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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Dec 01. 2024

저가형 카페에서 투잡 알바생으로 살아남기

저가형 카페의 많은 장점(?), 알바생 입장도 들어보자

한 공간에 세 가지 유형의 사람이 각각 있다.


사장님, 손님 그리고 알바생(또는 직원)


나는 오늘


카페를 잘 이용하는 K-학생 -> K-직장인으로서 손님의 입장


직접 사장이 되어본 적은 없지만 자영업을 하셨던 부모님 아래에서, 또는 알바했던 모든 곳의 사장님에게서 들은 여러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사장님의 입장


현 저가형 프랜차이즈 카페(컴포즈)에서 투잡뛰고 있는 알바생의 입장


각 세가지의 입장을 가지고 하나의 주제가 각각의 유형에게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한 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 상황에 대한 설명은 내가 일하고 있는 저가커피 매장(컴포즈) 기준

* 모든 사람들이 동일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테니 적당히 재미로만 보시길.


출처: 컴포즈 커피 공식 홈페이지(2024 홍보모델 - BTS 뷔)




#레시피


프랜차이즈 점포의 특징은 본사에서 제공되는 매뉴얼이 있다는 것이고, 레시피를 따르기만 하면 어느정도 맛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여기서 

1. 사장님의 입장

- 제공되는 메뉴를 따르기만 하면 되니, R&D에 공을 들일 필요가 없다.

- 어느 정도 보장된 맛이다. 맛이 없더라도 괜찮다. 어차피 새로운 메뉴가 계속해서 나온다.

- 내가 커피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비전문가여도 괜찮다.


2. 손님의 입장

- 커피, 주스, 스무디, 티 등 카페에서 이용하려고 하는 왠만한 메뉴는 다 있다.

- 1~2달에 한 번씩 신메뉴도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종류(초코, 딸기, 수박, 토피넛 등 계절감에 어울리는 음료)라면 한 번 먹어본다.

- 가끔 유튜브에서 추천하는 조합의 메뉴가 나오면 또 한 번 먹어본다. 나쁘지 않다.


3. 알바생의 입장

- 레시피가 너무 많다.

  (그냥 많다. 정말 많다. 다이소 느낌으로 다 있다.)

- 음료 종류 별로 미묘하게 10g씩 0.5펌프씩 다르다. 다 외운 줄 아는 나 자신을 언제나 겸손하게 만든다.
  (다 외웠니? 네!..니오...)

- 신메뉴가 끊임없이 나온다.

  (이제 좀 익숙해져서 다 외웠네 하면 메뉴가 사라지고 신메뉴가 나오는 매직..)

- 신메뉴의 조합이 가끔 이해가 안된다.
  (이걸 이렇게 먹는다고? 이걸 이 정도까지 넣는다고?의 반복)

- 어느 날 갑자기 특정 메뉴가 엄청나게 잘나간다? 그럼 쇼츠에 뭐가 떴나 의심해본다.

  (관계자분들 제발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추천해주세요.. 여기 뭐가 맛있어요?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컴포즈 공식 메뉴판 - 근데 여기에 시즌메뉴가 계속 추가된다




#재고 관리


1. 사장님의 입장

- 특정 메뉴를 꼭 팔지 않아도 된다. 상권에서 잘 팔리지 않는 음료, 디저트류는 시즌에 따라 품절처리 한다.

- 정기적인 발주일이 있어서, 판매량에 따라 유동적으로 주문량을 조절할 수 있다.

- 주변 동일 브랜드 카페 사장님들과 사이가 틀어지지만 않았다면 긴급상황 발생 시 재고를 빌리거나 하며 유연하게 상황을 대처할 수 있다.

- 자영업에게 있어 선입선출은 필수다. 유통기한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자.


2. 손님의 입장

- 점포 바이 점포로 특정 메뉴를 찾지 못할 때가 있다. 

- 이 메뉴가 여기 브랜드에서 파는지 저기 브랜드에서 파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컴포즈에 와서 메가커피 메뉴 있는지 자주 물어본다.)

