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결혼생활을 그린 웹툰

결혼해도 똑같네

by 구모양

내 친구가 유부녀가 되었다니


오늘은 오랜만에 유부녀가 된 친구를 만났다. 대학 때 정말 친했던 무리 6명의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가장 빨리 결혼한 친구다. 6명 중 유일한 유부녀 친구. 그 친구의 결혼식장에 가서 '우리 친구. 이제 유부녀구나. 다 컸네.' 하며 축하해줬던 게 얼마 전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고 했다. '나는 아직 이렇게나 어리숙한데 결혼하고 살림을 꾸린 이 친구와 대화가 잘 안되면 어떡하지'하는 우려를 안고 약속 장소에 나갔지만, 기우였다. 내 친구는 내가 아는 모습 그대로였다. 우리는 아무 장벽 없이 한동안 수다를 떨었다. 돌아와 생각해보니 결혼을 내가 너무 심오하게 생각해서 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장 가는 길에 스친 생각


친구를 만나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몇 해전 지인의 결혼식날이 생각난다.

예식장은 지하철 강남역에서 약간 거리가 되는 곳이었다. 더운 날씨 탓에 걸어갈 엄두가 안 난 나는 지하철 역 앞에서 예식장 셔틀버스를 탔다. 좌석의 절반 정도가 채워지자 버스가 출발했다. 내 뒷자리에는 아홉 살 즈음으로 보이는 꼬마와 이모쯤으로 보이는 여자가 함께 앉았다. 엄마는 뒤에 따로 앉아있는 것 같았다. 아이는 오랜만에 만나 자신을 예뻐해 주는 이모가 반가웠는지 온갖 질문을 쏟아내며 이모와의 대화를 이끌었다.


“이모, 우리 어디 가는 거야?”

“응 결혼식 보러 가는 거야.”

“결혼식?”

“응. 거기 가면 엄청 엄청 예쁜 누나랑 엄청 멋지게 차려입은 형아랑 있을 거야.”


아이는 결혼식을 처음 가는 게 아닐 텐데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이모라는 분은 참 친절히 조카의 물음에 답해주고 있었다. 이모가 다 답해주니까 조카아이도 신이 난 것 같았다.


“왜?”

“오늘 둘이 결혼하는 날이야.”

“결혼?”

“응. XX이 엄마 아빠처럼 결혼하는 거야.”


아이는 이미 결혼식은 몇 번 다녀본 것 같았지만, 이모와의 대화가 즐거웠는지 계속 질문했다.

“왜?”

꼬마는 이모에게 결혼을 하는 이유를 물었다. 이모는 그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바로 답했다.

“사랑하니까”


이모의 그 단순하면서도 당연한 대답을 듣는 순간 생각이 멍해졌다.

‘아.. 맞네.! 그렇지..’


그렇다. 결혼은 사랑하니까 하는 거다. ‘사랑하니까’라는 이유 이외의 다른 이유를 덧붙이면 어색하고, ‘사랑하니까’라는 이유를 덜어내면 더더욱 어색한 단어가 되는 게 결혼이다. 그런데 난 그 질문을 들었을 때, 결혼을 사랑해서 하는 거라는 단순하고 명쾌한 답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몇 초 간의 망설임. 나는 당연하고 포근한 '사랑'이란 단어를 빼놓고 다른 단어를 떠올리고 있었다. 나는 결혼이란 의미를 무섭고 심각하게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결혼을 웹툰으로 배웠어요


내가 20대 초반에 내가 참 재밌게 읽었던 결혼생활에 대한 일상 웹툰이 있다. 바로, 웹툰 <결혼해도 똑같네>라는 이 작품이다. 아직은 나에게 미지의 세계였던 신혼의 이야기였다. 그때는 내 친구 중에 아직 결혼한 친구가 하나도 없었다. 아직 '결혼'이란 멀고 먼 미래의 일이라 여겨졌던 시절, 나는 결혼을 이 웹툰으로 배웠다. 결혼하면 이렇게 사는 거구나 간접경험을 시켜줬다. 사랑과 전쟁이나 아침드라마에서처럼 자극적인 에피소드는 없지만 왠지 더 지켜보고 싶은 리얼스토리였기에, 실제 작가가 자기 자신의 일상을 그린 웹툰이었기에, 작품은 술술 읽혔다. 수덕 하면서도 참 사랑스러운 웹툰이다.


<결혼해도 똑같네>는 캐러멜 작가와 결혼한 네온비 작가가 그린 일상 웹툰이다. 두 사람은 웹툰 작가 부부다. 함께 있으면 절대 심심하지 않을 것 같은 부부. 네온비와 캐러멜. 두 사람의 신혼 이야기는 유쾌하고 발랄하다.


요즘 들어 자주 있는 친구들의 청첩장 모임에 가면 이 웹툰이 떠오른다.

‘결혼해도 똑같네. 정말일까?’

내가 만약에 결혼을 하게 된다면, 어떤 이유로 결혼을 결심을 하게 될까 가만히 생각해봤다. ‘책임감 때문일까? 아니면 돈이나 집 때문에? 정들었기 때문인가? 심심하기 때문일까? 참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고려되겠지.’ 내가 어떤 가치관을 중심으로 결정하게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예상해보자면, 난 아마 ‘심심해서’의 이유로 혹은 ‘결혼한 친구들이 좋아 보여서’의 이유로 결혼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아직은 혼자로도 충분히 재밌고 즐겁지만, 언젠가는 조금 적적하고 심심한 순간이 오겠지. 그런 순간이 왔을 때, 먼저 시집간 친구들을 보며 용기 있게 결혼을 결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친구들이 정말 잘 살았으면 좋겠다. 아주 예쁘게 아주 재밌게 이 웹툰처럼 즐거웠으면 좋겠다. ‘여전히 나를 만나 화장품 이야기, 음식 이야기, 드라마 이야기를 하며 하하호호 떠들어주는 유부녀 친구들아 고맙다. 결혼해도 똑같이 잘 살아주렴.’



<결혼해도 똑같네>의 매력포인트

그동안 몰랐던 '웹툰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며, 그동안 꿈꿨던 '결혼생활'에 대한 환상을 코미디로 승화시켜주는 웹툰이다. 알콩달콩한 두 작가가 동글동글한 귀여운 캐릭터로 등장한다. 네온비도 캐러멜도 세상 사랑스럽다. 평소엔 동글동글하니 귀엽게 웃고 있던 캐릭터의 눈코 입이 가끔 엽기적인 표정으로 돌변하지만, 이 또한 이 캐릭터들의 치명적인 매력포인트다. 별로 재밌는 일상이 없다면, 밝게, 사랑스럽게, 왁자지껄하게 살아가는 이 두 사람과 함께 가가대소하며 대리만족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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