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llica: Back to the Front
매트 테일러는 마스터 오브 퍼펫츠 시절 메탈리카의 공개되지 않은 사진과 일화들을 발굴해냈다. 메탈리카의 과거를 잘 알고 있는 지인들에게 끈질기게 따라붙어 소중한 이야기들을 얻어냈고, 멤버들의 개인 소장 자료를 털기도 했다. 매트는 마치 지옥에서 온 사냥개처럼 자료 냄새가 나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고, 그렇게 모은 보물 같은 자료들을 이 한 권의 마스터! 마스터(피스)!로 엮어냈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마스터오브퍼펫츠 시절을 여러분과 생생하게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 제임스 헷필드
완성까지 걸린 시간만 2년. 스필버그의 ‘죠스’ 제작과정을 파헤친 <죠스: 마서스비니어드의 추억 Jaws: Memories from Martha’s Vineyard>으로 명성을 얻은 작가 매트 테일러는 메탈리카의 86년작 ‘Master of Puppets’ 시절 그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투어 스태프,친구, 동료 밴드, 팬들의 증언과 소장 사진들을 말 그대로 “지옥에서 온 사냥개”마냥 게걸스레 그러모아 전 세계 메탈리카 팬들에게 선물했다. 지난해 메탈리카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임스 헷필드가 이 책을 들고 아이처럼 기뻐하던 모습을 본 글쓴이는 저작권 문제로 국내에서 번역되긴 힘들 거라 생각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938그램 양장본에 276쪽 올 컬러 사진과 텍스트, 그리고 가로세로 26cm/28.5cm를 자랑하는 이 묵직한 기록물을 번역 출간한다는 건 아무리 메탈리카가 국내 최고 인지도를 자랑하는 록 밴드라 해도 출판사 입장에서는 희미한 손익분기를 따져가며 감행해야 할 모험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생 출판사 북피엔스는 독자 입장에선 살짝 부담스러울 가격(50,000원)을 내걸고서라도 그 모험에 기꺼이 뛰어들어 이렇게 한국 팬들에게도 소중한 열람의 기회를 주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팬으로서 정말 고마운 일이다.
앞서 책 가격을 말했지만 사실 이 책은 가격을 따질 책이 아니다. 메탈리카나 ‘Master of Puppets’ 팬이라면 이 책은 무조건 소장하는 것이 좋다. ‘Master of Puppets’ 엘피 이미지와 멤버들의 장난기가 담긴 프로필 사진으로 문을 열어 아들을 향한 레이 버튼(클리프 버튼의 아버지로 올해 아흔 두 살이 되었다)의 추모글과 ‘Master of Puppets’ 골드레코드(50만장 이상 판매를 의미) 이미지로 문을 닫는 이 책은 밴드 결성부터 클리프 버튼의 죽음까지 총 39페이지에 걸친 바이오그래피로 도입부를 장식한 뒤 다시 각종 증언과 사진들로 도배된 여섯 개 챕터로 메탈리카의 85~86년 당시를 치밀하게 회상한다.
먼저 첫 챕터 ‘Full Metal Garage’에서는 메탈리카의 차고 밴드 시절과 캐슬 도닝턴 공연을, 3집 수록곡 제목을 비튼 두 번째 챕터 ‘Welcome to Copenhagen (Sanitarium)’에선 드러머 라스 울리히의 고향인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Master of Puppets’를 녹음한 과정 및 영국 헤비메탈의 바이블 <메탈 해머(Metal Hammer)> 페스티벌에서 에피소드를 생생히 전한다. 이어 3집 ‘Master of Puppets’와 4집 ‘...and Justice for All’을 뒤섞은 제목의 세 번째 챕터 ‘...and Puppets for All’은 오지 오스본 투어에 발탁된 메탈리카와 맥스웰 농장, 스패스틱 칠드런 활동, 그리고 ‘Master of Puppets’를 발표한 일련의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풀어내고 있다. 네 번째 챕터 ‘Full Roar’는 오지 오스본 투어에서 일들을 더 구체적으로 엮어냈으며, 다섯 번째 ‘Smashing Through’ 챕터에선 캘리포니아 출신 헤비메탈 밴드 아머드 세인트(Armored Saint)와 일주일을 보낸 일과 메탈리카의 첫 휴가, 제임스의 스케이트보드 사고, 그리고 밴드 예산의 흑자 전환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어 여섯 번째 챕터 ‘Circle of Destruction’은 스래쉬메탈 빅포(Big4) 중 한 팀인 앤스랙스와 공연과 사고를 딛고 제임스가 기타리스트로서 복귀한 일을 끝으로 다루고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큰 그림이고 책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사연, 상황, 정보들이 훨씬 더 많다. 가령 H.P. 러브 크래프트를 좋아하는 클리프 버튼의 입김이 작용한 ‘The Thing That Should Not Be’는 코펜하겐에 도착 직후 완성한 곡이며, 보다 묵직한 크런치 기타 사운드를 얻기 위해 제임스와 커크가 당시 막 출시된 메사 부기 마크 2 C 앰프 헤드(Mesa Boogie Mark 2C Head)를 녹음 때 똑같이 사용했다는 것, 그리고 ‘Battery’의 어쿠스틱 도입부는 제임스가 우연히 들은 포레의 파반느(Pavane)에서, 볼륨 주법을 쓴‘Damage Inc.’의 인트로는 클리프가 바흐의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Komm, Suber Tod BWV 478)'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자세히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Orion’의 피아노 간주 역시 ‘Master of Puppets’를 한 번 더 듣게 만드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다.
‘Master of Puppets’는 거의 “무예산”으로 지냈던 밴드의 지독했던 가난에 숨통을 트게 한 첫 번째 앨범이자 자타공인 메탈리카의 대표 마스터피스, 급기야 헤비메탈의 역사를 바꾼 걸작이다. 웅장하고 헤비한, 그러면서도 멜로디와 통일감을 놓치지 않은 이 희대의 역작은 커크 해밋의 기타 테크니션 존 마셜의 표현대로 “클래식 음악을 메탈로 표현하고 펑크록의 템포와 재즈의 스윙감을 입힌 것 같은” 앨범이었다. 지난해 이 앨범의 30주년을 기념한 책이 바로 <Metallica : Back to the Front 메탈리카 : 백 투 더 프런트>(타이틀 ‘Back to the Front’는 ‘Disposable Heroes’의 마지막 가사를 가져온 것이다)였고 이제 이 밀도 높은 정보집을 당신이 펼칠 차례다. 메탈리카 팬이라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