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4월의 일기
요즘도 정말 바쁘다. 하지만 심적으로는 많이 안정되었다.
안정적인 수입과 시간적 여유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중이라 여전히 혼란스럽다. 회사에 있는 시간은 점점 지루해진다. 왼쪽 관자놀이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뻥 뚫린 것 같고 눈이 텅 빈 느낌이 점점 더 심해진다. 마음을 돌보는 유일한 시간은 퇴근 후에 한 장 짜리 일기를 쓸 때와 자기 전에 나를 격려하고 일어나서 축복해주는 시간뿐이다.
프리랜서로 일을 돌리면 생길지도 모르는 금전적인 문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 부러워서 외면해오다가 처음으로 프리랜서에 대해 찾아봤더니 생각보다 잘 사는 사람이 많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프리랜서들이 자기 전문 분야 말고도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모습이었다. 전문 분야가 여러 개라고 말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마케팅을 하면서 영어를 가르치기도 하고, 컨설팅을 하면서 편집을 하기도 했다. 이 일 저 일 하면서 먹고사느라 닥치는 대로 일하는 건 불안하고 초라한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다재다능한', '능력 있다' 고 여기는 사람을 보니 신기했고, 그런 자신을 창피하게 여기는 게 아니라 뭘 해도 먹고살 수 있고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하는 게 멋지고 새로웠다.
체력에 대해서도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이전에도 체력이 좋다는 말은 몇 번 듣긴 했지만 보는 사람은 속사정을 잘 모르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라고 여겼다. 요새 새벽 3-4시까지 작업하고 출근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데 클라이언트가 내게 체력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어쩌면 나는 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으면 체력이 솟는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랜서로 전향하는 것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골머리 썩고 있을 때 보게 되었던 영상에서는 이런 말들도 있었다. 이왕 하기로 했으면 그것의 나쁜 면보다 좋은 면을 찾아보라고. 그리고 바보 같은 과감한 선택을 하라는 기분 좋은 가사도 들었고. 주변 사람들에게서 뜬금없이 응원해주는 말도 여러 번 들었는데 나를 지켜봐 주는 어떤 신이 하는 말 같아 고맙고 든든했다.
어떤 일이든 시작할 때는 힘든 시간이 있겠지. 점점 나를 돌보는 법을 알게 되고 나에게 맞는 환경을 갖춰갈 때까지는 아마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 수도 있을 거야. 진짜 꿈을 위해 겪는 어려움과 타협한 꿈을 향해 갈 때 겪을 힘듦이 비슷하다면, 진짜를 향해 가는 게 훨씬 이득이고 기쁨도 배가 되지 않을까?
진실로 하고 싶은 일과 두루뭉술하게 버무려 타협한 목표 모두 어차피 힘든 과정이 반드시 따라온다면, 그 과정을 겪으면 그 끝에서 어차피 가질 수 있다면 왜 타협한 꿈을 좇고 있지? 누구도 나한테 그렇게 하라고 더 이상 요구하지 않는다. 나를 빼고는.
진짜를 향해 갈까.
진짜를 캐러 갈까.
진짜를 똑바로 쳐다볼까.
마음껏 상상한다면 기꺼이 하겠다고, 내가 다른 곳에 쏟아붓는 마음을 그 꿈에 쓸 테니 같이 해보자고 한번 말해볼까.
그러면 주위를 빙빙 도는 기분을 벗어나 진짜로 날아다닐 수 있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