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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Oct 19. 2020

[음악레시피] 김창완 '어머니와 고등어'

'어머니와 고등어'가 수록된 김창완의 83년작 '기타가 있는 수필'(왼쪽)과 그의 37년 만 솔로 앨범 '문(門)'.


Music “보고 싶은 어머니, 먹고 싶은 고등어”


김창완은 괴짜다. 1977년 12월, 동생들과 함께 결성한 산울림이라는 팀으로 대중 앞에 불쑥 나타난 그는 방방 뛰는 록과 잔잔한 포크는 물론 따뜻한 동요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전천후 뮤지션이다. 언젠가 한 통신사 TV광고에 삽입된 ‘어머니와 고등어’는 그런 괴짜 김창완이 통기타 한 대로 뚝딱 만들어낸 괴짜 노래였다.


그리고 지난 10월 18일, 음악과 라디오DJ에 시(詩)와 연기까지 수준급으로 해내는 그가 모처럼 솔로 앨범을 발매했다. 앨범 제목은 ‘문(門)’. ‘시간의 문을 열다’라는 부제를 가진 이번 신작은 녹음실에서 3시간 만에 해치운 83년작 ‘기타가 있는 수필’ 이후 무려 37년 만에 내는 김창완의 개인 작품이다. 곡 ‘어머니와 고등어’는 바로 그 37년 전 앨범에 여섯 번째로 실린 곡이었다.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와 엇비슷한 통기타 전주로 시작하는 ’어머니와 고등어’의 가사는 단순하다. 한밤 중에 목이 말랐던 주인공이 냉장고 문을 열었고 냉장고 안 한 귀퉁이에 소금에 절인 고등어 한 마리가 있었다. 그 고등어를 넣어두신 어머니는 조그맣게 코를 골며 안방에서 주무시고 계신다. 주인공은 생각했다. ‘아, 내일 어머니께서 고등어를 구워주시겠구나.’ 문득 군침을 삼켰을 자식은 그런 어머니가 너무너무 좋다며 더 크게 기타 치고 노래를 부른다.



이게 전부다. 노래는 이 가사를 놓고 4분에 가깝게 돌고 또 돈다. 새벽의 갈증, 냉장고와 고등어, 그리고 엄마. 그런데 이상하다. 곡을 계속 듣고 있자니 가슴 한 구석이 뭉클해진다. 바로 어린 시절 정성스레 고등어를 구워주고 발라주셨던 우리 모두의 ‘엄마’ 때문이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 노래 영상 아래에 댓글을 단 어떤 사람도 글쓴이처럼 뭉클함을 느낀 모양이다. 그는 유년 시절엔 이 노래가 웃기게 들렸는데 지금은 괜히 찡하게 들린다며, 어머니가 해주신 집밥을 먹는 일은 훗날 돈을 주고도 살 수 없을 소소한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랬다. 이 노래는 표면적 단순함(냉장고 속 고등어) 속에 내면의 깊이(어머니의 사랑)를 심어 그 의미를 오래 되새겨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었다. 그 뜻을 사람들 귀에 가장 무난하게 가닿는 통기타 포크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고, 덕분에 노래는 더 정겹고 애달플 수 있었다. 우연일까. 앞서 말한 김창완의 2020년 새 앨범 첫 곡의 제목은 다름 아닌 '엄마, 사랑해요’다. 가사가 없는 기타 연주곡으로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맹목적 사랑, 그 하염없는 마음을 닮은 넉넉한 멜로디가 한 음 두 음 조용히 번진다. 스타일만 달랐을 뿐 ’어머니와 고등어’도 그런 노래였다.


글/김성대 (대중음악평론가)




Recipe “가난한 대학생들의 술안주였던 고등어구이 ‘고갈비’” 


올해 KMI(한국해양수산개발원)가 실시한 ‘2020 해양수산 국민 인식도 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수산물에 ‘국민 간식’인 오징어 다음으로 고등어가 뽑혔다. 2017년 이후 항상 1위에 올랐던 고등어가 오징어에 자리를 내준 건 최근 오징어가 귀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등어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국민 생선’이다. 별명도 ‘바다의 보리’. 그만큼 값싸고 영양 만점인 서민 밥상 단골 반찬이라는 얘기겠다.