- 어제까지 판매 중이었다가 오늘은 품절되는 경우가 있다.
  (이건 보수적으로 주문하다가 생각보다 그 날 잘나가서 재고가 다 떨어진 경우)


3. 알바생의 입장

- 손님들이 내가 모르는 메뉴가 자꾸 어디 있냐고 물어본다. 내 기억력을 의심해보지만 그럴 땐 다른 브랜드인 경우가 많다.

- 손님들이 왜 여기는 그 메뉴 안파냐고 물어본다. 없는덴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없습니다. 그냥 없어요.

- 손님들이 지금은 와플 안파냐고 물어본다.(우리는 겨울한정으로 판매) 여름에 블렌더 돌리다가 정신 돌아버릴 것 같은데, 와플 반죽 만들어서 와플 타지 않게 구울 자신이 없어요.라고 대답하지 못하는게 아쉽다.

- 어차피 회전율 높아서 일주일도 안되서 새로운 봉투를 뜯고, 우유도 선입선출 아니어도 그냥 사라져 가는데 매번 언제 뜯었는지, 언제 베이스통 교체했는지 다 쓴다. 이건 테이프 낭비다. (우우 환경오염 싫어요.. 그냥 귀찮은게 싫은 알바생)


아메리카노가 제일 맛있다니까요.




#회전율(수익)


1. 사장님의 입장

- 저가형 커피는 음료(특히 아메리카노)로는 정말 남는게 없다. 1,500원에 재료(원두, 얼음, 물), 원자재(컵, 뚜껑, 홀더,빨대) 외에도 점포 수수료, 카드 수수료, 기프티콘이라면 기프티콘 수수료 마지막으로 알바생 인건비까지.

- 저가형 커피는 그래서 박리다매가 안되면 답이 없다. 혹은 디저트를 잘팔던가 (악성재고로 가 될 수도 있다.)

- 저가형 커피는 동네 장사다. 목이 좋은 곳은 이미 내 점포 외에 수많은 프랜차이즈 카페가 많다. 거기에 인스타 감성의 비싼 개인 커피숍도 있다.

- 내 가게 빼고 다른 카페들은 다 잘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 1인 1음료, 외부음식 금지, 커피 한 잔 시켜서 하루종일 앉아있지 않기(2시간 제한), 1명이 4인석 앉지 않기 등 때에 따라 카페에 제한되는 것들을 만들 수 밖에 없다.


2. 손님의 입장

- 손님의 입장에서 회전율은 잘 모르겠다. 그냥 가끔 사람 몰릴 때 방문하면, 딱 두 가지 반응 정도

  1. 와.. 타이밍 잘못 맞췄다. 오래 기다리겠군..

  2. 이 집 장사 잘되네. 나도 카페 하나 차려볼까? (라고 생각했다가 지금 마음을 많이 내려놨다)

- '커피는 수익률이 좋다는데'라고 생각하며 창업비용을 검색해본다. 그런데 프랜차이즈는 최소 1억의 비용이 든다, 조용히 폰을 내려놓는다. 먼 산을 바라본다.


3. 알바생의 입장

- 제발 나 빼고 다 나가줬으면 좋겠다.

- 손님이 몰리는 타이밍이 몇 가지 있다.

  1. 누군가 '오늘은 좀 한가하네요?'라고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속으로 생각만 해도..)

  2. 손님 좀 빠진 것 같아서 내가 마실 음료 하나 제조하거나, 막 다 만들어서 첫 입을 먹는 순간

  3. 음료 다 나가고 나서 뒷정리 마치고 다음 턴을 위해 준비 다 해놓고 이제 좀 앉으려고 하는 순간

- 여름 성수기를 겪은 알바생은 이제 뇌를 빼고 일하는 나를 만날 수 있게 된다.
 (기계 및 작업 프로세스가 하나가 되는 순간, 가끔 뇌를 너무 빼서 주문실수가 나오지만 이제 그건 중요하지 않게 된다)

- 그냥 다 평범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셔줬음 좋겠다. 바쁜 순간에 꼭 블렌더(그것도 종류가 다 다른..)가 끼거나, 주문사항에 덜 달게 / 얼음 적게 또는 많이 / 제로로 변경 등등 함정카드가 숨어져 있다.

