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선생님, 나의 선생님

by Briony

내가 왜 교직을 시작했냐고 물으신다면, 내게는 평생 한번 만날까 말까 하는 은사님 덕분에 이 길에 입문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 이과반인데 수학을 못해서 참 힘들던 그 시절로 돌아가본다.

영어와 사회를 무지 잘하고, 수학과 과학은 그저 조금의 흥미가 있던 나는 문과 이과를 선택하던 그때가 아직도 떠오른다.

내 인생을 좌지우지할 문이과 신청서였는데, 단순한 현장체험학습 참가신청서처럼 그런 평범한 양식이었다.

우리 부모님 두 분은 모두 이과출신. 분명 나는 아빠를 닮아 문과 성향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취직은 이과가 잘된다.'는 그 믿음 하나로 이과반에 진학했다. 물론, 그 선택은 틀린 선택은 아니었지만 내가 원했던 선택은 아니었다.


분명 나는 고1 때까지 공부를 곧잘 하는 학생이었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3년 연속 우리를 끌고 올라가신 학년부장님께 칭찬받는 학생이었다. 잘 보였던 학생이었다. 그 정도면 잘하는 학생이 맞는가? 그때는 내가 모범생에 속한다고 생각했지만, 교사가 된 지금 이 명제가 참인지도 다시 짚어보아야 할 문제 이긴 하다.


나의 은사님은 영어 교사,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나의 영원한 선생님이 계시다.

선생님은 내가 선생님이 될 줄 아셨을까?


나는 전혀 교직에 뜻이 없었다.

학부 때는 노느라 바빠서 학점을 챙기지 못했다. 정확히는 내게 컴퓨터과학 공부는 너무 어려웠다. 우리 집에서 컴퓨터를 공부한 사람도, 이걸로 성공한 스토리도 없었기에 학부시절 내 인생은 '노답'이었다.

개발자와 관련된 모든 취업의 문이 막히자, 나는 문득 나의 선생님이 떠올랐다.

'선생님께서도 교육대학원에 진학하셔서 선생님이 되었다고 하셨지?
그럼 나도 그 길을 따라가 볼까?'

그렇게 따라가게 된 선생님의 길. 우연히 집 근처에 컴퓨터교육을 가르치는 교육대학원이 있었다.

타 교육대학원은 고려하지도 않은 채 그 길로 원서를 접수했고 나는 그때부터 교육에 큰 뜻을 품기 시작했다.

참 오랜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교생실습도 까마득한 옛날이야기,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나의 광야도 어느새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선생님, 선생님은 선생님이 되신 것을 후회하나요?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사실대로 말해야 할까? 너무 후회한다고. 우리 가족 중 한 명이 교사가 된다고 하면 뜯어말리고 싶다고.

하지만, 이 일에는 말로 표현 못할, 물질적 보상으로 감당이 되지 않는 보람이 있다.

10번의 생각 중에 한두 번 느낄까 말까 하는 보람 덕분에 오늘도 학교에 출근한다.


선생님, 선생님 나의 롤모델 선생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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