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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Nov 25. 2017

Rubber Soul

실험과 혁신의 시발점


[Rubber Soul]은 비틀스 앨범들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그다음은 [Abbey Road] 그다음은 [The Beatles], 그리고 [Revolver]와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순이다. 그러고 보니 저 걸작들에서 벌어진 모든 혁신은 결국 [Rubber Soul]에서 비롯된 거였다. 야심 찬 로큰롤러에서 예술을 하기 위해 조금은 다른 길을 택한 네 남자의 첫 발. 아메리칸 정통 소울을 동경하는 자신들의 소심한 질투를 앨범 제목으로 쓴 비틀스의 실험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보라. 첫 곡부터 압도적이다. 1965년 10월 12일 작업에 들어가 12월 3일 음반을 완성해낸 그들의 패기가 모타운 비트를 먹인 ‘Drive My Car’에 실려 뜨겁게 질주한다. 이 곡은 전작인 [Help!]까지 고수한 로큰롤 노선을 알앤비라는 옆길로 살짝 틀어 다시 척 베리와 리틀 리처드를 만나러 가는, 비틀스 입장에선 의미 있는 시도이자 중요한 도약이었다. 그리고 그 시도와 도약은 밴드를 넘어 팝 역사에까지 흔적을 남기게 되는데 무라카미 하루키가 반해 소설로까지 써버린 포크 블루스 트랙 ‘Norwegian Wood (This Bird Has Flown)’에서 조지 해리슨이 연주한 시타르(Sitar)가 팝 앨범에 최초로 등장한 것이다. 이는 ‘In My Life’의 피아노 연주가 테이프 회전수를 바꾼 것과 더불어 본작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된다.



조지 해리슨의 두각은 단순히 시타르 연주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 작품에서 두 곡(‘Think for Yourself’ ‘If I Needed Someone’)을 써냈고 아름다운 화음을 자랑하는 ‘Nowhere Man’과 박력 있는 ‘The Word’에선 존, 폴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작곡자로서 당당했다. 더 이상 비틀스의 그림자가 아닌 송라이터로서 실존을 맛본 조지 해리슨이 중요한 이유는 이후 장기하가 ‘내 사람’으로 오마주 한 ‘Taxman’과 시타르를 전면에 내세운 ‘Within You Without You’, 화이트 앨범의 가장 인상적인 낭만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그리고 [Abbey Road]를 더욱 아름다운 앨범으로 만들어준 ‘Something’과 ‘Here Comes the Sun’을 우리가 듣게 되기 때문이다. 그의 곡들을 사랑하는 글쓴이 입장에서 이만큼 감격스러운 일은 일찍이 비틀스 역사에 없었다.


물론 이 앨범에서 가장 뜨거운 지점은 역시 폴과 존이 스쳐간 곳이긴 하다. 각각 ‘Michelle’과 ‘Girl’의 멜로디로 천재성을 발휘한 둘은 ‘What Goes On’에 겨우 이름을 올린 링고 스타를 더 작아 보이도록 했다. 줄리 테이머가 비틀스에게 바친 자신의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첫 장면에서 괜히 ‘Girl’을 쓴 게 아닐 것이다. 도피하며 성찰하는 존 레넌의 쓸쓸함이 본격화되는 이 곡이 이 작품의 중추였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Rubber Soul] [Beatles For Sale] 마찬가지로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린 앨범이었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그들이 투어와 TV 출연보다 코딩 작업,  정확히는 어레인지와 엔지니어링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험과 혁명은 바로 이때부터 시작되었고 이후 일어난 일들은 당신과 내가 아는 그대로이다. 역사와 평단은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있는 거의 모든 극찬을 쏟고 공을 돌리고 있지만 만약 [Rubber Soul] 없었다면, 이라는 중요한 가정은 외면하는  보인다.  가정을 하는 순간 사실상  역사는 완전히 다시 쓰이는 것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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