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아래의 소년들 10
눈물겹고 거친 그 열여섯 소년의 인생
유난히 바쁘고 정신없던 여름날,
덩치 크고 한눈에도 거칠기 짝이 없는 아이가 하나 왔다. 처음에는 아이인 줄도 몰랐다. 정말 그대로 표현하자면 '양아치'그 게 완벽한 표현 일 거다.
아이는 걸을 때마다 주변의 모든 것을 발로 차는 게 습관이었다. 누구든 만나면 시비를 걸고 싸우려고 들었다. 손에 잡히는 건 모든 지 부쉈다. 힘은 꽤 센데 조절이 안 되어 보였다. 솔직히 처음 만났을 때 이 아이는 양손을 유치원생처럼 잘 못 썼다. 설거지를 할 줄을 몰랐고, 밥 숟가락과 연필도 잘 못 잡거나 이상하게 잡았다. 입은 열기만 하면 욕이었고 3 단어 이상의 문장으로 말을 완성하지 못했다. 사고방식, 행동양식, 모든 것이 밑바닥이었다.
직감했다.
아, 이 아이는 바닥부터 다시 가르치고 키워야 되는구나...
비장한 마음으로 유치원생에게나 가르치는 것들을 하나하나 가르쳤다.
바르게 서기, 바르게 앉기, 바르게 걷기, 식사예절, 설거지하는 방법, 물건을 주고받는 방법, 차지 않고, 때리지 않고, 물건을 소중히 다루고 상대방에게 예의 있게 말하는 법, 욕이나 상스러운 말을 바른 표현으로 바꿔 말하는 것.
특히나 유독 거칠어서 센터의 남자 선생님 한분이 정말 마음과 영혼과 시간을 쏟아 이 아이를 돌봐주었다. 정말 위대한 선생님이다. 왜냐하면 이 아이는 우리에게 오기 전 남자 쉼터와 시설 모든 곳에서 통제가 안 된다고 했던 아이라서 그렇다. 이전 시설들이 연락이 오면 다들 어떻게 여기서 그 아이가 6개월 이상 버티고 있고 아무런 사고가 없었는지 놀라워한다. 이 아이는 사실 그 남자 선생님이 다 키워낸 아이다.
다행히 아이는 짧은 시간 내에 욕하지 않고 바르게 말하기, 때리고 싸우지 않기 등등을 잘 배웠다. 아이는 이제 교사들과 차분히 앉아 대화도 하고 검정고시 공부도 할 수 있는 평범한 열여섯 소년이 되었다.
아이는 어릴 적 아버지의 수감과 어머니의 자살로 친척집에 맡겨졌다. 하지만 그동안의 상처가 컸는지 가출을 일삼았고 여동생들은 뿔뿔이 흩어져 입양을 갔다. 아이는 가출을 했다가 나쁜 건달 형님들을 만났다. 어려도 유도를 했어서 덩치가 컸던 아이는 나이를 속이고 형들이 시키는 대로 용역깡패일을 했다고 한다. 세상에는 정말 나쁜 어른들이 많다. 이 아이를 그 험한 곳으로 내몬 나쁜 인간들이 꼭 천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이후 아이는 알코올 중독으로 어린 나이에 정신병원과 가출 쉼터를 들락거리다 우리에게 왔다. 실제로 학교도 거의 초등학교밖에 다니지 못했을 만큼 아이의 상태와 상황이 아주 좋지 못했다.
하루는 아이가 나에게 말해주었다.
"저번에 여동생이 나한테 이렇게 페메 해줬어요.
나 이거 보고 울 뻔했어요."
아이가 보여준 페이스북 메시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오빠, 그동안 나랑 여동생은 꽃길만 걷게 해 주고.... 오빠는 그러려고 용역깡패 하고... 밤에 우리 자는 척하고 있을 때 오빠는 (맞아서) 입 터지고, 왼쪽 어깨 탈골돼서 혼자서 맞추고, 나 그런 거 다 알았어.
우리는 열심히 학교 다니라고 하고. 술 담배 안된다고 하고. 괴롭히는 애들 근처도 못 오게 하고. 오빠도 미성년자인데 아르바이트해서 우리 3만 원씩 용돈 주고... 술 담배에 힘들게 살게 해서 미안해.
오빠도 이제 용역깡패는 그만하고 검정고시 공부하고
오빠 우리 잘 커서 잘 살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자 아이는 여동생들과 가출했었던 이야기도 해주었다.
'가출해서 당장 잘 데가 없어서 제가 지하주차장에 돗자리 펴주고 여동생들 재우고 그랬어요'
아이는 이제 평범한 열여섯 소년으로 사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아직도 삐걱대고 있긴 하지만, 아이가 이제는 책임지고 힘들게 사는 것을 강요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는 학교를 다시 가게 될 거고 다시 배우고 다시 세상의 좋은 것들을 배우게 될 거다.
이 소년이 이제는 때리고, 맞고, 다치지 않고 좋은 사람들 속에서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으며 평화롭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