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아줌마의 불안증 투병기 13
상담을 다니면서, 생각이 너무 많다.. 혹은 자책으로 귀결되는 생각의 꼬리를 물어서 악순환이 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생각을 가볍게 하려 하고, 혼자 땅 파고 들어가지 않게 끊어내는 걸 생활화하고 있다. 하지만 가끔씩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아우성쳐서 도무지 끊어내질 못하겠는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제발 조용히 해!라고 소리 지르고 싶고, 머리의 전원 스위치를 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도 그렇다.
머릿속에서 너무 많은 생각이 엉겨서, 포화상태가 되다 보니, 자구책으로 그 생각들을 이렇게 글로 쏟아내고자 한다. 예전에 알쓸인잡에서 김영하 작가님이 글로 쓰다 보면 문법이라 맥락 같은 걸 생각해야 해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보는 것도 좋다 한 것처럼, 이렇게 쓰다 보면 머릿속이 잦아지는 거 같다.
아, 이제야 좀 머리가 조용해졌다.
컴퓨터를 켜고 앉아서 브런치를 열고 글을 10줄 정도 적은 동안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걸까? 이 몇 분이 숨 쉴 구멍이 된다. 그래서 글을 자꾸 쓸게 되는 가보다.
나의 불안은 일 년 여의 상담과 약물로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의 말씀처럼 정도가 나아졌다기보다는 그 불안과 그로 인해 촉발되는 감정을 수용할 자리가 조금 더 생긴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히 숨은 쉴 수 있다. 아마 불안장애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숨을 쉰다'는 것이 어떻게 특별한 것인가 싶을 거다. 생물학적으로 숨을 쉬지 않으면 인간은 살 수 없으니... 아마 실제로는 숨을 쉬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편하게 숨을 쉬는 건 나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자꾸, 자동적으로, 난 숨을 참고 있다. 마치 숨을 쉬면 고통스러운 가스실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그럴 때마다 이제는 '괜찮아, 숨 쉬어도 돼'라고 의식적으로 스스로를 달래야 한다. 그래서 숨 쉬는 것조차 의지가 필요하니, 별로 하는 일이 없는 거 같아도 에너지가 더 많이 소진되는 느낌이다.
그래. 이 글을 써야겠다 생각한 것은 이런 의문이 꼬리를 물어서였다.
운동 좀 안 하면 안 될까? 좋아하는 요거트를 하루에 몇 컵 씩 먹으면 안 될까? 접촉 사고를 좀 내면 안되나?(사람 안 다치고 보상 다한 경우) 늦잠 자면 안 되나? 핑계대로 하루 땡땡이 치면 안되나? 낮술 마시면 안 되나?....
이렇게 나 스스로 혹은 누군가에게서 들어서 갖고 있던 금기들에 대한 반발이 왈칵 들었다. Gym을 개발한 사람보다 누텔라를 개발한 회장이 더 오래 산 것처럼, 누군가에게 피해나 상처를 주거나 몸을 심하게 병들게 하는 게 아니라면 조금 덜 엄격하게 살면 안 될까?
사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듣고 싶거나 갑론을박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사실, 나 스스로에게 답을 해주고 싶은 거다.
다 안 해도 괜찮아!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