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단순하다는 착각, 일이 익숙해졌다는 자만
초보 운전자가 언제 가장 사고가 나는지 아는가?
운전 연수를 받을 때
면허 취득 후 처음 운전할 때
어려운 길을 다닐 때
모두 아니다.
바로 '나 좀 천재인 듯?'하면서 긴장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을 때이다.
긴장할 때는 혹시나 잘못될까봐 온몸이 그 행위에 집중한다.
그 때는 왠만해서는 사고가 나지 않는다(운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 어느 정도 그 놈이 그 놈 같고,
운전대도 익숙해지고, 엑셀과 브레이크를 밟는 그 움직임이 익숙해져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을 때.
그 때 그렇게 사고가 나게 된다.
운전을 예시로 들었지만
모든 일이 다 그렇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도
새로운 곳에 가서 적응을 할 때도
초반엔 긴장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조심한다.
확인 또 확인하면서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실수가 일어나는 순간 난 끝이야!라는 마음가짐으로 매사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내가 그 곳에 있는게 당연해지는 어느 순간
언제나 문제가 발생하고, 아차하는 순간이 온다.
커피를 만드는 아르바이트에서 어떤 긴장이 풀릴 일이 있는가, 무슨 실수를 할게 있겠는가 싶지만
사실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프랜차이즈 카페로서 '음료 제조 매뉴얼'이 있고,
손님들에게 언제나 같은 컨디션의 음료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또한 손님들의 요구사항이
- HOT인지, ICE인지
- 얼음 적게인지, 얼음 많이인지
- 덜 달게 인지, 더 달게 인지
- 휘핑크림을 올리는지, 마는지 등등
작은 영수증 하나에 챙겨야 할 것들이 수십가지다.
여기서 조금만 방심하고 후훗, 이 정도는 껌이지 하는 순간
요구사항에서 어긋난 음료가 제공되게 된다.
바쁜 매장에서 매의 눈으로 주문 영수증을 체크하고,
결과물이 잘못되지 않도록 최종 음료가 나가는 순간까지 두 번, 세 번을 체크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늘 긴장하고, 늘 꼼꼼하게 잘 확인해서
실수따윈 전혀 없는 나는야 이 시대의 완벽한 아르바이트생(찡긋)과 같은 결말이면 좋으련만
손님이 몰리고, 한 영수증 안에 아이스와 스팀과 설탕시럽 추가와 덜 달게 거기에 블렌더까지 난무하는 주문들이 뒤섞여 있을 때 나는 여전히 실수가 생긴다.
속으로 훗, 이제 좀 지겹군, 완벽한걸? 하다가도
와장창 하면서 실수를 만들어내는 우리네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