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맥문동을 아시나요? 약재로 쓰이는 식물 이름 같기는 한데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꽃이 피는지 딱 떠오르지 않는 식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내가 맥문동을 알기 전에 그랬으니까 말이다.
맥문동. 2023.7.16. 동네에서 촬영
'맥문동'이라는 이름은 한자로 "麥門冬"으로, 보리의 뿌리와 비슷하고 겨울에도 잘 살아있는 식물이라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역시 그 이름대로 겨울에도 잎이 생생하고 그늘에서도 잘 자라 공원이나 길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여름에는 예쁜 보라색 꽃을 피우니 동네에서 그 꽃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거의 없을 텐데도 약재의 이름으로만, 뿌리만 유명한 건강식품으로 주로 기억되니 맥문동의 입장에서는 조금 섭섭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맥문동의 섭섭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고 꽃의 아름다움도 좀 더 알리고자 이렇게 글을..)
충남 서천군 장항읍 송림산림욕장 맥문동 공원 (출처 : 서천군 공식 블로그 https://blog.naver.com/seocheonpr/223147281649)
역시 꽃은 모여있음 더 아름답다. 라벤더 아니고 맥문동이랍니다!! 이런 아름다움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올해부터 맥문동 꽃 축제('제1회 장항 맥문동 꽃 축제', 2023.8.25 ~ 9.3)가 열린다고 하니, 맥문동이 꽃으로도 유명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흐뭇하다.
PC에 모아둔 2012년부터 찍어온 맥문동 사진이 154장이나 된다. 꽃도 예쁘지만 연두색이었다가 까맣게 변하는 보석 같은 가을의 열매도 너무 예뻐서 찍어둔 사진들이 많다. 꽃이든 열매든 맥문동은 꼭 그림으로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좀 늦었지만 그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으면 그리고 싶어도 그릴 수 없어 안타까울 때가 많으니까.
맥문동의 열매 (좌:2012.9.16 / 우:2020.10.4. 동네에서 촬영)
이번 그림은 잎이 많아서 스케치가 난코스였다. 한 번 그리기에도 한숨 나오는 스케치를 두 번이나 했다.
1. 모조지에 연필로 스케치하기
맥문동 스케치. 2023.6.9 (사진 : 2017.7.30. 동네에서 촬영)
2. 수채화 종이에 전사하기(베껴 그리기) (연필 스케치한 모조지 뒷면을 4B연필로 흑지를 만든 후 색깔펜으로 꼼꼼하게 베껴 그린다.)
맥문동 스케치를 수채화 전용지에 전사하는 모습. 2023.6.11
채색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잎이 그물맥이 아니고 나란히맥이라 얼마나 고마운지.. 꽃도 세밀하게 그리는 컨셉이 아니라서 무난하게 빠른 붓질이 가능했다. 하지만 잎이 무더기로 있는 아랫부분은 잎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면서 그림자도 넣고 공간감 있게 그려야 했기에 나름 신경을 썼는데 보기에 괜찮은지 모르겠다.
맥문동 잎 채색 중. 2023.6.23
어쨌든 이번 그림은 세밀화라기보다는 그냥 수채화인 것으로.. 웬지 세밀화를 포기하는 느낌의 그림 같기도 하지만 무수한 잎들을 그려냈다는 것으로, 맥문동을 그렸다는 자체만으로도 만족한다.
중국어로 知足常乐! 만족을 알면 일상이 즐겁다! (요즘 중국어 공부하는 거 티 좀 내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