예부터 고등어는 크기와 모습에 따라 여러 이름이 붙여졌는데 크기에선 어린 고등어 새끼를 ‘고도리’, 작은 건 ‘소고’, 약간 작은 건 ‘돔발이’라 불렀다. 모습에선 칼을 닮았다 하여 '고도어(古刀漁)’로, 등에 무늬가 있다고 해 '벽문어(碧紋漁)'로 불렸다. 지금의 우리가 쓰는 고등어라는 이름은 본격적으로 고등어가 소비되기 시작한 일제강점기 때 ‘등이 높고, 통통하다’는 이유로 붙여진 이름이다. 예전 고등어를 가리키는 순우리말은 고도리였다.


고등어가 가장 맛있는 시기는 9~11월 가을로, 산란 후 먹이를 많이 먹은 고등어에 단백질이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이 시기 고등어가 얼마나 맛있었으면 ‘가을 배와 고등어는 며느리에게도 주지 않는다’ 옛말이 있을 정도다.


고등어에는 들기름, 견과류에 많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높여주는 DHA도 풍부한데 튀기면 그 효과가 절감된다고 하니 되도록 찜이나 조림으로 먹는 게 좋겠다. 특히 강한 산성식품인 고등어는 야채를 곁들여 먹어야 중화가 되는데, 소화 효소가 많은 무의 매운 성분이 고등어의 비린내를 없애 주니 최고의 음식궁합이라 할 수 있겠다.



일단 신선한 고등어는 살이 단단하고 등의 푸른 무늬가 선명하다. 또 배 쪽은 은백색이, 눈알은 맑은 것이 좋다. 고등어는 보통 클 수록 맛있다고 하지만 요리 방법에 따라 구이는 30cm, 찜과 조림에는 50cm 정도가 알맞다.


고등어는 자칫 식중독을 일으키기 쉬운데 고등어 붉은 살에 있는 히스티딘이 부패 과정에서 히스타민으로 변해 두드러기나 복통, 구토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등어 아가미 속이 암갈색이거나 배를 눌렀을 때 항문에서 즙액, 내장이 나오면 신선도가 떨어지는 고등어이니 구매할 때 꼭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오늘 요리는 해당 축제가 따로 있을 정도로 고등어가 유명한 부산의 고갈비다.

고갈비란 두툼한 고등어 배를 가르고 고추장 양념을 두루 발라 연탄불 위 석쇠에 노릇하게 구운 고등어구이를 말한다. 알려진 바론 70~80년대 대학가 가난한 학생들의 술안주로 사랑받은 요리였다고 한다.



#고갈비 재료


기본재료: 고등어 2마리, 청주 1/2C, 식초 1T, 밀가루 2T

양념재료: 양파 1/4개, 대파 1대, 청양고추 2개, 간장, 다진마늘, 설탕, 굴소스 각 1T, 고춧가루 2T, 물엿 2T, 미림 1T



#만들기


1. 고등어 손질하기

- 고등어의 머리 및 아가미를 제거한다.

- 배를 가르고 칼날로 내장을 제거한 뒤 칼 끝으로 굵은 뼈 부분 핏물을 끌어 낸다.  


2. 고등어 핏물 제거하기

- 손질한 고등어는 깨끗이 씻어 10분 이상 밑물에 담궈 핏물을 없앤다.


3. 고등어 비린내 제거하기 (밑간)

- 핏물을 제거한 고등어를 키친타월에 올려 물기를 닦아낸다.  

- 청주 1/4C, 식초 1T, 소금 1ts를 섞어 고등어에 뿌려 재운다.(비린내 제거)


4. 고등어 굽기

- 재워둔 고등어를 건져 밀가루를 앞뒤로 바른다.

-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고등어를 등쪽부터 올려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5. 양념장 만들기 

- 양파, 마늘, 대파를 다진다. 대파를 뺀 양파와 마늘은 달군 팬에 볶아준다.

- 볶은 양파와 마늘에 나머지 양념장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6. 양념장 발라 굽기

- 구은 고등어에 양념장을 바르고 달군 팬에 한 번 더 굽는다.  


7. 그릇에 담기

- 구운 고등어에 깨소금, 다진 대파를 뿌리고 그릇에 담는다.


, 사진, 요리, 스타일링/강인실 (요리연구가, 푸드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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