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집의 의미란
행복이란게 큰게 아니라면, 지금 생각해보면 5년 동안 호숫가 빌라에 살면서 너무 행복했던 것 같아요. 직장 생활 끝무렵까지 제가 온전한 회사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준건 집이라는 공간이 저에게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퇴근 후 피곤한 몸과 정신으로 빌라 5층 계단을 올라 집에 들어서면 집이 저를 안아주는 것마냥 평온함과 안도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저에게 너무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어떠한 힘듦도 호숫가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독립부터 5년이란 시간동안 제가 돌본 저만의 공간은 저에게 집 이상의 의미를 가져다 주었어요.
집에서 저에게 평온함을 가져다준 몇가지 일들이 있는데 그 일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먼저 인테리어와 더불어 집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 준건 집에 놓여진 식물이었던 것 같아요. 독립을 하고 첫여름 엄마와 양재꽃시장에 가서 식물을 몇개 들여왔습니다. 한개당 몇천원 안하는 아주 작은 식물들을 구매해 5년 동안 함께 살면서 그 식물들에 꼬박꼬박 물을 주고, 분갈이도 해주고, 집안 곶곶 햋빛이 잘 드는 위치에 식물들을 위치시키고, 또 이리저리 옮기며 더 예뻐보일만한 장소를 찾아 자리를 옮겨 주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저는 식물들을 돌보면서 제 자신을 같이 돌보았던 것 같아요. 5년이 넘게 키우다 다음 집으로 이사할 무렵 저는 그 아이들을 모두 트럭에 실고 200키로를 넘게 달려 새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지금은 걔 중 몇 개는 죽었지만 또 몇 개는 저보다 키가 커진 식물들도 있습니다.
제대로된 요리는 독립을 하고 처음 시작했던 것 같아요. 독립 전 저에게 밥이란 직장생활 내내 엄마가 해주고, 회사에서 먹고, 밖에서 사먹는게 전부일 뿐 큰 의미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혼자 살면서 식재료를 직접 고르고 재료를 다듬고 레시피를 읽는 시간들이 회사 일 외에 직접 손과 머리를 욺직이며 저에게 엄청난 활력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독립을 하고 4년 정도 되었을 무렵 퇴사를 하였고 그 때 수채화를 시작으로 민화까지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집에서 조용히 그림을 그리면 시간가는 줄 몰랐던 것 같아요. 우울하고 불안한 마음도 집에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만큼은 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랜시간 그렸던 그림이 완성되어 가면서 회사에서 일을 하며 느꼈던 것과 또 다른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저에게 집에서 가장 큰 평온함을 가져다 준건 향을 피우거나 음악을 듣는 일이었어요. 제 마음을 다스리기에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었고 또 그러하기에 가장 자주 한 일이기도 합니다. 주말 아침 일어나 향을 피우고 음악을 틀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고요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때 처음 공간이란 게 보여지는 인테리어가 전부가 아니라 그 공간이 갖고 있는 향과 음악도 공간의 일부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기도 했습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저만의 공간에서 제가 원하는 책과 영화를 보는 시간들은 더 설명할 필요없이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살면서 이따금 집에 지루함을 느낄 때면 집에 놓여진 가구를 재배치 하곤 했었던 것 같아요. 매주 일주일에 한번은 꼭 청소도 하고, 서랍 속 옷가지들을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집을 돌보는 일인 동시에 제 자신을 돌보는 일이었음을 느낍니다. 집 덕분에 제 생활도 더 부지런해졌고, 이러한 일들이 전혀 힘들지 않고 오히려 힐링이 되었어요.
계절마다 변하는 너무 아름다은 호수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아 아침 저녁 호수앞 산책도 했습니다. 딱히 운동이라는 걸 잘 하지도 않고, 운동이라곤 출퇴근 시간과 회사 점심시간에 걷는 게 전부인데, 날씨 좋은 날 집 앞 30초 거리에 있는 호수공원을 걸으며 평소에 느꼈던 복잡하고 힘든 생각으로부터 제 자신을 평온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저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들로부터 평온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너무 행복합니다. 처음 독립을 하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제 마음을 평온하게 다스리는 법을 배웠던 것 같아요. 그러한 시간들을 보내면서 제 인생의 우선순위가 무엇보다 제 마음의 평온함이 첫번째가 되었던 것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