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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범 Oct 25. 2020

47 건강한 뇌 만들기. 여섯 번째 이야기

명상과 스트레스

<명상>


인류 진화 역사의 99퍼센트가 수렵채집 시대였다. 당시에는 아침에 깨어나서부터 잠들기까지 하루 종일 다치지 않고 살아남아서 식량을 어떻게 구할지에 대한 걱정거리뿐이었다. 이미 그런 시대는 오랜 전에 끝났지만 지금 우리의 뇌 일부분은 아직까지도 그 시절에 머물러 있어서 계속해서 걱정거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이는 아주 사소하거나 주관적인 생각일지라도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 같으면 그에 대해 걱정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게 만든다. 우리 뇌는 걱정이 팔자인 셈이다.


경미한 걱정이나 스트레스도 만성이 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은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을 끊고 수상 돌기를 쪼그라들게 한다. 특히 해마에는 코티졸 수용체가 다량 있어서 그 피해를 잘 입는다. 코티졸에 지나치게 노출되면 세포 내로 칼슘 이온이 과량 유입되고, 세포 내로 들어온 칼슘이온은 자유라디칼을 생성한다. 이때 충분한 항산화제가 없다면 자유라디칼은 다른 분자가 가진 전자를 뺏어서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세포벽에 구멍을 낸다. 결국 세포를 손상시켜 세포를 죽게 한다. 세포막에서 지방으로 구성된 부분이 지나치게 산화되는 현상을 ‘지질과산화’라고 하는데, 이로 인해 세포막이 파괴될 수 있다. 해마는 지질과산화에 취약하여 결국 해마의 부피가 줄어들면서 기억력이 감퇴하게 된다.  소니아 루피엔의 연구에서 코티졸 수치가 높은 노인들의 해마는 정상인보다 14퍼센트 작았다.


걱정거리나 불안, 우울 같은 부정적 요인들이 장시간 지속되면 인지 능력도 쇠퇴되어 걱정 자체에만 골몰하는 편협한 사고를 하게 된다. 에이미 안스턴의 연구에 따르면 경미하고 갑작스러운 스트레스도 전전두엽의 인지능력을 빠르고 극적으로 떨어뜨리고, 장기간의 스트레스는 전전두엽 구조에 변화를 일으킨다. 이 상태가 되면 전체적인 상황을 보지 못하게 되면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도 놓친다. 결국 늪속에서 허우적거리듯 걱정이 주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수렵채집 시대가 아니다. 우리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많은 방법들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질 수 있다.


명상은 심신을 안정시키고 뇌를 차분하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특정 도구나 장비 없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아무 곳에서나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명상의 효과에 대한 연구는 굉장히 많다. 브리타 홀젤과 동료들의 연구에 따르면 명상은 소뇌,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변연계의 일부인 후대상피질, 감각을 통합하는 측두두정연접부의 크기를 키운다. 또한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를 촉진시켜 집중력이나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 세포의 연결을 강화시킨다. 이는 감정 조절 능력의 향상을 의미한다.


명상은 불안정하고 흥분 상태에서 나오는 베타파 대신 이완되고 평온한 상태에서 나오는 세타파를 발생시킨다. 세타파가 우세할 때 사람들은 창의적 생각이나 집중력이 높아져 문제 해결에 대한 의욕이 생기거나 깊은 통찰을 경험하기도 한다.  특히 명상은 좌측 전전두엽 피질의 많은 변화를 만든다. 좌뇌는 긍정적 감정, 우뇌는 부정적 감정을 고취시키는데, 명상의 좌측 전전두엽 활성화는 긍정적 느낌과 편안한 감정 상태를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미국 일리노이대학 연구진이 55~79세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명상과 호흡에 집중하는 요가를 8주간 한 이후 두뇌 사용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의 주의력, 시공간과 지각 처리 능력이 요가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대조 집단에 비해 더 빠르고 정확해졌다. 명상은 단기간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신경학자 위유안 탕이 시행한 연구에서 5일 동안 20분의 명상만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의 수치가 크게 감소했다.


놀랍게도 명상은 유전자 단계에까지 영향을 준다. 2008년 하버드 대학교의 제퍼리 두섹과 동료들은 20명을 대상으로 심신 이완 기법을 행하고, 이들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1,561개의 유전자에 변화가 왔는데, 874개는 유전자 스위치가 켜졌고 687개의 유전자 스위치는 꺼졌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일들이 불과 8일 만에 일어났다는 점이다. 장기간 심신 이완 요법을 행한 경우에는 2,209개의 유전자에 변화가 왔다. 이들 유전자는 대부분 산화 스트레스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산화 스트레스는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다.


우리 대부분은 명상이 좋다는 것을 알기에 한 번쯤 시도해 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여러 가지 잡다한 생각들이 명상을 포기하게 만든다. 이에 대해 법륜 스님이 알려 주신 한 가지 요령이 있다.

명상을 할 때는 정좌하고 눈을 감은 다음 마음을 코끝에 집중합니다.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스스로 확인합니다. 명상은 머릿속 생각은 수없이 반복되어도 그 생각에 빠지지 않고 집중하는 연습입니다.


이 훌륭한 가르침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숨을 들이마실 때보다는 내쉴 때 더 천천히 더 길게 하기를 추천한다. 숨을 들이마실 때는 교감신경이, 숨을 내쉴 때 부교감신경이 더 항진된다. 교감신경은 외나무다리에서 적을 만났을 때 작동하는 신경이고, 부교감신경은 평화롭고 한적한 휴양지에서 몸과 마음이 편안해질 때 작동하는 신경이다. 내쉬는 숨을 천천히 길게 하여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킨다면 명상하기에 더욱 수월한 몸 상태가 될 수 있다.


차분한 장소에서 지금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면서 명상을 하면 교감 신경계는 억제되고 부교감 신경계는 활성화된다. 이는 심박수를 줄이는 동시에 몸을 진정시킨다. 또한 편도체를 안정시키는 신경화학물질을 분비하여 흥분을 진정시키고, 통찰력, 집중력, 통제력, 행복감, 회복 탄력성을 증가시킨다.


숲 속을 떠올리게 하는 아로마 향이나 평소 좋아하는 향기를 맡으며 명상을 하면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상쾌하고 긴장을 풀어주는 향은 편도체를 진정시키고 몸을 이완시킨다. 그래서 우리는 갓 따른 구수한 커피 향에 안락함과 편안함을 느끼곤 한다.



커버 사진: Photo by Matteo Di Iori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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