 * 매장에 블렌더가 하나다. 이 때 음료제조 <-> 설거지 <-> 샷 뽑기 <-> 의 무한 반복이다.




#JS (진상손님)


1. 사장님의 입장

- 기본 친절 마인드 장착. 동네장사로서 가게의 평판을 관리해야 한다.

- 어느 정도 거르는 것이 필요하다. 본사로 컴플레인을 걸겠다면 걸라고 해라.

- 안오는게 좋은 손님들도 있다.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다.

- 동네장사다. 결국 올 사람들은 다 온다. 보통 이상한 사람들은 아주 가끔 오는 뜨내기 손님일 때가 많다.


2. 손님의 입장

- 이건 진상손님이니까 손님의 입장은 패스

- 가끔 이 정도면 진상인가? 할 수 있겠지만, 보통 그러면 진상이 아니다.

  이게 무슨 진상이야~ 라고 한다면, 보통 진상이다.

- 손님으로 카페를 방문한다면 안녕하세요-감사합니다와 같은 기본 인사는 당연하고, 가끔 기분 좋은 날 좋은 하루 되세요 같은 말을 해주면 알바생의 마음이 몽글몽글 해진다. 좋은 손님이 되면 좋은 알바생이 돌아온다.


3. 알바생의 입장

- 흐린 눈을 한다. 적당히 '네~'하고 흘릴 수 있으면 흘려보내자. 내 감정만 상한다.

- 싸가지 없을 필요는 없다. 내 기분이 나빠질 뿐이다. 다만 만만하게 보이지 않게 확실하게 대응한다.

  (모든 요구사항을 다 들어줄 필요는 없다)

- 지금 내가 불친절하다고 내 시급이 깎이는 것은 아니다. 좋은 사람에게 제공할 다정한 서비스도 부족하다.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

- 꼭 손님이 진상인지, 혹시 내 대응이 잘못된 것은 아닐지 되새겨본다. 가끔 제대로 응대하면 급친절해진다.
 (하지만 대체로 아니다. 세상에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은 알바를 하면서 겪거나 생각이 들었던 부분을 글로 풀어보았다.


상황 하나하나가 기억이 나는 것은 아니고 기억이 나더라도 소설마냥, 일대기마냥 다 풀어낼 수는 없으니 특정 주제로 묶어 표현해봤는데, 알바생 입장에서는 좀 처절한 것 같기도 하다..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주세요.)


이 시리즈를 가지고 무언가를 해보겠다 엄청난 결심을 했던 건 아니고,

내 1년 반(현재진행형)의 투잡 기록을 그저 흘려보내기엔 아까워서 남겨보는 나만의 기록이라

딱 이 정도의 톤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 유익하거나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하거나 하는 것이 아닌 적당한 에세이톤 -


곧 2024년이 끝나가고, 아마도 내 알바 생활도 슬슬 마무리 될 것 같다.

한 해를 지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일상을 살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보내왔는지 기록을 잘해보도록 하자.




# 컴포즈 커피 관련해서 발견한 게시글과 추천 링크


Q. 레시피 어떻게 외워요?

A. 그런 걸 다 외우는 알바생은 없습니다.

- 사실입니다. 이건 외운게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거에요. 가끔 붙어있는 레시피 보고 내가 잘하고 있나 확인하는게 필요하구요. 심지어 어차피 신메뉴 매번 나와서 또 외워야 됩니다.



추천 링크: 컴포즈 레시피 퀴즈

- 얼마나 레시피 외우는게 필요했으면 퀴즈로 만들어서 나왔지?

- 처음 알바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거 참고해서 봐도 좋겠다. (하지만 그냥 몸으로 부딪혀 보셔라)

https://quizlet.com/kr/814241982/%EC%BB%B4%ED%8F%AC%EC%A6%88-%EB%A0%88%EC%8B%9C%ED%94%BC-flash-cards/?x=1jq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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