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엔 4년차 직장인, 주말엔 알바생 신분
혹시 이 가사를 읽는 중에 멜로디가 떠오르는게 있다면 바로 그 "개미는 뚠뚠~" 송이 맞다.
어디 인터넷에서 구전처럼 전해져 내려오는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글을 쓰기 위해 개미송을 찾아보면서 짱구 엔딩 노래인 걸 처음 알았다.
이번에 아르바이트 관련으로 여태 해 온 일들을 쭉 정리하려는 가운데, 문득 이 노래가 생각났다.
지방러로서 20살 무작정 수도권에 올라와 대학생활을 하고, 취업준비를 하고, 취업을 해서 어엿한 직장인이 되는 과정 속에서 대외활동으로 활동비를 받던, 알바를 하던, 학교 내 근로장학을 하던 일 하는 걸 쉬어 본 적이 없다.
늘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외치면서 매일 열심히 돈 벌고, 놀고, 공부하고,
그렇게 회사까지 취업 후 주 5일 일하고 이직도 했는데 나는 여전히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왜?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심오한 결정인 척 몇 가지 자질구레한 변명 같이 들리겠지만
한 번 쭉 나열해보려고 한다.
1. 이사: 새로운 동네 그리고 부족한 잔고
아마 아래의 모든 이유들 중에 가장 현실적이고, 결국 알바를 해야되겠다라고 결정하게 된 큰 이유다.
직장인으로서 꼬박꼬박 월급을 받고, 저축도 하는만큼 생계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직과 함께 연달아 이사하게 되며 정신없는 와중에,
예상보다 더 부담하게 된 보증금, 부동산 복비, 이삿짐 차량 기타 등등 이사에 들어가는 제반비용들이 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혹시나 싶어 뚫어둔 마이너스 통장에 마이너스 숫자가 찍히게 되었고, 생활비와 함께 월급만으로는 빠른 시일 내에 모두 갚기에는 요원해 보였다.
개인적으로 아직 투자 마인드가 없기에 대출에 민감하고, 결국 자산 증식이 목적이 아닌 그저 빚이기에 빠르게 돈을 갚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2. 돈 쓸 자유: 오롯이 즐거움을 위한 소비
1번과 비슷한 듯 다른 이유다.
예전에 비해 나이가 들고, 관심있는 것들이 늘어나며 동시에 그 값이 비싸지는 가운데 월급만으로는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 예전에는 광어 한 접시에 3만원을 여러명이서 먹었다면, 이제는 1인당 7만원 정도는 쓰게 되는 대게를 먹으러 가는 '어른'이 되었달까... (물가상승률 반영)
또 이사를 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쓰는데 들어가는 소비와 함께 나에게 필요한 혹은 관심이 가는 물건들을 구매하기 위해 들어가는 소비가 지속되면서 주거/생활비와 저축 외에 온전히 [소비]할 수 있는 용돈 개념의 항목을 만들고 싶었다. 계산기를 두드렸을 때 생활도 하고 저축도 하고 소비도 하려면 결국 할 수 있는 건 돈 들어올 곳 늘리기 뿐이었다.
3. 갓생 호소인: 어차피 늦게 일어날 바엔
맘먹으면 일찍 일어날 수도 있고, 약속이 있다면 맞춰 일어나겠지만 주말엔 보통 여유를 부리다 못해 늑장 부리다 오후 2-3시는 되어야 일어나거나 약속에 맞춰 겨우 일어나거나 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주말 오전에 스터디(P1)도 했지만, 약속이 없다면 다시 잠들거나 밍기적대기가 일쑤였다.
어차피 주말을 이렇게 보낼거라면, 어차피 눈떠서 활동할 시간이 3시라면 그 시간에 아침에 일어나서 돈이라도 벌어야겠다. 뭔가 의미있는 활동을 해야겠다. 주말을 좀 더 길게 보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갓생이란 미라클 모닝을 해서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오늘 하루 알찼다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마치는 삶 아닐까? 그렇다면 주말 아침 알바로 미라클 모닝을, 알바 이후 공부나 약속으로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나의 갓생이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4. 무료함: 뭐 새로운 거 없나
3번과 비슷한데, 이사를 하게 되며 친구들과 살던 곳에서 멀어졌고, 조금 심심해졌다.
심심해진 공간만큼 채워넣는 것이 관성인지라 무슨 일이라도 해야겠다라고 생각했고, 여차저차 위의 이유로 일을 해야겠다는 결론까지 도달한 것이다.
이전에 첫 회사 취업하고 한동안에도 대학교 근처에 살았었는데, 취업준비하며 알바 했던 곳에서 주말 중 하루(일요일)를 일했었던 기억이 있어서 조금 더 결심하기 쉬웠다.
5. 은퇴 계획: 뭐해먹고 살지?
이건 다음글에서도 밝히겠지만, 직장인으로서 내 커리어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나의 재능과 열정이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늘 한다.
그러다 문득 우리의 중년과 노년을 떠올릴 때 당연히 '은퇴'의 시기가 올 것이고 그 땐 내가 뭘 할 수 있을까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정말 'N'스러운 의식의 흐름이긴 한데, 지금도 지금이지만 나중엔 내가 어떻게 살지 모르니까 이왕 젊을 때 더 많은 경험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보통의 직장인들은 친구들과의 약속 등 일정을 잡을 때 주말 오전 10시에서 16시 사이에 만나는 시간을 잡게 된다. 저녁은 여유롭게 쉬어야 평일에 보다 안정감 있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주말 아침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8시-15시를 일하고, 씻고 준비하고나면 16시가 넘어서 약속을 잡기 쉽지 않다. 시간을 쪼개서 빠듯하게 움직여야 겨우 저녁 약속이다. 약속을 끝내고 돌아오는 날은 완전 녹초가 되어 버린다.
외부 활동은 상당히 에너지를 잡아먹는 일이라 대부분의 경우는 약속을 잡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빠지는 것은 다행히 사장님께서 양해해주시지만(직장인의 투잡에 대한 배려라 감사하다) 이는 거의가 경조사 참석을 위해 쓰이기 때문에 왠만한 약속은 먼저 잡지 않는다.
주말 알바를 시작하면서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함을 각오하고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끔 주말 약속이 만들어지고, 의도하진 않았지만 시간 조정이 필요한 상황 속에서 현재 회사 일 외에도 일을 하고 있고 그것이 주말 아침부터 오후까지 일하는 일임을 밝히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왜 주말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하는지에 대해 그 속내를 궁금해 하고, 놀라워 하고, 대단해 한다.
사실 정말 별거 없는 '돈'에 관련된 이유 아닌가?
중간중간 조금 있어빌리티*함직한 이야기가 있지만, 1부터 5까지의 이야기가 개인의 현재와 미래에 관련있는 경제적인 부분일 것이다.
* 있어빌리티: 있어보인다+abilty(능력)의 합성어로 실상 별거없지만 뭔가 대단해보인다는 뜻의 신조어
앞으로 써내려 갈 이야기들은, 일하는 과정 속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생각들을 했는지에 대한 것이다. 직장인으로 주말에 쉬지 않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던 만큼 그 속에서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지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