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가? [저작권은 수호천사]

저작권 이야기2

by 정지우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


저작권은 일련의 작품들 즉 저작물들을 따라다니는 수호천사와 같다. 저작물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가서 “저작물을 함부로 이용하면 안됩니다!”하고 소리치는 수호천사가 저작권인 셈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나 1인미디어의 발달로 콘텐츠를 창작하고 이용하는 일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수호천사들이 무척 바쁜 시대가 되었다.

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작품들이 저작권을 지니는 건 아니다. 당장 집에서 마음대로 만든 레고 집이라든지, 블로그에 적어둔 일기라든지, 소설을 쓰기 위해 수첩에 메모해둔 아이디어라든지 하는 것에 모두 저작권이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매일 누군가 사소하게 그리고 쓰고 만드는 그 모든 것들에 저작권이 존재한다면, 온 세상은 저작권 분쟁으로 가득할 것이다.

그렇기에 저작권법은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는 ‘저작물’에 대해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정의하여 한정하고 있다. 이를 하나하나씩 살펴보면, 어떤 저작물이 저작권으로 보호받는지 판단해볼 수 있다.

우선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사실의 나열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단순 사실의 나열에 불과한 시사보도 같은 경우는 저작권으로 보호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언제 누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다든지, 하는 단순한 사실의 전달은 보호 대상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뉴스에서 어떤 정치인이 횡령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보고, 그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리거나 다른 데 전달하더라도 대개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들기 위해서는 사실이 아닌 사상 또는 감정을 담아야 한다.



표현과 창작성


두 번째로 ‘표현’이라는 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표현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표현이 아닌지를 알면 된다. 표현이 아닌 건 ‘아이디어’이다. 예를 들어, 대중을 대상으로 한 피아노 교습방법이나 소설의 소재 등은 아이디어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이라 보기 어렵다. 게임에서의 규칙 같은 것 또한 아이디어일 뿐 그 자체로 표현은 아니기 때문에 그 자체가 저작물은 아니다.

달리 말하면, 추상적인 아이디어 또는 관념상 존재하는 어떤 규칙, 이론, 방법 등에 그 자체로 저작권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저작권은 아이디어가 일단 구체적으로 표현되어야만 발생하는 것이다.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수호천사가 아직 멀리서 지켜보고만 있다. 그러다가 비로소 아이디어가 구체적으로 표현되면, 나타나서 보호해줄지 말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표현되었다고 하여 모두 저작권을 지닌다고 할 수 없다. 즉,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했다 하더라도, 그것으로는 부족하고 ‘창작성’이 있어야 한다. 가령, 중년의 부부가 가정생활에서 불화를 겪다가 가정이 파탄난 이야기가 있다고 해보자. 이런 이야기는 매우 전형적인 플롯이고 흔한 패턴이다. 이는 단순하고 추상적인 아이디어일 수 있고, 동시에 창작성이 없는 전형적인 표현일 수도 있다. 이런 표현에까지 모두 저작권을 인정해버리면, 사실상 우리가 새로이 창작할 수 있는 이야기가 너무도 제한되어버릴 것이다.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기 때문이다.

창작성이란 ‘모방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최소한의 개성을 지닌 것을 의미한다. 전형적인 플롯이나 주제는 독자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보기 어렵다. 그러나 나의 아이디어나 소재를 구체적인 문체로 나만의 단어 조합 방식으로 써낸 한 편의 글은 창작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전형적인 플롯 자체는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전형적인 플롯에 나만의 아이디어를 더해, 나름대로 정신적 노력을 다하여 나만의 문장으로 한 편의 작품을 만들어냈다면, 그 작품 전체는 창작성이 인정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저작권법은 단순한 사실이 아닌 사상 또는 감정을, 아이디어 차원에 머무른 게 아니라 표현하였을 경우, 모방한 게 아니라 그 독자적인 창작성이 인정된다면, 그 대상을 ‘저작물’로서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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