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아줌마의 불안증 투병기 14
몇 주째, 아이 아빠와 냉전 중이다.
그나마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기에, 주중에는 지낼만하지만 주말은 긴장의 연속이다.
지난 주말, 어깨온 담이 수요일즈음 풀리는가 싶더니, 금요일 저녁 아이 아빠가 집에 온 이후로 다시 뭉쳤다.
그나마 토요일 오전에는 아이가 영재원 수업이 있어서, 그 핑계를 삼아 같이 나와서 카페에서 내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생활비 문제로 아이아빠와 비즈니스적인 대화를 전화를 두 번 나누고 나서 숨이 안 쉬어지고 눈앞의 활자가 보이지도 않았다. 급기야 들어오자마자 확인했던 화장실 위치도 생각이 나지 않아서 직원에게 물어보려고도 했다. 이게 불안으로 오는 인지장애일까?
얼마 전 친한 동생에게 불안이 심해서 병원을 다니고 약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그때 동생이 어떤 증상이 있는 거냐 물었을 때, 간혹 내가 느끼는 화이트아웃에 대해 말해줬다. 갑자기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현실에서 튕겨져 나가면서 바보가 되어버리는 느낌말이다.
그런데 아이아빠와의 짧은 통화 후, 난 그렇게 되어 버렸다. 그리고 통화한 시간보다 훨씬 오래 호흡이 가쁘고 진정이 잘 안 되었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도 이렇게 불안한 거였는데 화가 난 건 줄 알았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싸우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 때면 너무 화가 났다. 화가 나면 현실이 인지가 잘 안 되고 눈물이 쏟아지면서 숨을 쉬기 힘들었다. 그리고는 죽는 거 밖에는 답이 없다는 생각으로 갔다. 이런 순환구조는 상황에 따라 세세한 부분은 달랐지만, 대부분 비슷했다. 결론은 딱 하나 죽음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살고 싶다. 나의 그 마음을 알게 되었다. 난 살고 싶어 한다는 거.
그래서 화가 났다거나 부정적인 감정으로 힘들어지면, 조금 더 힘을 내고 안정시키면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려 한다. 그러다 보니 난 아이아빠에게 화만 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또 이런다는 거, 그리고 이후에 올 자기 파괴적인 생각과 죽음에 대한 결론으로 갈까 봐 불안해지는 거 같다. 아니, 사실 이유는 모르겠다. 상태를 보면 불안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불안한 지 그 이유는 다른 것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확실한 건 그 사람이랑의 대화가 너무 무섭다. 언제 화를 내고 길길이 날뛸지 알 수 없어서 두렵다. 이러한 불안과 두려움이 그저 무의식의 불안을 해소한다고 줄어드는 게 맞을까? 언제쯤 그 사람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언제쯤 이 두려움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요즘 걸그룹 트와이스의 Set me free가 와닿는다는 엉뚱한 결론으로!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