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아줌마의 불안증 투병기 16
따듯한 봄기운이 만연한 토요일, 남편은 며칠 전부터 주말에 나들이를 가자고 했다.
날이 너무 좋기에, 결국 토요일 오후에 만사 귀찮아하는 중학생을 억지로 데리고 근처 절로 나들이를 갔다. 황매화가 흐드러지게 피는 것으로 유명한 절인데, 1-2주나 있어야 꽃이 활짝 필 거 같았다. 하지만 드문드문 만개한 벚꽃을 바라보고 바람결에 날리는 벚꽃 잎 비로 행복을 느끼며 즐거운 나들이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갑자기 불안해졌다. 심장이 빨리 뛰는 것 같고 차 안에 울려 퍼지는 댄스음악의 리듬이 너무 거슬렸다. 시야가 좁아지고 여러 소리들이 날카롭게 들렸다. 숨쉬기가 어렵고 차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소리를 지르고만 싶었다.
순간, '아 이게 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남편에게 미안하지만 눈을 좀 감고 있겠다고 했다. 이에 남편은 "그래 쭉 감아, 집에 갈 때까지 쭉 감아"하면서 비꼬는 건지 알 수 없는 말로 답했다. 그래, 비꼬는 것이든 말든 눈을 감고 있겠다고 말했으니, 스스로 안정을 취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선생님이 알려주신 호흡법으로 숨을 쉬고
머릿속 생각이 꼬리를 물지 않도록 나의 숨소리에 집중을 하고
스스로 괜찮아 괜찮아하며 다독였다.
다행히 살포시 잠이 들었고, 그 짧은 시간 꿈에서 모험을 했다. 그리고 집 근처에 왔을 때 잠에서 깼다. 그리곤 남편에게 조용히 말했다.
"나 발작이 올라왔었어..."
놀란 남편이 내 손을 잡으며, "땀났네, 정말 그랬구나.."라 말했다.
그제야 알았다. 내가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날 만큼 손을 꽉 쥐고 온몸에 힘을 주고 있었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손바닥과 몸, 발바닥에도 식은땀이 나고 있었다. 어깨와 몸통은 얻어맞은 듯 아프고 어금니를 꽉 물어서 얼굴도 얼얼하고 말이다.
그래도 딸에겐 티 내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즐겁게 저녁을 먹은 후 일찍 침대에 누었다.
이렇게 모든 과정을 시작부터 안정될 때까지 인지한 것은 처음이었던 거 같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손을 꽉 쥔다 던 지, 특정 소리가 너무 날카롭게 들리는 거, 긴장 상황이 아닌데도 식은땀이 나는 거, 가슴이 아플 만큼 답답한 것, 시야가 좁아지고 머리가 어지러운 거, 밖으로 튀어나가고 싶은 거, 소리 지르고 싶은 것 등등은 그 시작이 언제인 지 알 수 없을 만큼 어릴 적부터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내가 살이 쩌셔, 운동을 너무 안 해서, 피곤해서... 그리고 정신력이 약해서... 이렇게 내 탓만을 해왔지, 아픈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그리고 한창 아이를 키울 때는 온몸의 통증이 줄어들지를 않아서 매끼마다 진통제를 먹기도 했었다.
발작 후 지친 몸을 달래며 과거에 느꼈던 증상들을 생각해 보니, 참 내가 안쓰러웠다. 그리고 매번 이겨내보려 한 내가 참 대견했다.
과거의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애썼다! 잘했다!"