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아줌마의 불안증 투병기 12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한 영화의 유명한 대사다. 굳이 영화의 내용을 언급하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사랑은 변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라 생각했고, 자신이 받았던 사랑의 상처를 돌이켜보았다. 그리고 많은 드라마와 소설, 영화에서 사랑이 변해버린 사람(남자이든, 여자이든)은 가해자이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한 사람은 피해자가 된다.
2020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에 들어갔다. 그리고 올해는 러시아의 전쟁까지 생기면서 경제는 마치 거친 파도와 같이 동요하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도 요동친다. 더불어 있어서는 안 될 사건까지 일어나면서 우리는 너무나 힘든 2022년을 보내고 있다. 사실 내년이 되어도 그다지 상황이 나아질 거 같지 않기 때문에 신년에 대한 기대보다는 이렇게 아프게 또 지나가버리는 시간이 안타깝다.
근 3년 동안 우리는 너무나 많은 변화를 겪었다. 학교에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열이 나면 집 밖에 나가지 못하며, 가족과 친구들을 만날 때에도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도 인간은 징글징글하게도 적응을 해나가고 있다. 처음엔 그토록 답답했던 마스크는 필수품이 되었고, 다양해진 온라인 플랫폼과 콘텐츠는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그리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따갑기보다는 이해를 해보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폭력은 어느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런데, 이토록 세상이 변해가는데 어떻게 사랑은 안 변한다고 믿는 걸까?
사랑이 뭔지, 사실 정확히 정의 내리진 못하겠다. 수많은 철학책, 뇌과학책, 문학, 영화 등을 보아도 어렴풋할 뿐 명확하진 않다. 물론 나도 불같은 연애를 해봤고, 부모님을 너무나 사랑하며 아이에게는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을 만큼 사랑한다. 그렇지만 이 사랑이란 감정을 하나의 성질로 말하긴 힘들다. 또한 이 감정의 세기가 항상 똑같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자신 있게 나는 항상 어떤 대상을 변함없이 사랑해왔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면 반대로, 나를 그렇게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신은 예외이다. 사람이 아니므로)
반박을 원하는 이가 적지 않겠지만, 나는 사랑은 변한다고 생각한다. 그 내용도 대상도 세기도 색깔도... 우리의 몸을 이루는 세포가 매 순간 죽고 생성되듯이, 몸속 화학물질들이 나왔다가 사라지듯이... 사랑도 마치 파도와 같이 계속 움직이고 변할 거다.
그래서, 나의 사랑이 변하더라도 죄책감을 갖지 않기로 했다.
이몽룡에 대한 춘향이의 지고지순한 사랑도 그것이 가상의 이야기이기에 아름다운 것이고, 어쩌면 현실에서 보기 힘든 것이기에 더 가치 있게 느껴지는 것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어떤 이들은 사랑이 변하는 건 당연한데, 왜 몰랐냐고, 순진하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무심결에 지고지순하지 않은 사랑에 대해 비난을 해오지 않았던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에 감동받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