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sa Nov 10. 2024

뭐해먹고살지? 20대 직장인의 60대 노후 생각

은퇴하면 치킨집 아니면 카페 사장님이라던데?

지난 글에서 직장을 다니며 주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다시 얘기하자면 나는 23년 10월부터 현재까지 13개월간 카페 알바를 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1편에 이어 다시 말하자면 나는 언제나 직장인으로서 내 커리어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에 대한 생각을 하는 편이다.

기획자로서의 성장뿐만이 아니라 삶 전반의 인생 곡선에 있어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어떤 영역까지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인데, 여기에는 인생의 오르막길만이 아닌 내리막길(어쩌면 급경사)까지도 고려했을 때의 이야기인 것이다.


카페에서 일을 시작한 겨울을 지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이 온 지금.

이제까지의 내가 어떤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기록하고 일 년을 마무리하고자 글을 써가고 있다.


사실 카페 업무는 굉장히 반복적이고, 관리자가 아닌 이상에야 더욱이 그 범위는 작다. 어쩌면 자영업이라는 게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일이 같아 권태로움을 느낄 수 있지만, 또 하루하루 성실하게 쌓아 올리는 것. 직장인은 주 5일 제라는 루틴에 평일과 주말을 가로질러 삶을 구분 짓지만 자영업은 오롯이 자기의 선택에 따라 달려있으니 말이다.


레시피를 외우고, 음료를 척척 내놓기까지 1년이 넘어가니 이제는 무엇을 배워 새로움을 느끼는 것보다 약간의 권태로움을 느끼기까지 하는 중이다.

- 물론 겨울이라 비수기여서 배부른 소리 하는 것이다. 여름에는 생각이란 게 없이 그냥 출근해서 커피 뽑고 블렌더 돌리면 금방 퇴근시간.. 이 부분은 또 다음에 할 말이 있다. -




일이 재미없는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잘해가고 있다. 또 지금 시기에 은퇴라는 것은 굉장히 멀다(아마도?). 나는 아직 시니어보다는 주니어, 사회 초년생 쪽에 조금 더 어울리는 연차라고 생각한다. 은퇴에 대한 불안보다 앞으로 더 나아질 미래에 대한 기대와 성장하는 나 자신에 뿌듯함을 느끼며 맹목적으로 달려가기에도 절대 부족함이 없을 나이다.


그래서 왜 알바 하나에 이렇게 장황한 글을 쓰는지 굳이 굳이 풀어내자면 30년, 40년 뒤 그 너머는 여전히 뿌옇기만 하고, 불확실함 속에 한 올의 현실을 남겨두기 위한 고민을 했고 이 내용을 흘려보내지 않고 기록해보고 싶어서라고 말할 수 있겠다. 


대문자 J 호소인으로서, 나는 나의 길에 불확실함보다 확실함을, 모호함보다 명백함을 가지고 싶다고 멋들어지게 말하면 너무 비장하려나?


그냥 아르바이트한다. 돈 벌려고. 의 짧은 문구를 약 10편 정도의 글에 풀어내는 것에 약간의 민망함을 담아 지금 또 정리되지 않은 나의 궁색 맞은 변명을 쓰고 있다고 설명하는 중이다.




은퇴 후 짜장면만 먹어도 7억이 필요하다.


관련해서 글을 쓰려고 은퇴, 은퇴 후 취업, 치킨집 창업 사례 등등 여러 키워드를 넣고 검색을 돌리다가 눈에 띄는 문장을 봐서 가져왔다.

- 은퇴 후 두 사람이 7천 원짜리 짜장면을 하루 세 개씩 약 40년 동안 먹을 때 나오는 단순 계산

- 100세 시대에 60살에 은퇴한다고 했을 때 단순 숫자 계산 상으로 쓰여있는 우스갯소리지만, 그 안에 담긴 "만약에 당신이 이후 소득이 영원히 0원이라면?"을 고려하자면 등골이 서늘해지는 문장이기도 하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43022


뭐, 우울한 이야기는 충분히 했고 그다음 '일'의 의미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자.


연금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들다는 말이 있어 추가 소득을 위해 일을 고려하는 것도 맞다.

그렇지만 나는 결국 사람은 '상호작용을 해야 살아갈 수 있는' 생명체이고, 나이가 들수록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진다고 생각한다.


어르신들이 소일거리를 찾고, 은퇴 후 재취업을 하는 이유도 내가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무언가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가지며 살아갈 힘을 얻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생계형만을 위해 일하시는 분들도 물론 있겠지만.. 일을 한다는 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다.


2023 보고서 - 핀다(좌), 2020 글로벌 빅데이터 연구소(우)


보통 우리가 우스갯소리로 하는 이야기는 사실 아주 오래된 구전동화처럼 부모님 세대부터 이야기되어왔던 것이고 실제 행해졌던 것이다.

은퇴하면 뭐 하지?라고 했을 때 본인의 일과 연관된 사업을 펼쳐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대체로 '자영업'을 도전할 것이고 그중에 많이 회자되는 것이 [치킨집]과 [카페] 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프랜차이즈 카페] 알바를 하기로 했다.


결국 경험해봐야 할 수 있을지, 다른 길을 걸어도 괜찮을지 알 수 있을 테니까 한 번 도전해 보자고 생각했다.

대학생 때 개인카페는 경험해 봤지만 학교 앞 상권이라는 특수성도 있었고 프랜차이즈의 시스템과는 많이 다를 것이었기에 제대로 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치킨집은.. 근무시간도 달랐을뿐더러 업종 자체에 있어 크게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애초에 배달 외에는 뽑지도 않는 종목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홀 서빙을 하려는 건 아니었으니.


또 한 가지 더 카페도 카페인데, 주말 오픈을 꾸준히 하며 내가 과연 '자영업'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컸다.

지금 직장은 사무업무로 어떻게 보면 평일엔 몸이 편한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자영업은 마냥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을 한다고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분명히 몸을 쓰는 일이다.

그러니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알아야 했다. 내가 과연 이 꾸준함을 견뎌낼 수 있을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