전부 양보한다. 이 사람은 소진된다. 번아웃이 오고, 성과가 떨어지고, 결국 조직에서 밀려난다.


타자지향적 기버는 다르다. 타인을 돕되, 자기 이익도 함께 고려한다. 도울 때를 선택하고, 도울 대상을 구분하며, 자기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다. 빌 게이츠의 말을 그랜트가 인용한다. "인간에게는 두 가지 큰 힘이 있다. 자기 이익과 타인에 대한 관심이다." 성공하는 기버는 이 둘의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움직인다.


여기서 핵심적인 발견이 하나 있다. 기버가 번아웃되는 원인은 '너무 많이 줘서'가 아니었다. 그랜트에 따르면, 기버는 자신의 도움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수 없을 때 소진된다. 반대로, 도움의 영향을 직접 볼 수 있을 때는 오히려 더 많이 줘도 에너지가 충전된다. 소진의 원인은 양이 아니라 피드백의 부재였다.

이것은 다정함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통찰이다.


다정함이 소모되는 건, 다정함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다정함이 어디로 가는지 보이지 않을 때 문제가 된다. 회사에서 매일 도와주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면, 매번 양보하는데 그게 당연해지면, 다정함은 연료가 아니라 재가 된다.


그렇다면 다정함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누구에게 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무차별적으로 주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 소모다. 타자지향적 기버는 테이커를 식별하고 경계를 설정한다. 그랜트의 표현을 빌리면, "관대한 팃포탯(generous tit-for-tat)"이다. 기본값은 신뢰와 협력이지만, 상대가 테이커라는 신호가 보이면 방식을 조정한다.


둘째, 자기 목표를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다정함과 야망은 양립 가능하다. 오히려 자기 목표가 분명한 사람이 더 오래 다정할 수 있다. 자기 것이 없는 사람의 다정함은 오래가지 못한다.


셋째, 도움의 영향이 보여야 한다. 내가 준 것이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확인할 수 있을 때, 다정함은 충전된다. 확인할 수 없을 때 소모된다. 그러니 줄 때는 결과가 보이는 곳에 주는 것이 현명하다.


이 시리즈에서 줄곧 이야기해 온 것이 있다. 약점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은 강점이라는 것. 체력이 약해도 실행할 수 있고, 잘린 팔에서 새로운 팔이 자라나고, 쉬워 보이는 일이 사실은 별거이고, 느린 나무늘보가 가장 오래 살아남았다.


다정함도 같은 구조다. 다정함은 약점이 아니다. 다만 경계 없는 다정함은 소모되고, 경계 있는 다정함은 지속된다.


그래서 질문에 답하자면 이렇다. 여전히 다정함은 유효하다. 단, 조건이 있다. 자기를 지키면서 줄 때만.


다음에 또 쓴다. 여전히 다정하게, 그러나 아무에게나는 아니게.

월, 수, 금 연재
이전 06화절대적인 포식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